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8 09:37
한중물류전문가가 보는 중국, 중국 정책 그리고 한중일 3국 관계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뛰는 중국과 걷는 일본 사이에서 기어가고 있는 한국.
무역뿐 아니라 물류에서도 이미 물류 선진화에 오른 일본과 급속 성장을 보이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중국을 보면서도 한국은 여러 가지 정쟁에 휩싸여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기어가고 있는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국은 정말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하고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자고 나면 쑥쑥 커져 있는 쟈크의 콩나무처럼 날이 갈수록 성장세를 거듭하는 중국은 과연 우리에게 비빌 풍요로운 언덕인지, 겁나는 이웃인지. 아직까지 그 그림이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우리와 중국은 어떤 관계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인천시 항만·공항·물류특별보좌관인 박창호 박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물류와 경영: 중국의 현재 물류 현황에 대해 말해 달라.
14개 연해 개방도시는 산업이 발전하였다. 임가공 재수출에서 내륙 연안의 시간차 개발을 통해 외국 원자재에 중국의 인력과 땅이 결합하면서 특구 산업을 형성하였다. 이 당시만 해도 초창기 해운 의존 물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었다.
2004년 1월 항만 개발과 해운쪽이 열리면서 외자 도입이 전면 개방되었다. 그 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지 못하게 엄격하게 제한하던 것에서 외자 비중을 확대시켰다. 철도, 도로에서는 여전히 견제하고 있어 49: 51의 비율을 지키고 있다 할 수 있다.
내륙의 경우, 신규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와 동북재개발(regeneration, 지역회생정책)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강택민때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과 후진타오 집권과 함께 시작된 동북재개발은 내륙으로 개발이 옮겨가면서 점차적으로 중국 내 운송수단으로 철도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2001년부터 시작된 10차 5개년(10.5)계획은 그 동안 ‘제조’ 중심의 정책에서 부의 재분배와 지역 균형 발전을 외치며 산업이 분산되어 제조단가가 내려가고 물류를 활성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현대물류기본계획 지침(즉 다시 말하면, 10차 5개년 계획)에서 중앙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큰 틀을 짜서 각 지방정부가 중앙 정부의 큰 틀 아래 물류 계획을 세워서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10.5 계획의 주요 개념은 물류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2006년부터 시행될 11차 5개년 (11.5)계획은 물류시스템, 물류표준화, 물류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선진화된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자기들 기업을 글로벌 수준의 물류 기업으로 개발을 시키되,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자기 기업을) 혁신 개발시킨 후 중국 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들 고유 브랜드로 크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상급 글로벌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겠다는 것을 널리 공포한 것이 11.5계획이다.
지난 해 12월 3-5일간 북경에서 중국 상무부 주최로 이루어졌던 한중일 물류고위급 세미나는 이러한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 주는 세미나였다. 한국 산업자원부와 일본의 경제, 교통부 정부기관 차관급 인사들과, 물류기업 총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중국 교통부에서 나서서 중국의 향후 계획을 펼쳐 보였다. 이는 그 동안 일본 중심으로 흘러가던 동북아시아 물류 판도를 중국 중심으로 펴보겠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으로 예사롭지 않은 중국의 움직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물류와 경영: 중국물류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은?
중국 정부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운영을 통해 15억 인구를 움직이고 있다.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목숨을 걸고 말하지 않을 바엔 차라리 말하지 말라는 정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일이면 목숨을 걸고 일(예를 들면, 천안문 사태)을 진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참고 견뎌 오늘의 중국 개발 독재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류와 경영: 10.5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保稅物流園區에 대해 설명해 달라.
