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7 17:52
외국선사대리점 ‘사양산업’ , 끝이 보인다 ?!
선주, 한국 선복할당량 줄여
완전개방이후 출혈경쟁 속 빈부 격차 심화
세계 유수선사 지사·합작법인으로 대부분 전환
2001년 말 (2002년 자료 아직 집계되지 않음) 현재, 총 327개의 대리점 협회 회원사들중 국제해운대리점협회에 신고한 - 회원사들 중 수수료 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회원사가 속출함에 따라 더 이상 협회를 통한 공식적인 수수료 수입 발표는 하지 않는다 - 국제해운 대리점 수수료 수입액은 11억 달러(1조4,300억원)를 약간 웃돈다. 대리점 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대리점들이 대략 회원사들의 숫자와 비슷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국내 들어와 있는 모든 외국선사 대리점들이 벌어 들이는 외화수입은 11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다.
1995년 이후 수 년 동안 ‘12억 달러’ 이상 이라는 경이로운 수수료를 벌어들이면서 그야말로 해운업계의 호황을 온 몸으로 같이 누리면서 번영을 구가했던 해운 대리점이었다.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해운업계에 불어온 선대 규모 확장, 항로 별 서비스 증가 등은 그 동안 선사와 대리점이 누렸던 즐거움을 일거에 날려 버렸다. ‘어렵다 어렵다’를 외쳐 온 2001, 2002년을 거치면서 국내 대리점 업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는 해운시장 침체와 함께 어려움이 몰려왔다. 그 어려움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3대 국적선사 중 하나로 꼽혔던 국내 굴지의 조양상선이 2001년 결국 파산의 길을 걸었고, 현대상선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사 선박과 터미널을 팔고 회사 건물까지 내다 팔았다. 또한 몇 달 전에는 자동차 운반선 부서가 팔린 데 이어 ‘대북 송금’에 연루되어 현대상선으로서는 바람 잘 날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해운 회사들의 주가는 4, 5년 전에 비해 1/10 가량으로 떨어져 몇 만원 대를 호가하던 주식들이 몇 천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원인에 대해 2003년 새로운 국제해운대리점협회장으로 선출된 우성해운 홍용찬 사장은 ‘선사들간 과당 경쟁에 의한 해운 경영’을 들었다. 이는 외국적 선사를 대신해서 국내 화물 영업 및 선박의 국내 입항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처리하고 있는 대리점사들의 문제점이기도 하다는 것.
현재 해양수산부에 등록되어 있는 대리점 수는 720여 개 정도. 2001년 말 해운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제 해운대리점업과 지방 해운대리점업간 구별이 없어지면서 서울 및 지방에 있는 국제해운대리점은 물론 지방해운대리점까지 모두 아우른 숫자이다.
사실 대리점의 수가 팽창하다 보니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리점들끼리 부대끼고 있는 형편이다. 대리점을 유치하기 위해 선주에게 달려가서 더 낮은 %의 대리점 수수료를 제시함으로 치고(덤핑) 들어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이러한 현상은 주로 정기선보다는 부정기선에서, 대형 프린시펄보다는 소형 선주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대리점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국제해운대리점협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281개 국제 해운대리점 업체들 중 정기선 대리점은 50여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정기 대리점 업체들이다.
실제적인 강제 효력은 없지만 가이드 라인으로 제시된 대리점 수수료 표에 따르면 대리점이 프린시펄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선박 유형에 따른 Basic Agency Fee ▲국내 항만 입출항 및 선박 수리, 선박용품 제공 등에 따른 서비스료 ▲화물 집화 수수료 ▲컨테이너 관련 수수료 ▲ 그 외 경우에 대한 추가 요금 등을 든다. 그러나 실제 협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국내 대리점들의 경우 크게 대리점 수수료와 집하 수수료로 나누어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일반적으로 정기선 대리점의 경우 주로 화물 집화 수수료를, 부정기선 대리점의 경우 대리점 수수료를 받는데 물론 두 가지 수수료를 다 받는 능력(?)있는 대리점도 있다.
