2005-02-24 10:12
<기획취재>올 항공화물시장 악재불구 상승세 이어갈 듯…환율문제 ‘복병’
하주, 스페이스 부족이 큰 걱정거리
콘솔사, 풍요속 빈곤 느껴…대기업물량 그림의 떡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31.0%가 증가한 2,538억달러를 기록해 연간 수출실적이 사상최초로 2,500억달러대에 진입한 해였다. 이로써 한국은 1995년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한 후 세계에서 12번째로 2,500달러대를 진입하는 나라가 됐다.
이렇게 수출이 큰 호조를 보인 것은 세계경기회복으로 인해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데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는 또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소형 첨단제품의 수출증가에 힘입어 인천공항이 부산항을 제치고 수출입(금액기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인천공항의 지난해 수출은 33% 증가한 828억달러를 기록해 수출에서 만년 2위를 차지하던 기록을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무역의 최대 관문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증가에 따라 공항을 통한 수출비중도 지난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수출은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환율불안 등 여러 가지 악재속에서도 국산제품의 이미지 상승과 디지털 기기의 수요 증가로 전반적으로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 IT품목이 이끈 한해로 요약된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은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국내 전자 메이커들이 내수부진의 돌파구로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신기술 개발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이 수출성장에 주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외적으로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IT경기 회복과 중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면서 국산 디지털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국내 주요 품목인 반도체와 휴대용 전화기의 경우 디지털 방송 확산 및 품질, 디자인이 탁월한 국산 단말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전체 수출을 견인한 항공화물시장을 되돌아보고 올해는 어떻게 예상되는지 항공업계, 포워더, 하주 관계자들을 찾아 그들의 전망을 들어봤다.
지난해 물동량 전년대비 14.5% 증가
항공업계에 따르면 작년 총 수출 항공물동량은 약 67만톤으로 2003년 대비 14.5% 증가라는 큰 폭의 증가세를 시현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항공화물시장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의 경우 2001년 517억4천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23.2%의 고속성장을 지속하면서 우리나라 총 수출의 38.0%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으로 발전했다.
지난해는 고유가, 환율불안 등 악재속에서도 반도체는 전년대비 35.8%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휴대용전화기는 40.2%, 디지털 PDP-TV는 48.8%가 증가하는 등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큰 폭의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이나 포워더, 하주들은 올해 전망에 대해 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작년과 같은 급속한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3년도는 전체 수출 항공 물동량이 약 59만톤이었고 2004년도는 약 67만톤이었다”며 “올해는 70만톤 이상 증가해 5%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가 지속될 전망이고 미국 등의 국제금리 인상, IT경기 하강 사이클 도래, 전반적인 선진국 경제 둔화 및 2004년도 급격한 수출상승에 대한 역기조 현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수출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처럼 급격한 물량증가는 없을지라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올해 반도체/전기전자 산업의 성장률은 둔화될 전망이나, 성장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4년 상반기까지 초호황을 누렸던 D램, 플래시메모리, TFT-LCD, 휴대폰 등 대표적인 항공화물들이 2004년 하반기에는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의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의 2004년 12월 디지털제품 주요 품목별 수출실적을 보면 반도체 수출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현물시장 가격하락세를 보이면서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반도체 주요 수출국인 미국, 독일 등 지역에서 수출 감소를 보였기 때문으로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달에 비해 9천 8백만달러 수출 감소를 보이면서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휴대용 전화기도 12월에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전월에 비해 7억달러, 즉 3분의 1이나 감소한 14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렇듯 전경련, 산자부 등에서는 올해 디지털 전자산업 수출 성장률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량은 견조하게 흘러갈 것”
하지만 전반적인 수출 성장률의 하락에도 만 성장 기조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성장은 어렵지만 올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올해는 미주노선보다 구주노선의 수요가 유럽경제의 호황세에 맞춰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관계자는 “핸드폰, 반도체, LCD 등 IT제품들이 2004년에 교체수요가 됐다는 평가에 따라 2005년도엔 교체수요가 끝났으니 수요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물동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하주의 경우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으로 채산성이 떨어지면 물량을 늘려서 매출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율이 하락한다고 해서 물량이 줄어드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는 급격한 물량증가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올해 예상증가율이 적게 보일지 몰라도 증가율이 전년보다 줄어드는 것이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그만큼 항공화물 시장이 활황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항공사의 화물수송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포워딩 업계와 하주들 역시 올해와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포워딩업계, “상승세 이어갈 것”…환율이 변수
백스글로벌 관계자는 “작년에 물량기준으로 15% 정도 성장을 했다”며 “올해는 10% 정도의 성장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수출 항공화물은 평균 5~7% 성장을 기록하는데 작년은 14%의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며 “유럽향 화물의 경우 18%가 증가했으며 중국은 25%, 대양주는 22%의 화물 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는 6~7%정도의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우리 회사도 그 전체성장률에 맞춰 올해 10% 정도로 늘려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에 포워딩업무를 보기 많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항공포워딩이라는 개념이 원래 운송주선자로서 캐리어를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와 물건을 수출해야하는 하주들을 연결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와 하주에 대한 정보력이 바로 사업전략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정보들이 항공사와 하주들에 모두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운송주선자로서의 입지가 많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오로지스틱스 관계자는 “전반기보다는 하반기부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경우 유럽 수출을 위주로 하고 있고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부품, LCD등을 취급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의 경우도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LCD의 경우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유럽의 경우 전망이 좋다고는 하지만 역시 환율문제가 걸린다”며 “작년 중반에 1200원정도하던 대 달러 환율이 200원 정도 떨어졌으니 기업들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화물을 취급하고 있는 한 포워딩 회사 관계자는 “작년엔 계약 기업물량이 많이 늘었고, 노미네이션화물 등이 고른 성장을 보였다”며 “올해는 5%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수출 변수로 역시 환율과 유가를 들었다. 유가는 하주의 원가부담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항공유가에도 영향을 미쳐 항공유가할증료의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콘솔사, 올해 전망 ‘먹구름’
한편 올해 항공 물동량이 성장기조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항공화물혼재업체(콘솔사)의 경우는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모항운 관계자는 “콘솔사에 있어서 올해는 전망이 어둡다”며 걱정했다. 그는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물량이 늘어 물동량이 늘기는 하겠지만, 우리 같은 콘솔사와는 거의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즉, 수출 항공화물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물량은 기업들이 직접 항공사와 계약을 하거나 협력업체에게 아웃소싱하기 때문에 콘솔사에게까지 물량이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것.
