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5 12:32
항만노조 태업 등으로 5개월째 줄다리기를 해 온 미국 West Coast (태평양 연안) 항만들이 지난 9월 29일 밤부터 무기한 직장폐쇄에 돌입, 관련 해운업계를 비롯 무역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다국적 해운 회사와 미국에 기반을 둔 터미널 업체들을 대표하는 태평양 해운 협회(Pacific Maritime Association, PMA)는 국제연안ㆍ창고노조(ILWU)의 집단 태업에 반발, 지난 9월 27일 오후 6시부터 36시간 이어진 1차 직장 폐쇄에 이어 29일 저녁 7시부터 무기한 직장폐쇄를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연간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물량을 다루는 샌디에고에서 시애틀에 이르는 서부지역 29개 항구의 발이 당분간 묶이게 돼 미주지역 수출입 물류 수송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PMA의 서부 항만 무기한 직장폐쇄는 지난 5월 이후 ILWU측과 임ㆍ단협 갱신 협상을 벌이면서 일부 노조가 7월 1일 협상 시한을 넘기고도 태업을 계속하자 냉각 기간을 갖기 위한 조치로 취해진 것. ILWU와 PMA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인력 감축을 놓고 현 수준의 고용유지, 작업영역 확대 등을 놓고 정면 대립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ILWU 지도부는 노조가 직장폐쇄를 불러 올 만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PMA는 태업과 주요 하역장내 노동자 배치 소홀, 터미널 내 컨테이너 화물 분실과 같은 10여 개의 부당 노동행위 사례를 들어 폐쇄 논리를 고수했다. PMA측은 ILWU측에 ‘계약 갱신 혹은 계약 연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더 이상의 작업지시는 없을 것임을 통보한 상태이다.
PMA와 ILWU간 노사분규로 하루 1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초래되는 현상이 10월 1일 현재 3일째 계속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항만마비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파장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사태해결을 촉구하였다. 미 연방당국도 직접 중재에 나섰으나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미 연방 중재-조정위원회는 지난 10월 1일 PMA와 1만 500여 명의 항만 근로자를 대표하는 ILWU의 협상 중재에 나섰으나 시작도 되기 전에 실패했다. ILWU 협상단은 이날 중재-조정위가 주선한 협상장에 PMA측 협상 대표들이 총기를 휴대한 경비원과 함께 나타나자 “PMA가 직장폐쇄로 미 경제에 총구를 겨누더니 이제는 진짜 총으로 우리를 위협한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연방 중재-조정위 측은 이에 따라 양측과 각각 별도의 회담을 가졌으나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ILWU측은 특히 “연방당국의 의견만 들었을 뿐 현재로선 연방당국의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중재가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중재를 위한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항만을 다시 여는 것이 우리 경제에 중요하다"면서 노사 양측에 중재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그러나 항만운영 재개를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PMA와 ILWU는 전날 밤인 9월 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협상에서 거의 진전을 보지 못했으며 10월 2일에도 계속해서 협상을 재개했다.
현재 한국발 북미행 화물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선적 작업은 원래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미 서안 항만으로 들어간 선박은 외항 대기상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한 롱비치 앞바다에 선박 100여 척이 하역을 못한 채 대기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선적되어 국내로 들어오는 선박도 모두 미국 내 항만에 그대로 묶여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내륙철도운송도 전면 동결되어 미국 내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 미 서부 항만이 마비되면서 수 백 여 척의 선박이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수입품 하역 작업을 하지 못하고 연안에 대기 중이며, 항만 밖에서 수출품을 실은 수 백 대의 트럭도 줄을 서 항만 운영이 재개되길 기다리고 있는 실정.
특히 미국으로 수출하는 연간 70만TEU의 물량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44만TEU를 미 서부항만에서 처리하고 있는 우리 수출업계들로서는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이 힘든 실정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미 수출에 엄청난 타격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직장 폐쇄에 따른 현지 상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시에 선주협회, 하주협의회, 주요 선사 등과 비상 대책반을 운영중인 해양수산부와 긴밀한 협의를 벌였다. 산자부 관계자는 “수출 물량의 납기 지연으로 바이어 측이 클레임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캐나다 밴쿠버나 미국 동부항만 등으로 우회할 경우 물류비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 연방정부가 10월 3일 중재조정위원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여서 3일이 최대 고비”라면서 “노조 측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직권조정 명령이 내려지면 군 병력을 포함한 대체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아시아지역 해운회사들로 대부분의 수입을 북미/아시아간 해운항로 운임을 통해 벌어들이기 때문에 서부지역 항만폐쇄는 치명적인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미국 내 한 신문은 전했다.