대리점 수수료 자율계약
기본적인 수수료 책정은 아웃 바운드의 경우 대략 기본 운임의 5% 선에서, 인 바운드의 경우에는 절반인 2.5%선 정도로 대리점마다 프린시펄과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다르기에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수수료가 기본 운임의 몇 %라고 하지만 최근 들어 운송 수단이 다양화되면서 어느 선까지 기본운임에 넣을 지 역시 프린시펄과의 협상과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정기선 대리점의 경우 수입은 전적으로 화물 집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대리점 업계는 화물이 없어 선복 할당량도 제대로 못 채우는 실정이다. 각 지역 서비스에 10개 미만의 선사들이 서비스를 할 때만 해도 대리점의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다. 적당한 운임에 적정량의 화물이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선박 대형화는 화물 증가율을 초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화물 운임은 시장에서 형성된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요 항로에서 조차도 선복량을 못 채우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선사들은 선사간 선복 스왑(swap)을 하는가 하면 남는 선복을 팔기도 했다.(slot purchase) 하지만 이러한 선복 교환이 모든 선사로 하여금 모든 지역 서비스를 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아, 결국 시장에 새로 들어온 선사는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운임을 떨어뜨리고 결국 항로 수익률은 바닥으로 치닫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었다.
국내로 시야를 좁혀 보자. 국가적 차원에서 밀고 있는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가운데 나타난 ‘Two Port 시스템’은 오히려 국내 운임 시장 하향화에 일조한 것이라고 한 대리점 관계자는 일갈했다. 즉, 새로운 항만이 나타나면 이 항만으로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항만 사용료 할인과 함께 기존 항만보다 운임경쟁력을 갖기 위해 선사로서는 운임을 할인해서 하주와 협상에 들어간다. 선사와 협상하던 하주는 기존의 항만 운임이 신규 항만 운임보다 비싼 것을 알고 선사에게 국내항의 경우 동일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 결국 동반 운임하락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국내시장 해운운임 하락에는 난립해 있는 포워더도 한 몫을 하다고 최근에 개업한 한 포워더는 말했다. 국내 정식 등록한 포워더들의 수가 수 천여 업체를 웃도는 상황에서 정정당당한 상거래를 유지하는 포워더도 있지만 시장을 흐리는 포워더 역시 존재하게 마련이어서 이 선사 저 선사 다니면서 말을 옮겨 선사들을 상대로 한 운임 덤핑을 한다.
결국 이러한 운임 혼탁은 해상 운임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현재 운임 수준이 80년대 운임 수준의 절반 정도라는 이야기가 대부분 대리점들의 탄식이다.
물론 1980년대 우리 나라는 국적선이라고 내놓을 만한 변변한 선대를 구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의해 화물은 실려 나가야 하는데 화물을 실을 국적선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으니 화물의 운임이 높을 수 밖에 없었고 명백한 하주국이었던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한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성해운 홍용찬 사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선박 운임을 결정할 때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범주에 속해 대만, 홍콩보다 비싼 운임을 내야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하주들이 수출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2002년 말 현재 우리나라 선박 보유 척수는 364척으로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까지 합하면 1,145만8천 G/T이며, 수출입 물량은 4,722만 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 물량의 경우 수입 원유의 비중이 커서 전체 수치가 늘어난 것을 고려해 수출 물량만 따지면 1,213만 8천 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주국
이제는 80년대와 같이 일방적인 ‘하주국’이라는 논리를 펼치기 보다는 선주국으로서의 위상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해운업 관련자들의 주문이다. 하지만 현재 해상 운임은 8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이 운임으로는 도무지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 또한 한결같은 소리이다. 특히 한일항로의 경우 소석률이 30%를 넘지 못해 취항하는 선사들은 그야말로 적자경영까지도 떠 앉고 있는 실정. 배가 만선(滿船)으로 나가는 미주, 유럽 항로의 경우도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는 한일 항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선사가 적자를 본다고 해도 선사들의 운임 회복의 길은 지난(至難)하기만 하다. 한번씩 운임을 올리려고 할 때마다 ‘운임 담합’이라는 족쇄가 붙들고 있어 개운치 않은 데다 개개 선사들이 화주와 협상을 거쳐 시도하는 운임 인상도 천차만별인 것. 결국 대부분의 선사들은 운임인상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번번히 실패하게 되고 국내 운임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자조적인 한탄마저 쏟아져 나온다. 국내 대리점들의 한탄은 선사들이 한국에 주는 선복 할당량을 줄이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렇게 확보된 선복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으로 고스란히 넘겨진다. 중국은 물량도 많을 뿐더러 우리나라보다 운임도 더 높게 책정되어 있어 선주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장인 셈이다.
