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8 09:24
이라크전 장기화조짐…해운업계 초긴장, 항공ㆍ수출업계도 물류비가중에 ‘안절부절’
전체 수출차질 증가불구 중동지역 비중적어 다소안도
지난 20일 美부시대통령의 공식적인 전쟁선포로 발발한 이라크전은 1주일이 지난 27일 현재 전세계 무역 및 항공운송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세계 항공업계가 이라크 전쟁으로 최대 100억 달러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24일 밝혔다. 아사드 코타이테 ICAO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공업계는 지난해 12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면서 올해는 이라크 전쟁의 부정적 영향으로 손실이 추가로 100억 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전으로 인한 국내 수출차질은 개전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동지역 수출업체들을 상대로 수출차질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에는 지난 24일까지 이미 406건에 5천669만8천달러의 피해실적이 신고됐다.
그러나 대기업 등의 경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만큼 수출차질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당장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해상운임을 비롯한 물류비의 상승으로 대다수 기업들이 채산성 악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동지역 운임의 경우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1천300달러에서 1천550달러로 19.2%나 이미 올랐다. 유럽지역도 유류할증료가 4월초부터 40피트짜리 컨테이너당 194달러에서 224달러로 오를 예정이어서 컨테이너 운임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해운사뿐만 아니라 항공사들도 유류할증료를 속속 인상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등 국적항공사는 유류할증료제도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적항공사, 건교부에 유류할증료도입 요청
하주들, “차라리 할인폭 조정이 바람직”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달 건설교통부에 한국발 항공화물의 유류할증료제도 도입을 건의, 승인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하주협의회의 강력한 반대와 전쟁발발 등 대외적인 상황으로 3월말 현재까지 도입이 유보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하주사무국에 따르면 하주들은 국적항공사가 건설교통부에 신청한 한국발 항공화물의 유류할증료도입에 대해 하주들의 채산성 악화와 대내외적인 수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이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보다는 차라리 현행운임의 할인(Discount)폭을 조정함으로써 항공사들이 원가보전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하주사무국은 지난 20일 물류전문지 기자단과 이우원이사 등 사무국관계자들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항공화물 유류할증료 도입에 대한 새로운 발언을 해 이에 따른 항공사와 건교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하주사무국 관계자는 “이미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도입이 전 세계적 추세라면 항공사 자체적으로 항공 유류가지수(Jet Oil Price Index)를 설정하는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며 “우리는 항공사, 정부와 공동협의를 통해 항공유류가지수의 기준을 새로이 설정해 항공사가 마음대로 지수기준을 설정하는 것을 예방하는 한편 정부 주도로 정식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했다.
실제로 국적항공사가 정부에 유류할증료제도의 도입을 요청한 건 이번이 4번째. 정부의 승인이 번번히 결렬돼 국적항공사들은 하주들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유류할증료의 도입은 원가보전을 위한 것이다. 벌써 4번째 승인요청인데 때만 되면 하주들이 물류비가 올라 ‘수출의걸림돌’이라고 들고 일어나 번번히 반대에 부딪혀 안타깝다”며 “한·미협정이나 한·독협정아래 외국적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인정하면서 국적항공사들의 요청은 꿋꿋이 결렬시키는 정부의 방침이 이해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 취항중인 일부 외국적항공사들은 이라크전쟁발발 이전부터 항공유의 지속적 인상에 따라 유류할증료 도입(인상)을 추진해왔다.
루프트한자는 24일자로 킬로그램당 종전의 190원에서 250원으로 인상했고 중국남방항공은 이미 17일자로 킬로그램당 100원의 유류할증료제도를 도입했다.
또 유나이티드항공, 노스웨스트, 폴라 등 미국계 항공사들은 4월 1일부로 킬로그램당 15센트에서 20센트로 인상할 계획을 밝혔다. 대한항공도 4월 1일부로 한국발 제외 전 지역발 항공화물의 유류할증료를 킬로그램당 15센트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공식성명을 통해 유류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운영비로 인해 최적 서비스 제공에 곤란을 겪고 있는 입장을 피력하며 이 같이 밝혔다.
항공사들, 중동지역 운항중단확산
한편 이라크전발발로 항공사들은 운항중단 및 중동항로우회를 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적항공사는 중동발 전용화물기의 투입이 없었으며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기가 주2회 인천-두바이-카이로를 운항중이였으나 지난 24일부터 내달 23일까지 한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와 여객기 모두 중동취항이 없었다.
그러나 외국적항공사들의 경우 중동지역의 운항중단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타이항공(TG)은 전쟁발발 하루 전인 19일부터 주3회 서비스했던 방콕발 쿠웨이트, 바레인항로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영국항공(BA)도 이스라엘과 쿠웨이트의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이밖에도 루프트한자는 쿠웨이트, 사우디(제다, 리야드), 바레인, 카타르(도하)의 운항을 중단했고 싱가폴, 말레이지아, 프랑스등 주요 항공사들도 중동지역에 대한 운항감축을 검토중에 있다.
