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17 13:02

기획취재/ 종물업 기대심리 많이 ‘퇴색’

업계 ‘숨고르기’, ‘관망세’‥한편에선 물밑작업 한창 진행
인증기준 들어간 ‘공동부령’ 상반기말 입법예고



종합물류업(종물업) 시행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의 물류시장을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먹혀들지 관심이 아닐수 없다. 정부는 조만간 세부인증기준 마련을 위해 업계 의견수렴작업을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상반기중 시행기준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

그러나 정작 가능선에 있는 업체들은 최근들어 그 열기가 많이 식었다. 조용히 인증에 필요한 사항들을 강화하는 업체들도 많으나 종물업 관련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려졌던 것에 비하면 최근 업체들의 전반적인 동향은 관망세 혹은 무관심이다.

업체들이 작년 한해 이 법안을 두고 너무나 많이 진을 뺀 탓에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초 도입논의가 처음 제기됐던 작년 초에 비해 종물업에 대한 메리트가 많이 축소됐다는 점이 업체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게 된 큰 이유다.

더군다나 종물업 관련법중 핵심사항인 조세특례제한법중 물류위탁 하주에 대한 세제지원 조항이 통과되지 못하고 화물유통촉진법 개정법률안만 통과되는 이른바 절름발이식 법통과가 이뤄지면서 종물업체에 끼기 위한 과도한 투자가 과연 이후 업체에 득이 될지에 의문을 가지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화촉법개정안 지난달 27일 공포

작년 연말에 화촉법 개정안이 진통끝에 통과된 이후 지난달 27일 공포되면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로 시행이 예정돼 있는 종합물류업(종물업)도 구체적인 인증기준과 인증절차 등에 대한 세부사항 논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인증기준이나 절차 등이 담길 하위법령은 건교부와 해양부, 산자부등 3개부처가 공동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공동부령’은 올 상반기말에 입법예고될 방침이다. 바뀐 화촉법에 대한 시행령은 2월중에 입법예고될 계획이나 이 시행령은 종물업과 관련한 세부인증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화물터미널 건립과 물류사업자단체에 대한 규정이 들어갈 예정. 즉 종물업 관련 내용은 전적으로 공동부령으로 이관된 것이다.

정부는 공동부령은 아직 1년이란 유예기간이 남았고 관련 업ㆍ단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3월부터 본격적인 업계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6~7월경에 공동부령을 입법예고하고 3개월간 최종 의견을 들은 뒤 9월에 공포할 계획이다. 공동부령은 공포후 다시 3개월 후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종물업체 선정은 법이 정식 시행되는 내년 1월부터 물류업체들의 신청을 받은 후 인증검토작업을 거쳐 2~3개월후에 발표하게 된다. 따라서 최초 종물업체가 출현하게 되는 시점은 내년 2분기나 3분기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증기준은 작년 업계에 제시된 교통개발연구원(KOTI) 인증기준이 기본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업계간 이해관계가 있는 부분은 금액이나 장비수 등에서 유동이 있을 것이지만 전체적인 틀은 이미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친 것이어서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기 때문.

건교부 관계자도 “인증기준 도입과 관련해 3개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계획이지만 KOTI안이 기본 골격이 될 것”이라며 “KOTI안이 정부의 최종안은 아니나 기준강도면에서 완화되거나 할 뿐 이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 반발 여전히 숙제

하지만 구체적인 인증기준 도입과 관련해선 여전히 난제가 많다.

당장 작년 공식적으로 종물업법의 도입을 반대하고 나선 복합운송업계와 화물차운송주선업계, 보세운송ㆍ창고업계 등의 큰 반발을 지나칠 수 없다. 이들 업계는 종물업체에 물류를 위탁하는 하주들에게 3년간 2%의 세제를 감면해 해준다는 이른바 조세특례제한법의 ‘하주세제혜택’ 조항이 지난해 정기국회때 통과보류되면서 일단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올해 다시 이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결사반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업계는 단순히 종물업 도입이 대형업체 출현에 따른 영업감소 차원을 넘어서 업계의 사활이 걸린 생존권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조특법 통과만큼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정부측에 엄포를 놓고 있다.

작년 한때 복합운송업체들은 “정부측에서 우리 업계의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않고 이처럼 종물업도입을 밀어부친다면 집단 파업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종물업으로 업계가 하루아침에 고사될 위기에 처하게 될 경우 극단적인 행동은 비단 화물연대 같은 노조계열에서만 있으리란 법은 없다는 얘기다.