“물류로 제조를 좌우하겠다”는 것, 이것이 10.5계획의 하이라이트로 중국이 제조에서 물류 쪽으로 성장 축을 바꾼 것을 의미한다. 즉, 중국이 국제물류를 주도하기 위한 구상을 선보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 동안 물류는 제조를 지원하는 축에 지나지 않다가 보세물류원구제도를 통해 독자적인 국가급 원구로서 국제물류를 주도하겠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10.5계획에서 마침내 물류를 통해 제조를 유도하겠다는 중앙 정부의 정책을 선보인 것이다.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출주력기업에 대해 매출의 몇 % 이상을 수출할 경우 세금혜택을 주고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제도는 중국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연매출에서 수출을 지원 받을 수 있는 할당량에서 약간 부족할 경우 제조 물품을 보세물류원구에 집어 넣으면 그 순간부터 수출품으로 간주되어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편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물류기능으로 제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드디어 중국이 물류에 눈을 떴음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04년 4월 상해에 첫 보세물류원구를 지정해 분양에 들어갔는데, 분양가격이 50년 계약에 제곱 미터당 200달러에 분양했다. 하지만 분양하자마자 금방 동이 나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인근 보세구의 경우 100에서 150불로 분양했지만 정착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렸던 것과 비교해 보면 보세물류원구가 시장의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직까지 제조 중심 정책을 따르고 있는 우리 현실과 비교한다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보세물류원구’지역에는 역차별 없이 물류기업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국제물류를 주도하기 위한 특별구역으로 지정된 이상, 국제물류를 하는 대부분 기업들이 합작기업 형태로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입주 자격을 갖게 된다. 내수물류를 취급하는 중국 기업의 경우 굳이 보세물류원구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보세물류원구가 지니고 있는 의미 중 또 하나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인 만큼 최고의 기업을 엄선해서 그들과 함께 일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중국 나름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을 바라본 세계의 시각은 처음에 13억 인구에 대한 소비시장으로 눈길을 주었다가, 그 후 13억 인구가 만들어 내는 ‘세계의 공장’으로 관점이 변화되다 다시 중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소비도 주도하기 시작, 자체 상품을 세계화시키고 자기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결국 소비가 촉진되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물품의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고(부의 이동 발생) 물류가 발달하게 되어 있는 구조를 지금 중국이 따르고 있다. 거대한 중국이 물류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물류와 경영: 중국물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중국의 4세대 바톤을 이어받은 후진타오를 이해하는 것이 중국물류를 이해하는 포인트이다.
중국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모택동 시대는 문화혁명에서 시작되었다. 혁명을 통해 중국 전 인민의 사상 개조 작업에 들어가 결국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상태로 만든 혁명이었다. 1976년 내부 개혁과 대외 개방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한 2세대 등소평은 홍콩의 자본을 끌어들여 센젠특구, 마카오 앞의 주하이, 타이완 앞의 셔먼 등에 중국 남쪽으로부터 해안을 따라 경제특구를 지정하였다.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 상해 특구를 지정하고 14개 연해개방도시를 열었다. 결국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해안에서 대륙으로 점진적인 개방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기까지 총 20여 년이 걸렸다. ‘상해방’ 출신인 3세대 지도자 장쩌민은 머리가 좋고 이해가 빠른 남쪽 사람으로, 대륙적이고 기개가 호방한 북쪽 사람들에 비해 경제 중심 정책을 폈다. 이들 상해방이 정권을 잡음으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함으로 그 동안 이즘과 명분 중심에서의 정책을 이해와 자본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한 가운데 가치관의 혼란이 발생했다. 자본주의 경제학이 대학에 들어오고 오랜 동안 지주였던 마르크스 자본론 등은 자취를 감추는 현상이 나타났다.
강택민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 전체 경제 커뮤니티는 국가가 견제하고 개개인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펴도록 하였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불안한 인민을 국가가 보호해 주는 것에 비해,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개개인을 완벽하다고 보고 개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구속 받지 않고 사회가 돌아간다고 본다.
3세대 장쩌민까지 문화혁명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세대라면, 4세대 후진타오는 혁명을 전혀 모르는 세대이다. 후진따오는 문화혁명이 쓸고 간 과거의 중국을 모르기에 ‘개발주도’적으로 정책을 펼 수 있었고 이들의 사상 근저에는 ‘신중화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55개 소수민족을 한족이 지배한다는 것이 기존 중화사상이라면, 신중화사상은 55개 소수민족이 서로 동등한 관계임을 받아 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모든 소수 민족을 한족화하는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블록 경제권 개념이 형성되면서 중국이 한국을 2000년 이전에는 ‘친구’ 국가로 호칭하다 최근 ‘형제’ 국가로 칭하기 시작한 것은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다.