한편 유럽노선의 경우 정상적인 항공스케쥴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중동에서 멀리 벗어난 임시항로로 우회하는 바람에 운송비용이 늘어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그동안 유럽행 화물편은 타슈켄트를 경유(급유를 위한 Technical Landing)해 유럽으로 갔으나 전쟁발발과 함께 러시아 시베리아 영공을 통과, Non-stop 운항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관계자에 따르면 “종전엔 타슈켄트를 경유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유럽까지 가는데 필요한 기름을 넣었지만 현재는 우회항로를 이용해 인천에서 유럽까지 곧바로 가는데 필요한 기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화물을 덜 실을 수 밖에 없어 손해”라고 한다.
이에 따라 15~20%의 구주발 항공스페이스의 부족이 예상되며 현재 운임수준은 변동 없으나 향후 구주발 항공 화물 공급스페이스 부족사태가 발생될 경우 운임인상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교부, 여객기화물 보안검색 강화
한편 건설교통부는 20일 이라크전 발발과 함께 여객기에 탑재되는 모든 항공화물을 전량 보안검색하도록 지침을 내려, 항공사들에 미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항공사의 여객기탑재 화물 검색 방법의 경우 X-Ray검색과 개봉검사 그리고 폭발물을 거르기 위한 24시간 장치의 3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건교부의 발표로 ‘24시간 장치’는 시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실제로 건교부는 지난해부터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을 정비, 항공사에 여객기와 화물기에 탑재되는 모든 화물에 대한 보안검색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르는 세부지침과 기준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아 그 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번 이라크전 발발에 따른 보안이 강화됨에 따라 건교부가 여객기 탑재화물에 대한 전량 개봉검사를 실시케 한 것이다. 한편 대한항공등 항공사들은 전쟁발발 직후 자체 보안등급을 높였다.
산자부·무협, 비상 대책 마련
이라크전에 의한 수출영향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라크전이 미국의 승리로 단기간에 마무리될 경우에는 직접적인 수출 차질은 3억∼4억달러에 그치겠지만 6개월가량 끌 경우에는 중동지역 수출 차질만 15억∼1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고유가와 함께 세계 경기의 둔화로 그 영향이 대 중동 수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로 유가가 연평균 20% 오를 때 무역수지는 53억달러 가량 축소될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의 추정.
반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에는 지난 91년 걸프전당시 상황을 일례로(전쟁이 끝난후 위축됐던 중동 각국의 국내 투자활동이 점차 회복, 연간 26.4% 증가) 오히려 전반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에는 우리의 대응에 따라서는 수출을 늘리는 호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자원부는 자동차, 반도체 등 대부분 업종에서 대 중동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수준으로서 수출감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석유화학업종에선 유가급등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 등으로 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유가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동시에 수출, 내수, 투자가 동반 침체되는 상황 발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거의 대부분 산업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자동차, 일반기계, 전자업종의 침체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산자부는, 우선 수출금융, 보험지원 등 수출촉진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아울러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에는 특소세 한시적 인하, 설비투자 세제감면 확대, 수입원자재 관세인하 등 산업활성화 대책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주요 수입국과의 통상마찰 대응 강화와 대체 수출시장 개척 활동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또 산자부는 전쟁 발발로 해운과 항공운임에 전쟁 및 보안할증료가 대폭 인상될 것으로 판단, 수출입물류개선협의를 통해 적정선에서 요금인상을 유도키로 했다. 해운운임의 경우 걸프전 때는 전쟁위험할증료가 100~2천달러로 인상됐고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격 당시에는 150달러로 오른 바 있다. 산자부는 특히 수출보험공사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이란, 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용도가 3-7등급인 국가에 대한 수출보험 요율을 등급에 따라 20~65% 할인해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물류·조사·통상·금융 및 세제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미-이라크사태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이라크전쟁에 따른 수출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각종 애로사항 타개를 통해 중동지역 수출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어 이라크전으로 맞게 된 하주들의 난국 타개에 보탬을 주고 있다.
하주들, 물류비증가로 예산증가 예상
한국타이어의 경우 이번 이라크전으로 인한 수출피해는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중동지역은 쿠웨이트항을 통해 들어갔는데 3월 15일부로 이 항에 발효된 수검때문에 선적을 일찍 포기한 덕분에 20일 전쟁발발로 군사목적으로 쿠웨이트항이 폐쇄된 것으로 입은 피해는 전혀 없다고 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라는 아이템의 특수성 때문에 물량이 줄어들거나 하는 현상은 전혀 없으며 다만 선사들의 운임인상이 관건”이라고 하며 “4월 1일부로 중동취항 선사들이 합의 발표한 운임인상건에 적극적으로 맞서 운임협의를 통해 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이번 이라크사태에 따른 물류비 증가로 당초 잡았던 예산이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자체 전망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이라크에 처음으로 대량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나 이라크전으로 인해 수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작년 9월께 이라크에 3천대의 차량을 수출키로 계약했으나 수출물량은 유엔(UN)의 승인을 거쳐 신용장을 개설한 상태에서 작년말 이라크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렵게 돌아가면서 선적 및 운송이 보류됐으며 해당 수출물량은 약 4천500만달러어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KOTRA 정종래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이와 관련,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MOU(양해각서) 거래 방식으로 수출이 진행된 만큼 수출 계약은 계속 유효하다”면서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전쟁 뒤에라도 거래가 최종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이라크에 수출되는 국산 자동차로서는 최대 물량으로 국산차의 본격적인 이라크 시장 진입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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