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1 20:52
<업체탐방-지정해운> “젊은피 무기로 큰일 내렵니다”
설립 후 매월 영업실적 급 신장…업계 내 관심 고조
10월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각종 지표가 경기 호전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때를 같이해 새내기 복합운송업체가 매월 급격한 영업실적을 보이며 어려운 복운업계 현실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다. 지난 4월 젊은 피를 무기로 의욕적으로 출발, 항공화물과 해상 콘솔리데이션 전문업체로 관심을 받고 있는 지정해운(대표 백영수)이 바로 그 주인공.
천편일률적인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과 다변화된 서비스방식으로 승부하면 복운업체가 지금의 불황처럼 꼭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란 해답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지정해운의 급성장은 자못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본지는 지정해운의 백영수 대표이사를 만나 짧지만 굵은 6개월여간의 그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 봤다.
무역센터가 있는 삼성동에 자리한 지정해운 사무실은 신설 업체답게 작지만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자가 찾아갈 당시 백영수 대표는 고객과 서비스에 대한 열띤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잠시도 짬을 내기 어려울 만큼 그들은 급성장하는 포워더로서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미팅을 마치고 백영수 대표는 기자에게 지정해운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지정해운은 올 4월 15일 포워딩업계에서 10년이상 한우물만 판 백영수 대표가 ‘젊은 생각,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으로 문을 열었다. 영업팀장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정해운은 각 팀장들이 포워딩업계에서 분야별 전문가들로, 대부분이 삼십대 초·중반으로 구성돼 회사의 모토인 젊은 생각에 걸맞는 사업프로젝트와 영업채널로 다채로운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영업을 진두지휘하는 백 대표를 필두로 업무팀장인 조재호 과장, 항공팀장 한승학 대리, 콘솔리데이션을 총괄하는 차종은 대리 등이 지정해운이 자랑하는 막강 영파워의 라인업이다. 이들은 예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것이 인연이 됐는데, 백 대표가 지정해운을 설립한 후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특히 업무팀장인 조재호 과장은 해외주재원생활의 경험과 현지 포워더들과의 인간적 유대관계를 통해 지정해운만의 독자적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6월에 정식 포워딩 면허를 딴 후 함께 일할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현재 이들이 저와 한 뜻으로 열심히 따라와 줄 거라 생각됐던 사람들이고, 지금 와서 볼 때 저의 그런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조 과장 같은 경우는 홍콩에서 주재원생활을 하면서 피더선 대표들과 각별한 인간관계를 쌓았습니다. 형식적인 업무관계에서 벗어나 호형호제하는 관계까지 발전한 거죠. 이런 풍부한 해외 인맥이 우리가 경쟁력 있는 운임과 양질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들은 현재 화학제품류와 직물, 벌크화물 등을 주력 아이템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아이템에서 보듯 벌크화물의 점유율이 높은데 이들은 앞으로 드라이벌크 뿐만 아니라 액화벌크 부문 서비스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넘쳐나는 포워딩 업체의 수만큼이나 많은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뒤쫓아간다는 것은 그들의 아류밖에 안된다는 것이 백 대표의 영업철학인 것.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지정해운은 앞으로 펼쳐나갈 서비스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액화벌크서비스의 전문적인 특화와 함께 이들은 중국을 비롯해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에 해외네트워크를 모색중에 있다. 현재 많은 한국기업들이 나가있는 중국의 경우 중국정부에서 강력히 추진중인 서부 대개발정책에 맞춰 서비스루트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정해운이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인도는 한국 제조업체들이 최근 들어 집중투자하고 있는 나라로 중국에 버금가는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막 눈뜨기 시작한 물류시스템은 중국이 예전에 그랬듯 후진성을 면치 못해 통관문제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포워더들이 일하기가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지정해운은 이런 인도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 복운업체의 본분인 인도항만과 내륙을 연결하는 통관 및 운송 서비스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러시아는 경제불안정과 체제 불안으로 투자가 꺼려졌던 게 지금까지의 투자상황이었다. 