한국 할당선복량 갈수록 줄어
현재 유럽이나 북미 항로의 경우 선사들의 자발적인 선복 감축에 의해 화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화물의 오버 북킹(overbooking) 사태가 발생하고 이러한 경우 화물을 자르게 되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 대리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주로서는 선박 운항에 따른 채산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왕 짐을 싣게 되면 운임이 좋은 중국 화물을 한국 화물보다 선호하게 되고 더 많은 선복을 할당해 주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우리나라에 모선이 직기항하기 전인 1970년대 전체 수출물건 가격에서 해상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많으면 30%까지 올라가곤 했다”고 한 선박대리점 원로는 회상했다. 하지만 오늘 날 우리나라도 당당하게 선주국 대열에 끼게 되면서 공급이 여유로와져 전체 물건 가격에서 해상 운임은 불과 1%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선사 및 대리점 관계자들은 현재의 한국운임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 비해 운임 경쟁력을 잃고 있는 한국 시장은 선사가 한 번 운임을 올리려고 할 때마다 가장 큰 불만을 터뜨린다”면서 “선사들이 자꾸 한국에서 선복량을 줄여 나가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한국에서 수출하기 위한 해상 기본 운임이 지금의 몇 배로 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선사의 운임 인상 등에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상황을 돌아보며 때론 앞 날을 내다보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한 선박대리점 관계자는 “해운 회사들이 모두 망하고 난 뒤 수출입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극단적인 경우 다시 옛날의 하주국으로 돌아가 비싼 운임에 물건을 수출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주 국가일 때에는 저(低)운임 정책이 백 번, 천 번 국가적 차원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선주국으로서는 당연히 고(高)운임 정책이 국가 경제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홍용찬 신임 국제해운대리점협회장은 “정기선 시장의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협회 내 정기선 분과위원회를 개최하여 실무자뿐 아니라 사장단 회의도 자주 열어 어려운 운임 시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국적선사의 사장단들과의 연석회의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점 구조조정
결국 대리점들의 화물유치가 어려워지면서 당연지사 대리점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연스레 구조조정 소리가 흘러 나오고 비용 감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는 시스템에서는 해운업계 자체 경쟁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흑자를 내지 못하는 대리점의 경우 영업 기능은 포워딩사로 넘기고 대리점 운영 기능만 보유하고 있는 곳도 나타났다. 또한 인건비 면에서도 자연스럽게 성과급으로 바뀌면서 대부분 (정기선) 대리점사들이 연봉제를 선호, 급여를 지급한다. 대리점 운영마저 어려운 데가 나오면서 일부 대리점사들에서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리베이트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워낙 세상이 각박해지고 먹고 사는 게 어려워지자 리베이트를 원하는 대리점 영업 사원들도 나타난다는 것.
전임 국제해운대리점협회 마상곤회장은 “작년 협회 회원사들 가운데 49개 업체가 회비 장기 체납 등으로 인해 협회 회원사에서 제적됐다”면서 “1~2년 동안 계속 연락하려고 노력했지만 연락이 끊긴 곳도 있었고 설령 연락이 됐어도 가 보면 사무실 운영조차도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업체가 많았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한편 지난 2월 말 부산 D흥산 종합보세창고에서 D/O(Delivery Order)없이 화주가 화물을 무단 반출, 100억원대 냉동 화물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수입 화주가 OB/L (선하증권 원본)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네고(입금)를 한 후 선사에 OB/L을 주고 D/O를 발급 받아 CY에서 화물을 찾아 냉동창고에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주의 자본력을 믿었던 선사들이 D/O없이 CY에서 짐을 내주도록 함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한중항로의 경우 냉동컨테이너가 워낙 시급을 다투는 물건이라 하주가 OB/L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D/O없이 화물을 찾아가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그 가운데 화물 분실 사건도 가끔 있었던 것. 하지만 이번처럼 규모가 컸던 적은 없었기에 이번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선사 및 대리점의 눈이 쏠려 있다.
대리점업계의 한 고위급 임원은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해운업계에서 ‘관행’으로 이루어져 왔던 D/O없이 화물을 무단 반출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관행을 고치기 위한 대가로서는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고 아쉬워했다.
