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08:56

여울목/ 태생적 해운업 위험이 형사처벌 대상돼선 안돼

​해운협회, ‘해양사고 책임 체계 개선을 위한 성명서’ 발표
 

국내 해운업계가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재판과 관련해 선박 검사 전문기관인 한국선급의 판단을 재판 과정에 반영하고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사고 원인을 규명해 줄 것을 탄원했다.

한국해운협회는 10월20일 발표한 ‘해양사고 책임 체계 개선을 위한 성명서’에서 <스텔라데이지>호 항소심 판결에서 한국선급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을 들어 “해운업계가 가장 신뢰하는 중립적인 기관이 전문성을 가지고 답변한 내용이 사법부에서 고려되지 않는다면 국내 해운업계는 앞으로 어떤 기관의 판단을 믿고 사업을 영위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며 재판에서 한국선급의 판단을 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해운기업은 한국선급의 검사와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사업을 벌이고 선급의 요구에 따라 검사와 승인 절차를 이행하고, 선박을 관리함에도 항소심은 국제협약과 법령에 따라 실시된 한국선급의 <스텔라데이지>호 검사 결과를 믿지 않았고, 이 기관이 제출한 객관적, 공학적 분석 의견도 고려하지 않고 판결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협회는 또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 재판을 진행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원인 규명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양사고 발생만으로 해운회사 임직원들이 처벌받으면 향후 선사가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기준이 불분명해지고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임직원을 처벌하는 일이 반복될 거라는 우려다.

아울러 해운업의 태생적인 위험이 형사책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바다와 기상 등 자연환경의 영향을 직접 받는 해운업의 특성상 기술적 한계나 환경적 복합 변수로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에도 해양사고 결과만으로 선사나 관계자에게 중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해양사고 책임체계 개선을 위한 한국해운협회 성명서>

먼저 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스텔라데이지>호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선원분들과 그 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실을 기다려 온 가족들의 아픔 앞에서, 해운업계는 이 사고의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 해운업계는 최근 선고된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의 항소심 판결과 관련한 재판부의 입장을 존중합니다. 다만 선사 대표이사 개인에게 금고형이 선고된 데 대하여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해운업계를 대표하여 해양사고의 책임 판단 시 고려돼야 할 구조적인 측면들에 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한국선급의 전문적 판단이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선급은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선박의 검사와 안전성 판단을 수행해 온 중립성을 갖춘 전문기관입니다. 국내 해운업계는 한국선급의 검사와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해운업을 영위합니다. 선사는 선급의 요구에 따라 검사와 승인 절차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선박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항소심 판결은 한국선급의 <스텔라데이지>호에 대한 국제협약과 법령에 따른 검사 결과를 믿지 않았고, 한국선급이 항소심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객관적, 공학적 분석의견 회신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특정 회신을 최종적으로 고려할지 여부는 전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할 사안일 것입니다. 다만 그 신빙성을 배척하려면 회신의 작성 경위와 판단 근거, 한국선급의 전문성과 공적 지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에서는 이러한 한국선급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해운업계가 가장 신뢰하는 중립적인 기관이 전문성을 가지고 답변한 내용이 사법부에서 고려되지 않는다면 국내 해운업계는 앞으로 어떠한 기관의 판단을 믿고 사업을 영위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2. 해운업이 태생적으로 내포한 본질적 위험이 형사책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해운업은 바다와 기상 등 자연환경의 영향을 직접 받는 산업으로서,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고유한 해상 위험을 내포합니다. 선박의 안전을 위한 주의의무와 사고 예방 의무는 당연히 엄격하게 준수돼야 하지만, 해양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선사나 관계자에게 중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합니다.

기본적으로 해운업은 거친 바다에 맞서는 개척자 정신을 바탕으로 성립됩니다. 선박은 당대 기술 규정으로도 미처 다 예견하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과거 세계 최대 초대형 광석운반선이었던 타사 사례의 경우, 건조 직후 첫 항차에서 선체 균열 및 손상이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는 최신 기술과 선급 규정에 따라 건조된 신조선이라 할지라도, 대형화된 선체 구조와 바다의 복합적 변수로 인해 예상치 못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는 사고 당시의 해상 상황과 비대칭 횡압력이라는 자연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통제 불능의 자연력과 불가피한 구조적 특성이 결합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육상근무자의 구체적인 과실의 정도와 인과관계를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해운회사 임직원들을 형사처벌한다면, 해상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것, 즉 해운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로 형사책임의 위험을 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감히 해운업을 하려 하겠습니까!
 
3.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해양사고는 설계, 건조, 검사, 운항 절차 등 선사 내부의 요인과 기상, 제도 등 외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따라서 선박 사고에 대하여 민사상으로는 선박소유자의 무모한 행위가 없었으면 책임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가피한 해양사고와 관련하여 선박소유자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양사고로 인해 해운회사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더 엄격하게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살펴보고, 해당 사고가 어떠한 원인으로 발생했고, 그 원인에 임직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관한 객관적, 공학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사고의 원인 내지 기여 요인을 밝히는 해양안전조사의 목적을 재발을 방지하는 데 두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은 법에 따라 개인의 책임을 판단해야 하고, 안전조사는 그와 별도로 선박의 구조와 개조, 검사, 적재·양하, 정비와 위험 보고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원인 규명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양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해운회사 임직원들이 처벌을 받게 되면, 향후 해운회사가 해양사고 방지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불분명해지고, 결국 아무런 개선이 없이 유사한 해양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또다시 해운회사 임직원들에게도 결과 책임을 묻는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4대 해운강국으로 국적 해운사들은 국내 수출입 물량은 물론 제3국들 간의 화물 운송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사고의 원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육상의 임직원들을 처벌할 경우,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해운업에 종사하여 온 해운업계 종사자들을 위축시키고, 이는 곧 대한민국 해운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한국해운협회는 국내 해운업계의 안전과 발전을 고려하여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오니 이를 적극 고려하여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사단법인 한국해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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