세계 3위 해운사인 에버그린의 엘리시아 첸 대변인은 “이번 사태로 인해 이미 상당한 매출 손실을 입었다”며 “노사 양측의 회담이 재개돼 하루 빨리 원만하게 타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서부지역 항만 폐쇄로 인한 파급 효과가 아시아 증시 해운 관련 주로 직접 전해지고 있다”며 “협상타결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9월 30일 대만증시에서 에버그린 주가는 장중 4.3%나 떨어져 10뉴타이완달러선을 위협했으며 Yangming Marine Transport, NOL과 일본 MOL 등도 도쿄 증시 등에서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밖에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비재 생산업체들의 피해도 점차 심화될 것으로 우려됐으며 미국 내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의 자동차 업체 등도 부품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뉴 유나이티드 모터 매뉴팩처링'은 이번 사태로 인해 부품조달이 중단돼 빠르면 2~3일내에 생산라인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택배업체 UPS는 해상운송 대신 항공운송을 택할 경우 비용이 40% 가량 더 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의류 소매업체 갭과 월마트 등도 항만마비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강구 중이다.
특히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최근 들어 물류경비 절감을 위해 재고를 두지 않고 주문 즉시 바로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이른바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항만 폐쇄로 인한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항만을 통한 수출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항공편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 항공운임 상승과 이에 따른 비용증가를 초래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됐다
미 산업운송연맹의 피터 개티 부사장은 항만 마비사태가 4-5일째로 접어들면 “생산업자들은 생산 라인를 계속 가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140만개 업체를 대표하고 있는 미 소매 연맹도 부시 대통령에게 항만운영 재개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면서 항만폐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하루 1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항만이 직장폐쇄(shut-dowm) 상태나 노조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아무리 원활한 해결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최소 2-4주 동안 한 항차 또는 두 항차의 스케쥴 지연은 불가피한 것으로 관련 선사들은 보고 있다. 일단 시작된 항만 지체는 내륙운송 지연으로 이어지고 각 공장 생산라인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면 이로 인한 피해액과 회복기간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라는 것이 선사 관계자들의 전언.
관련선사들은 이번 항만 직장폐쇄에 대해 미국이 보는 손해액이 하루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이에 따라 비록 노사간의 문제지만 부시행정부나 연방 정부가 이러한 사태가 계속되도록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돌고 있다.
선사들은 미 서안의 기항지를 줄여 롱비치에서 타코마를 거치지 않고 곧장 부산으로 들어오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선사들은 미국 내 경제마비 및 혼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미 부시 행정부에서 80일 냉각기간을 선포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80일 냉각 기간이 선포되면 이 기간 동안 정상근무를 하면서 재협상을 해야 하고 불응 시 범법자로 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PMA측은 ILWU가 현재 일반 대졸사무직 직원 초임보다 거의 3-4배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2배 정도 인상 요구를 하고 있어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줄 경우 현재도 적자로 허덕이는 PMA 선사들의 수지가 극도로 악화되며 최악의 경우 일부 선사는 파산까지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U 미 서부 항만 폐쇄 경과
▲ 9월26일 ILWU, 미주 서안 전 터미널에 안전규칙 및 법령 (Safety Rule and Regulation) 준수토록 지시, 초과시간 근무 금지 및 shift 작업시간 철저 준수토록 지시
→ 선사 터미널 마비사태 발생, 선박 대기 및 이로 인한 선박 스케쥴 엉망, 화물 delivery 지연, 철도회사 rail billing 금지 등 문제 발생
▲ 9월27일 저녁 6시부터 9월29일 오전 8시 까지 PMA, 직장 폐쇄 공고
▲ 9월29일 오전8시~오후5시 작업재개
→작업상태 지지부진
▲ 9월29일 7시 이후 PMA , 작업중단 지시 직장폐쇄, 현지시간 10월1일 저녁 6시까지 연장
▲ 9월 30일 오후 2시 PMA·ILWU 회의에 ILWU측 나타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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