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2 09:52
<본지선정 2004 10대뉴스> 종합물류업 인증제 도입, 업계 ‘태풍의 핵’
올한해 해운물류업계는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종합물류업(종물업) 인증제의 향방에 따라 울고 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참여정부의 동북아물류중심화정책의 핵심사안인 종물업 인증제 도입은 물류업계를 강타한 태풍의 핵이었다. 비록 지난달 25일 종물업의 법적근거를 담고 있는 화물유통촉진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건교위의 통과보류판정으로 이에 대한 논란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으나 건교부측이 4대 개혁입법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가 정상화되는 데로 재상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둘러싼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물류업이 맨 처음 대두된 것은 지난 3월 2일 노무현 대통령주재로 가진 국무회의에서 재경부, 건교부, 해양부, 산자부, 기획예산처 등이 주축이 돼 ‘국가물류체계 개선대책’을 확정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물류시장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물류기업을 선진국 형태의 글로벌 물류전문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이른바 ‘종합물류업’ 육성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건교부, 해양부를 주무부처로 해 종합물류기업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통과한 업체에겐 여러 특혜를 주기로 한 것.
물류시설 우선 입주, 자금융자 등의 지원과 함께 재경부가 추진중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서 종물업 인증업체에 물류를 70% 이상 아웃소싱할 경우 2%의 조세감면혜택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같은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물류기업들은 그간 산업계의 한 귀퉁이에서 찬밥신세를 면치못했던 물류업을 전면에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처음엔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종물업을 기화로 물류업이 국내산업계의 핵심축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종물업 인증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고 이것이 자산위주 대형기업에만 유리한 쪽으로 확인되자 중소물류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종물업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한 곳은 복운업계. 비자산위주의 국제물류업을 영위하는 이들 업계는 종물업 인증기준의 방향이 하드웨어위주로 흘러가자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복운업체 권익단체인 한국복합운송협회는 지난 6월 종물업 인증제 도입에 따라 복운업계가 고사할 것이란 우려를 건교부측에 전달했다. 협회는 종물업 도입으로 복운업체의 집단 도산은 물론 이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운업계의 반발을 시작으로 화물자동차주선업계, 보관ㆍ창고업계 등도 이에 가세, 중소물류업계의 반발은 확산일로로 치달았다. 이들 중소물류 권익단체인 한국복합운송협회, 전국화물자동차주선업연합회, 한국관세협회 등 3개단체는 종물업 인증으로 중소물류업계가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종물업의 핵심쟁점인 하주에 대한 ‘2% 세제혜택’을 철폐하던지, 일반 중소물류업체에도 동등하게 세제혜택을 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와중에 교통개발연구원(KOTI)에서 마련한 인증기준이 턱없이 높아 대형 업체들마저 기준에서 미달되는 것으로 확인되자 이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KOTI가 8월 마련했던 1차 기준안하에선 대한통운과 (주)한진밖에 통과업체가 없을 정도였다. KOTI는 업계의 반발을 의식, 자산형업체와 비자산형 업체간 기준 차이를 두고, 전체 기준도 상위 20% 업체의 수준으로 대폭 낮춘다는 내용의 2차안을 10월에 발표하기에 이른다. 1차안은 자산형과 비자산형간 기준이 같았을 뿐 아니라 기준가능선도 물류업체 상위 10% 수준으로 잡았었다.
그러나 화촉법 개정안의 국회건교위의 통과보류 결정에 따라 인증기준 마련은 고사하고 종물업의 도입마저 불투명해져 건교부 등 정부는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국회 건교위는 지난달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종물업이 시행되면 중소물류기업의 도산이 우려된다고 지적, 중소물류업체 도산방지책을 정부가 마련할 때까지 화촉법 개정안 통과를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중소물류업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법안통과를 위해 국회를 이해시킬만한 도산방지책 수립이 불가피해졌다. 한때 건교부와 중소물류단체 대표자간 방지책 마련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도산방지책 마련보다는 종물업 도입이 이들 업계가 주장하는 만큼 피해가 있지 않을 뿐 아니라 3자시장 육성에 따라 오히려 화물이 늘어난다는 이른바 ‘종물업 긍정론’으로 건교위 통과를 모색하겠다는 ‘맞불작전’을 택했다. 종물업 도입으로 3자물류의 활성화가 이뤄지면 중소물류업체들도 결국 자가물류시장 화물의 유입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이란 논리로 의원들을 설득시킨다는 복안이다.
국회 공전으로 종물업 도입이 일단 관심밖으로 밀려나긴 했으나 건교부가 국회정상화 되면 언제든지 재상정한다고 밝히고 있어 재상정에 따라 종물업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간 공방은 재점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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