D/O없이 무단반출 “없어져야 할 관행”
“이번 경우에도 일단 선사(대리점)가 화주로부터 OB/L을 받고 D/O를 발급해 주는 정상적인 수순을 밟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어겼다는 점에서 선사의 책임도 반 정도는 있다”고 이 임원은 덧붙였다. 또한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선사 및 대리점들이 화주를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 기본을 어겨 가면서까지 영업활동을 한 것도 사건 발생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러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사들이 나서서 관행으로 통하고 있는 'D/O없이 화물 반출시키는 일'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또한 협회 차원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적으로 기본을 교육시키고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문이다. 계속적으로 이 일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하게 되면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점차 관심을 갖고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해운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리점업계에 불고 있는 바람 중 하나가 선사들이 대리점을 현지 지사나 합작법인으로 바꾸고 있는 것.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홍 용찬 우성해운 사장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우선 대리점 수수료만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정기선 대리점의 경우 프린시펄들은 지사를 설치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아직 대만이나 홍콩의 그것에 많이 못 미치지만 인건비의 경우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그러다 보니 대리점 운영에 필요한 영업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프린시펄에서 직접 나서서 하기로 결정한 것. 또 다른 이유로는 대형 프린시펄의 경우 일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서 결정을 요구하는 곳이 많지만 대리점으로서는 이러한 욕구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에 발 맞춘 支社화
또 다른 대리점업계 고위 임원은 시장의 세계화(globalization)가 일어나면서 화물이나 서비스의 국적을 따지기가 상당히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면서 화물의 다국적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도 여기저기 지역본부를 세운다고 했다. 흩어져 있는 지역본부끼리 서로 일을 같이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동일화가 요구되고 대리점의 경우 이러한 흐름에 쉽게 동참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즉 대리점일 경우 선사 본사에서 직접 통제하기가 힘든 만큼 선사로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해운 대리점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대리점의 지사화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뚜렷한 TREND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 들어 와 있는 외국선사 지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지사의 장점으로 선대운영의 flexibility, 개개인으로 보았을 때 해운물류를 보는 시각의 확대, 교육기회의 확대 등을 들었다.
Global carrier의 경우 선대 운영의 효율성이란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선사로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빠른 유동성을 원한다. 선사와는 다른 체계를 가지는 대리점으로서는 이러한 선사의 flexibility 요구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점차적으로 대형 화주들이 늘어나면서 각각의 지역 지사들은 서비스의 일관성(효율성)을 맞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화주와의 계약이 한 나라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 다국가적 계약이 존재함에 따라 다양한 나라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대해 일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선사들의 지사화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支社, 침체기 내공깊어
국내에서 처리하는 화물량에 민감한 대리점들과는 달리 지사의 경우는 효율성에 보다 강조점을 둔다고 한다. 해운 경기가 안 좋은 요즘 같은 때 대리점들은 화물을 실기 위해 피를 말리는 영업전쟁을 벌이지만 외국지사들은 화물 증가 외에 다른 대책을 찾는다. 예를 들면 항만에서 컨테이너 detention을 줄이고 demurrage cost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는 것.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줄어든 화물량을 상쇄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입이 화물량에 의존하게 되어 있는 구조의 대리점들은 운임이 떨어지고 화물량이 줄어들면 1년 만에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사들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거쳐 상황이 악화되어도 상대적으로 견디기가 수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대형 선사들은 대부분 외국 지사이거나 합작 법인 형태를 띠고 있다. 불과 1~2년 전 합작 선사로 바뀌었던 A대리점은 조만간 순수 외국지사로 거듭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탄탄한 운임수입을 자랑하던 B대리점도 올해 안에 조인트 벤처로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들려온다. 이제 선주들도 더 이상 별개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대리점보다는 그들이 직접 뛰어들 수 있는 합작회사나 외국지사 형태를 선호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대리점 체제에서 외국 지사나 합작회사 형태로 바뀔 때 고용 효과 면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 매정하게 정리 해고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아직은 국내 정서상 고용 승계가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 다만 총 책임자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모든 선사가 대리점을 지사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프린시펄이 판단할 사항이지만, 때로 프린시펄은 지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대리점으로 놔두는 것이 신경쓸 일 없이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리점이 프린시펄을 100% 이상 만족시키고 굳건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리점 스스로 나쁜 관행들을 정화시키고 합리적인 운임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이상적인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비용절감 노력 등에 돌입한다면 대리점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린시펄에게도 대리점에게도 도움이 되는 강력한 win-win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앞으로 대리점의 시대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제해운대리점협회 홍용찬 신임 회장은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이라도 하듯 “앞으로 협회 사무국 운영을 위한 사무국 운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홍회장은 현재 회원사들이 내는 협회비의 70%가 협회 사무국 인건비로 나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그 동안 경직된 예산에 매여 제대로 처리 하지 못했던 쪽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홍회장은 사업 활성화를 위해 교육, 연수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면서 “개개의 해운대리점들이 하기에 힘들었던 일들을 협회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를 위해 비슷한 욕구를 가진 타 협회와도 얼마든지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즉 사업분야가 비슷한 선주협회, 복운협회 등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하는 것을 고려해 볼 것이라고. 특히 홍회장은 그동안 누누히 주장해 왔던 ‘대리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대리점’은 점포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상법상 체약 대리인으로 S/C와 선하증권 등을 발행하고 있는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본금 없이 설립된 외국계 지사인 경우 협회 준회원으로 되어 있는 상황을 협회 정관을 바꾸어서라도 고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회장은 국제해운대리점협회라는 명칭보다는 ‘국제해운대리인협회’, ‘국제해운협회’ 등으로 협회 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글·백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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