특히 대금회수문제와 화물운송에 대한 안정성 문제로 중소복운업체들이 진출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게 복운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강력한 경기 부양책과 사회 치안정책을 마련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전자제품과 생필품 위주로 한국산 제품의 대러시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브라질은 다 알다시피 극심한 인플레와 경기 불안으로 경제의 블랙홀이란 말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자연자원과 소비시장을 생각해볼 때 그들의 시장성은 꽤 잠재력이 있습니다. 시장성은 있다고 충분히 인식하지만 지금까지의 여러 문제로 선뜻 진출하기가 망설여졌던 시장이 바로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입니다. 우린 이미 이들 시장에 대한 현지분석을 다 해놓은 상태로 신뢰할 수 있는 해외운송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정해운은 또 운송패턴이 국내 제조업체들의 대거 해외이전으로 FCL카고(풀컨테이너 화물) 중심에서 LCL카고(풀컨테이너보다 적은 화물)와 항공화물 중심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 속에서 고부가가치상품 위주의 소량 화물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항공화물과 콘솔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복합운송업체로서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백 대표는 하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화물경로에 대한 추적 서비스를 개발해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들을 통해 지정해운이 추구하는 고품질서비스를 체계화하겠다는 것.
지정해운은 이런 계획들을 원활히 수행하고 그에 따른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기위해 해외 파트너들에게 지정해운과의 독점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타업체들과의 다중계약이라면 지정해운의 이같은 여러 서비스와 요구사항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정해운은 ‘젊은 생각, 사람 중심'이란 경영철학에서 알 수 있듯 사원들의 복지에 대해 각별하다.
“포워더에겐 사람이 재산입니다. 화물만 중시하고 직원들에 대한 투자를 간과하는 경영자들이 많은데 화물을 핸들링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직원들에 대한 투자는 곧 회사자체에 대한 투자라고 확신합니다.”
백 대표는 사원투자의 일환으로 영업이익 분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정부분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수고한 직원들에게 다시 나눠주겠다는 것. 이는 곧 직원들의 업무력 향상으로 연결돼 회사가 더 발전하는 기틀이 될 수 있다는 게 백 대표의 생각이다.
또 영업 및 콘솔 담당자들에게 해외출장의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백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기존 업체들이 일정영업담당자만 지정해 해외출장의 기회를 줬던 것에 반해 백 대표는 업무담당자들까지 확대해 현장체험을 하게 한다는 것. 화물핸들링을 현장성 있게 하려면 화물이 운송되는 루트를 직접 눈으로 체험해야 하며, 이것은 곧 고객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이런 백 대표의 사람 중심의 경영은 곧 회사내 분위기로 이어져 ‘즐겁게 일하자’가 그들의 사훈으로 정착했다. 자기집처럼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회사가 마련해줘야겠다는 취지다. 백대표는 10년 넘게 포워딩업계에 투신하면서 기존 관행과 경영마인드를 좇아가는 여러 업체들을 보면서 현재 지정해운의 모습을 마음속에 품게 됐다고 말한다.
상하의 의사소통이 막히지않아 아래 직원의 생각이 최고경영자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백 대표가 현재 지향하는 지정해운의 상이다. 이는 곧 직원들이 현 포워딩 업계처럼 쉽게쉽게 직장을 바꾸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지게 해줄 것이라고.
“지정해운은 첫 번째가 사람 중심이고 두 번째가 양질위주의 서비스입니다. 이 둘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모든 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행해지는 만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없는 겁니다. 그와 더불어 신뢰할 수 있는 해외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 구성도 무한경쟁시대의 포워딩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 요소입니다. 우린 젊은 피를 무기로 신선하고 공격적인 영업으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지정해운이 우리 포워더 시장에 한획을 긋게 될 겁니다.”
글·이경희기자(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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