이들 중소물류업계는 하주 세제지원부분을 비단 종합물류업체들 뿐 아니라 모든 물류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물류업이 평등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화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표류했던 것도 이들 중소물류업체들이 국회와 정부에 탄원서를 내는 등 집단행동을 한 것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년 말 법통과 당시 복합운송협회관계자들은 1주일에 한번꼴로 국회를 방문해 종물업법의 폐해를 해당 의원들에게 알리는 등 적극적인 로비를 벌였다. 이들의 이같은 노력은 화촉법의 경우 한동안 통과보류되는 등 통과에 난항을 겪었으며 급기야 조특법의 종물업 조항은 통과가 끝내 보류되는 등 큰 효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정부는 소액물류시장에선 하주에 대한 세제지원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중소물류업체를 위한 여러 지원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중소업체 달래기…동종간 제휴 허용

건교부는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지난해 유보됐던 조특법 개정안을 재상정하면서 세제지원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중소하주의 소액 위탁물류비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중소하주 물량이 종합물류기업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소액 위탁물류비의 구체적인 범위는 앞으로 중소물류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건교부는 또 전략적 제휴부분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종업종간만 허용하던 것을 동종업종간 전략적 제휴도 허용하기로 했다.

전략적 제휴가 단지 업종다양화 뿐 아니라 규모확대를 위해서도 활성화되도록 적극 장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휴업체수를 5개 이내로 제한했던 것에서 후퇴, 의견 수렴을 거쳐 업체수를 더 늘리겠다는 안도 제시했다. 건교부는 올 하반기인 7~12월 기간중에는 중소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전략적 제휴 활성화 지원센터’를 운영해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측면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업계에선 인증업체 숫자를 정부가 정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전략적 제휴업체를 생각하면 결코 숫자를 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전략적 제휴가 없다면 인증기준 시뮬레이션을 통해 업체수를 미리 정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으나 전략적 제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곧 업체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종물업 인증에 도전한다면 문호를 활짝 개방하겠다는 의도라 하겠다.

인증기준 도입을 둘러싸고 중소물류업체의 반발과 함께 2자물류업체에 대한 진입여부를 놓고도 업계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자물류업체 진입장벽 너무 낮다”(?)

현재 건교부가 밑그림을 마련한 인증안(案)엔 필수기준으로 100% 2자물류는 배제한다는 규정이 있다. 구체적으로 3자물류매출비중이 10% 이상되는 업체부터 신청 자격이 부여된다.

따라서 소위 대기업 계열 자회사물류업체로 분류되는 삼성전자로지텍이나 글로비스, 하이로지스틱스 등의 종물업인증 여부가 관심일 수밖에 없다.

이들 업체들은 현재로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엘지전자 등의 물량만을 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로지텍과 하이로지스틱스는 100% 2자물류업체인 반면 글로비스는 2자물류비중이 90%선이다. 따라서 필수기준 요건에 따르면 이들은 종물업 인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종물업 필수 인증기준인 3자물류매출액부분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도 2자물류업체들이 향후 3자물류업체로 전향할 의지가 있다면 종물업 인증을 발급한다는 방침이다. 종물업인증제 도입이 국가물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이나 인프라면에서 막강한 2자물류업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보다는 이를 3자물류회사로 전환, 육성하는 것이 물류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인 것.

따라서 2자물류로 분류돼 종물업 인증과는 무관하게 여겨졌던 이들 3개 업체들도 인증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부입장에 대해 소위 제조업 계열이 아닌 물류만을 전문적으로 해온 업체들의 경우 2자물류업체들의 종물업 인증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종물업 인증에 안정권인 기업들도 2자물류기업들의 종물업 인증은 물류의 하도급 체제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도 대형제조업체들의 물량은 자체 2자물류회사를 통해 핸들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 2자물류회사들이 종물업이란 날개까지 달게 되면 같은 종물업체라 하더라도 순수 3자물류업체들은 2자물류업체의 하청방식으로 밖에 대기업 물량을 만져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항만물류업체 한 관계자는 “만약 2자물류기업들이 종합물류업 인증업체로 들어오게 될 경우 정부의 도입취지와는 반대로 대형 제조업체들의 3자물류시장 유인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회사 물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증가능업체들 묵묵히 투자확대

이렇듯 전략적 제휴회사에 대한 문호 개방확대, 2자물류업체들의 진입, 중소물류회사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종물업에 올인했던 기존 중대형 운송사들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조용히 종물업 인증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작년 정부부처에 직원을 상주시키다시피하며 종물업에 지극정성을 쏟았던 세방기업의 경우 최근 사내에 설치했던 태스크포스팀을 해체하고 업무를 기획팀으로 모두 이관했다. 초반엔 인증선에서 약간 못미쳐 애를 태우기도 했으나 KOTI가 작년 10월 발표한 2차안 발표뒤로 가능권에 도달했기 때문.