콘솔사의 경우 중소기업물량을 취급하는 중소 포워더의 화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기업 물량으로 인한 전체 항공화물 증가는 콘솔사 물량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설명은 지난해 콘솔사의 실적과 전체항공화물 실적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IT관련 제품의 수출 증가 등으로 인해 총 콘솔사의 물량은 증가했지만 전체 항공화물시장에서 콘솔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회사의 경우 전체물량은 늘었지만 집중적으로 늘어난 달은 9월에서 11월 사이다. 이 달은 원래 물량이 집중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지난해의 미 서부항만 체선·체화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항만적체로 대기업들이 적기 수송을 염려해 부득이 하게 콘솔사를 이용한 덕분이었으며 이런 변수가 없는 한 콘솔업체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올해도 이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작년과 같은 화물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이 회사의 경우 올해 물량증가율을 5%로 낮게 책정했다.
우진항공화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작년과 같은 성장률은 기대하지 않지만 25%의 물량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역시 전체 항공물량중에 콘솔사의 물량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염려하면서 이에대해 영업력 강화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대형 하주들의 경우 올해 전반적으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스페이스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주, 물량은 늘 듯…스페이스 부족 걱정
국내 굴지의 LCD 생산업체 관계자는 “물량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10, 11, 12월에 스페이스 부족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며 “올해도 항공 스페이스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완제품을 수출하는 한 제조업체의 경우도 “올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지만 10%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5~20% 정도 물량이 늘어났으나 이 업체 역시 LA·롱비치항 적체로 인해 늘어난 항공물량으로 스페이스가 부족해 고생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항공기 이륙이 취소됐을 때 제때 연락을 받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소된 지 하루가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시장의 경우는 타임 마켓으로 불린다. 시간을 놓치면 비즈니스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화물 운송이 지연됐거나 취소됐을 때 바로 그 사실을 알아야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1월 수출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출이 환율 하락 등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승용차, 반도체 등의 수출 증가로 4개월 연속 220억달러대를 상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전년동기대비 28.8% 증가했고 무선통신기기도 17.4%, 가전제품도 1.8%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78.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반도체 등 IT제품 수출 증가
산자부에 따르면 반도체의 경우는 단가하락 및 수요위축 전망 등 당초 우려와는 달리 D램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춘절수요와 베트남 아일랜드의 우리기업 및 다국적 기업의 현지공장 수요 증가로 견조한 증가율을 보였다.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우리기업의 독자브랜드의 인지도 상승과 더불어 3세대 휴대폰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개 등으로 해외수요가 탄력을 유지했다. 따라서 작년 1월의 59.1%라는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의 증가를 보였다. 컴퓨터의 경우는 공급과잉, 현지생산증가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화물의 증가세도 상대적으로 탄력이 저하됐고 지난해 1월 21~23일의 구정물량 감소 영향을 고려할 때 올 1월 시장수요는 답보 또는 정체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7년만에 1천원선이 붕괴되자 산업계는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에 이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계에 또다시 비상이 걸린 것.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계획상 환율 달러당 1천50원으로 책정했었으나 1천원선이 위협받게 되자 상황에 따라 이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원화가치가 100원 절상될 때 2조원 안팎의 타격을 입게 되지만 향후 원가 절감 노력과 부품-판매의 환율 통일, 달러화 자산 최소화 등의 대책을 통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업 조정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각 해외법인과 환관리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본사와 법인간 환관리 기준을 통일, 금융비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올해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970~980원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수립했으나 ‘비상경영’을 가이드라인으로 해 각 사업부 및 전세계 70여개의 해외법인 등에서 각각 수립한 원가절감 및 투자순위 조정, 수출 확대를 위한 대책에 따라 경영활동을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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