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09 16:56

항만관련산업 공정거래법적용 놓고 논쟁

(부산=연합뉴스) 이영희기자= 항만관련산업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의 잣대를 들이대 규제를 해야 하느냐, 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느냐.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상처음 부산지역 항만관련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조사와 시정방침을 밝힌 가운데 6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는 공정거래위 부산사무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관련업계가 한 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공정거래위 부산사무소의 용역을 받은 동아대 김영호(법학과)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해운운임과 하역, 도선 및 예선 등 주요업종에서 공정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한 감시와 제도개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관련업계 중 화주와 하역업계는 대체로 공정거래법 적용을 통한 적정요금 확보와 과당경쟁 규제를 지지한 반면 선사와 예.도선업계는 반대입장을 취했다.
세미나의 주제발표 내용과 업계 관계자들의 토론내용을 요약,소개한다.
◆주제발표(동아대 김영호교수)
해운운임의 경우 시장에 대한 당국의 감시제도가 거의 없어 실제거래되는 운임을 파악할 수 없고 운임공표제도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
또 부두는 경쟁체제인데 하역요금은 경쟁구조가 아닌 기형적인 구조인데다 하역업자간 담합에 의해 거의 동일한 요금을 신고하는 등 요금의 신고 및 인가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도선 및 예선업도 개인 및 업체별 능력의 차이에 불구하고 순번제 방식을 채택, 영업권보장과 자유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김 교수는 해운운임의 공정한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임공표를 위반한 선사에 대한 규제와 해양부의 직권조사 실시, 운임요율제 신고 및 공시하는 한편 해양부와 독립된 별개조직인 `해사조정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사특별부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역요금 부문의 경쟁체제 확립을 위해 협회가 아닌 개별회사별 인가제로 변경하는 한편 다양한 요금체계 도입이, 도.예선분야는 선사가 개별 도선사 및 예선업체와 직접계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항만관련 업계는 특수성과 국가기간산업을 강조하는데 다른 분야에도 기간산업이 많이 있으며 탄력적인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시장에는 반드시 기준이 있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사자간 협의에 맡기면 힘의 논리가 지배하게 될 수 밖에 없으며 우리가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외국선사에 규제를 가하기 위해서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제법이 있어야 한다고 김교수는 주장했다.
◆토론
▲화주(한국무역협회 화주사무국 이순중부장)=해운법 29조는 선주와 화주가 요금을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협의가 안되고 있으나 아무런 규제장치가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가 인가된 하역요금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과당경쟁으로 인해 30%할인된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항만노무제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예.도선의 진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선주(한국선주협회 김영무이사)= 해운운임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아무리 원가를 잘 계산하더라도 수요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요금이 내릴 수 밖에 없다.
시장요금을 규율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맞지 않으며 해상운임은 항상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율을 공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부의 개입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역업(현대부산컨테이너터미널 양원 부장)= 하역업체는 현행 요금에 불만이 많다. 공급과잉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년초 부산항의 3개선석이 추가로 문을 열고 앞으로 부산신항이 개장하는 등 공급이 계속 늘어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경쟁으로 인해 덤핑현상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하역요금은 너무 낮다. 대만 카오슝항은 1.6배, 홍콩과 일본의 하역료는 부산항의 2.5~3배수준이다.
정부가 그동안 하역비를 물가수준에도 못미치게 낮게 책정, 억제해왔다.
공정거래위가 과당경쟁 및 덤핑에 대한 규제를 가해 제가격을 받고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선(선진종합㈜ 고초근 부사장)= 대형선박을 부두에 접안시켜주는 예선은 고도의 안전성을 요구하는 업종으로 공익적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
현재 요율은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유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사용빈도가 높은 예선은 선원들의 휴식시간이 줄어들어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자유화된 여수.울산항의 경우 경쟁으로 인해 항만질서가 문란하고 업체들의 어려움 또한 심하다.
초기투자비가 큰 반면 회수기간은 길어 안정적인 경영기반이 필요한 만큼 현행대로 순번제가 바람직하며 원가보상 개념의 요율이 인정돼야 한다.
▲도선(부산도선사협회 김영주회장)= 도선은 선박과 항만의 안전, 국가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도선업만은 개방하지 않고 있으며 어느 국가도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도선업의 특성을 무시한 경쟁체제도입은 사고로 인한 항만폐쇄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안전을 해치는 어떠한 경쟁도 도입되어서는 안된다.
미국도 100여년전에 경쟁을 도입했다가 많은 희생을 치른 뒤에 순번제로 전환했다.
선사가 도선사를 지정계약하게 되면 도선사가 선사에 종속되고 노후선박 등에 대한 도선기피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해양수산부(해운물류국 김창균 사무관) = 해운법과 항만법은 규제보다는 경쟁력강화를 위한 보호육성에 주목적이 있다.
공정거래분야의 단속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영호교수가 제시한 정책들을 지금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8월에 하역업체의부당요금 실태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으로 있는 등 해양부 나름대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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