세방은 그간 인증기준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납입자본금을 강화하기 위해 보통주 400만주, 우선주 147만5700주를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오는 3월 증자주식이 상장되면 68억4천만원이던 세방의 자본금은 95억8천만원으로 늘게 된다. 자산형 업체의 인증기준에서 자본금 규모 만점이 250억원이므로 세방은 이번 증자로 인해 종물업 인증평가에서 10점 이상의 점수 상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동방은 3년전부터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동방은 현재 울산신항과 평택 동부두 1~3선석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초엔 포스코의 울산 현대자동차 납품물류기지 운영사로 확정됐다. 동방은 2008년까지 포스코물류기지 건설을 위해 25%의 시설자금을 투입한 후 2009년부터 25년간 운영하게된다.

자본금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예상되는 동방은 이로써 자산이 더욱 늘어 가능선을 여유있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동방은 이와 함께 한진해운, (주)한진 등과 함께 부산신항 2-3단계 개발에도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KCTC는 영업강화와 3자물류 활성화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종물업 인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매출 확대를 위해 영업사원에게 인센티브제를 도입했고 장비와 시설부분에서 WMS(창고관리시스템)과 TMS(수배송관리시스템) 등과 관련한 IT시스템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KCTC는 유니레버 물류센터운영, 식음료 3자물류, 옥시 익산물류센터 운영 등 3자물류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KCTC는 종합물류업 인증제가 도입되면서 새롭게 바뀐 물류업의 업종기준으로 이득을 봤다. 기존엔 화물 취급업이 자산형업종으로 분류됐으나 바뀐 기준에선 서비스형으로 분류돼 KCTC는 자력으로 세 개 업종을 모두 영위하는 업체가 됐다. KCTC는 당초 서비스업종 영위를 만족하기 위해 고려종합운송과의 제휴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종합물류업 인증에서 일찌감치 안정권에 포진해 있던 (주)한진과 대한통운은 해외 네트워크 강화로 해외매출 부문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3개업체들이 해외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 이들 두 업체는 중국과 동남아 미주 지역에 지사를 확보하고 해외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주)한진의 경우 올해 중국 칭다오에 지사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린 (주)한진은 연락사무소로 운영중인 칭다오 사무소를 지사로 승격시킨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한국 육상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육상운송시장에 뛰어들어 트럭킹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대한통운의 경우 상하이에 있는 지사를 현지법인화해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방침이다. 시기는 올해나 내년 정도로 잡고 있는데, 중국업체와 합작형태로 진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외국인 물류시장 투자제한이 풀리는 내년에 단독법인으로 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복합운송업체인 범한종합물류의 경우 1분기에 중국 칭다오에 지사인 해륙풍국제물류유한공사를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센젠시에도 현지법인인 FNS심천을 설립하면서 해외진출에 불을 붙일 계획이다.

또 시설 확보를 위해 SOC(하주 소유 컨테이너) 1천대를 구입, 독립국가연합(CIS) 운송루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범한은 이 컨테이너들의 관리를 위해 전산프로그램도 개발중이다. 상반기까지 프로그램을 완성, 위치확인 및 정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

연말에 오픈 예정인 인천공항 물류창고의 콘솔물량 확보를 위해 합작파트너도 물색중이다. 범한은 지금까지 콘솔물량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었으나 전문 콘솔사와의 제휴로 인천공항 물류창고의 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범한종합물류도 인증기준 2차안으로 인증가능선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계 업체들도 종물업 인증을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별도 3자물류회사를 설립할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이 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D업체. 이 회사는 다른 외국계 업체와 제3의 업체 설립에 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종물업과 관련돼 꾸준한 진행을 벌이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늦은 법안통과와 하주세제지원 통과 유보, 시장성 불투명 등으로 회의섞인 반응을 보이는 업체도 많다.

A중견운송업체는 제휴를 통해 종물업 인증에 뛰어들 계획이었으나 시설및 자본투자에 따른 수익이 보장될 만큼 종물업이 큰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이 들어 최근 이와 관련해 뒷짐지고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B업체도 종물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와 관련한 매출규모나 외형 강화에서 잠정적으로 손을 뗐다. 매출을 두배 늘리는 것이 현시점에선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과도한 투자로 종물업 인증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탈락했을 경우의 뒷감당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분석에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완화된 만큼 메리트가 많이 줄었다”며 “동종업계가 다 인증을 받게 된다면 수익성면에서 현재보다 더 나아질리가 있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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