물류와 경영: 그러면 우리는 중국을 어떤 시각에서 봐야 하는가?
중국물류를 한다고 중국만 단독으로 떼어놓고 봐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한중만 봐서도 안되고, 한중일 3국 관계에서 봐야 한다.
아시아 발전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것은 아시아인들 스스로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서방 제국주의에 의해 강제 개방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아시아 국가간 발전 속도 차가 형성되었다. 이후 세계 역사의 흐름가운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막을 내리고 그 자리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대립이 메웠다. 아시아에서도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서방측과 소련과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동방 측으로 나라들이 흩어졌다. 이후 동서독의 통합으로 냉전이 와해되면서 국가간 경제 통합이 이루어졌지만, 그 이전까지 깔고 있던 기본 사상을 무시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한중일 3국의 기본 정서는 동양적인(오리엔탈) 정서를 깔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이 서방 정책을 취하고 있다면, 중국은 ‘아시아의 종주국’이라는 중화사상에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되어 우리와는 그 기본 배경이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 결국 국가가 나서 연약한 개인 집단을 보호하는 집단사회주의 정책을 펴는 중국에 대해, 개개인을 완벽하다고 가정하고 개인 위주의 자본주의 정책을 쓰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합쳐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 물류의 경우 그 성격이 제조업과 너무나 다르다. 제조업은 점 조직으로 움직이기에 중국에 개별적으로 진출해서 사업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물류 기업은 경제력과 친화력과 국가 권력이 결부되어 나타나는 ‘네트워크 형태’이기에 기업 단독 진출은 불가능하다.
특히, 중국은 아직까지 국가가 정보를 장악하고 권력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전체적인 권력의 개념이 무력에서 금력을 거쳐 정보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IT 기술이 결부된 4자 물류에서 정보는 곧 힘이다. 결국 상호간의 인터페이스에 간섭해서 정보를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이를 권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 권력의 지배하에서 우리 정부는 기업에 어떤 역할을 해 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에 물류는 국가 권력의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오고 가는 것이 양 국가간 차원의 협의 하에 이루어져야 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기에 반드시 권력 대 권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물류와 경영: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중국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우리 나라가 중국을 앞서 가겠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고 기본 개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을 합쳐 보아야 6,000만 밖에 안 되는 인구가 어떻게 15억의 거대 인구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결국 중국을 앞선다는 건 과욕이고 어떻게 하면 이들과 함께 상부상조하면서 살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 큰 중국 시장에서 그들의 수요를 발견하고 빨리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틈새 시장을 발견해서 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그들에 비해 분명 앞서 있는 경쟁우위산업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연구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서 상호간에 대등한 관계로 교류와 교역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물류와 경영: 우리 나라 특구도 중국과 같이 10년을 기다려야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최근에 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경제특구는 이들과 시작 배경 자체가 다른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서구에 대해 처음부터 개방적으로 시작했기에 중국과 같은 시행착오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내부적으로 국제화되지 않은 ‘우물안 개구리적 시각’을 지닌 소수 국수주의자들에 의해 일을 그르칠 수 있어 이것은 분명하게 경계해야 한다. 좁은 시각으로 들여다 보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해 문제를 망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끼리의 집단주의로 타인에게 위화감을 제공함으로 외국인 투자를 막는다던가,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 집단이기주의로 정책을 쥐고 흔드는 강성 노조 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깊이 통찰하면 중국이 보인다’.
자연의 섭리,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기본 논리 등을 따라 가다 보면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예측이 가능해지는데,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계획을 따라 움직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는 박 박사는, 중국 사회가 어떻게든 예측이 가능하게 된 만큼 잘 살펴 여기에 대비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에 비해, 협상력과 정보력이 뒤지는 우리의 상황에서 정보가 흐르는 네트워크마저 부재한다는 것이 큰 단점이라고 말한 박 박사는 정보 자체가 구축되지도 않고, 관리되지도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무조건 중국으로 갈 생각만 하고 중국에 대해 자세히 연구하거나 알 생각은 하지 않는 우리의 현 상황을 비판하며서 상대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면 白戰不殆)라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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