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처음 접하는 것들이 많다. 학교라는 공간, 담임선생님이라는 관리자의 존재, 친구들과의 사회적 관계 등이다. 한 달 정도의 적응기를 거치면서 조금씩 공간, 관계 등이 익숙해질 무렵 반장 선거를 한다.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를 중개하고 책임지는 권한을 가진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반장은 선생님의 전달사항을 반 친구들에게 전하고 반대로 반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사선택해 선생님께 전하기도 한다.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되면 반장이 달라진다. 2학기 반장은 친구들과의 관계성이 높은 아이가 맡는 경우가 많다. 비록 초등학교 1학년 조직이지만 사회적 관계, 권한과 책임, 권한의 이양 등 정부 행정시스템의 축소판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중앙정부에 몰려 있던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중앙집권적 체제를 분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앙정부 권한 이양의 역사는 김영삼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지방자치제를 전면 실시하면서 지방이양합동심의회를 발족해 중앙정부의 사무를 일부 지방정부에 이양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중앙 행정 권한의 지방 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설치해 1000건 이상의 사무를 이양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포괄적 이양을 추진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는 지방분권촉진위원회 및 지방자치 발전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분권을 추진했다.
1999년 포워더 관리 지방 이양
국제물류주선업 등록 업무의 지방 이양 또한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과거 분산돼 있던 해상화물운송주선업과 항공화물운송주선업이 1993년과 1996년 각각 복합운송주선업으로 통합되면서 등록 관리 주체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 일원화됐다. 등록 관리 주체 일원화 이후 1999년 등록 업무가 지자체로 위임돼 각 시·도 담당과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지방분권촉진위원회 결정에 따라 2016년 물류정책기본법 개정과 함께 중앙정부가 맡던 국제물류주선업의 등록, 행정처분, 관리 권한이 지자체로 모두 이양됐다.
뿌리(지역 주민)가 튼튼해야 나무(국가)가 건강하게 자라듯, 지방자치와 지방의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초 지자체 선거(1995)를 통해 선출된 지방정부에 권한을 넘겨주면서 시작됐다. 민주주의 3원칙은 국민의 참정권, 인권 및 평등권의 보장이다. 참정권을 통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고, 대표자를 통해 국민의 인권과 평등권을 보장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삶이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통치 권한과 부를 독점하던 소수 왕정의 중앙집권방식 체제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은 불평등과 불합리, 빈곤에 처해져 있었다. 프랑스 시민혁명, 미국의 남북전쟁, 우리나라의 동학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하고서야 시민들은 인권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자유와 평등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 결국 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실상 자유민주주의 체계가 너무나 훌륭한 제도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다만, 권한의 지방 이양이 중앙집권 방식의 관리 필요성을 완벽하게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2.6배 크다. 하지만 국제물류주선업체는 400여 개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국제물류주선업체 수는 등록기준 완화 시기인 1996년 650개에서 2025년 말 5578개로 8.5배 증가했다. 일본에 비해 무려 13배 많은 숫자다.
일본에서 국제물류주선업을 하려면 제1종 화물이용운송사업 등록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제물류주선업체로 등록을 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일본은 국토교통대신(국토교통성 수장)에 등록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정부에 등록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즉, 일본은 중앙정부에서 관리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지방정부가 관리주체가 된다.
中 포워더 국내 잠식 심각
지난해 10월29일 국회에서 개최된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제물류산업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전자상거래(e-커머스) 화물 급증과 함께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전자상거래업체 순위 2~4위를 중국 업체인 징둥닷컴 알리바바 판둬둬가 차지하고 있고, 전자상거래 화물이 급증하면서 운송을 담당하는 국제물류주선업의 중요도가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엄 의원은 특히 국제물류주선업(포워딩업체) 관련 실태를 지적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1)중국 물류기업의 국내 진출 급증 및 국내물류시장 침투에 대해 등록기준으로 자본금(3억원) 규정만 있어 진입이 쉬운데다 중국 내에서 100만원으로 물류기업 설립을 대행해 준다는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중국 국적 포워더의 실제 영업 기업이 57%이고 나머지 43%는 연락두절이거나 유령업체인 데다 폐지 또는 타 시·도 이관 기업도 버젓이 영업하는 등 관리가 소홀하다. 3)등록 업체의 주소 변동 등으로 사무실 이전 시 변경 등록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일부 무등록 업체가 버젓이 영업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가 미흡하다.
엄 의원은 결론 부분에서 개선 방안으로 1)자본 규모를 확대할 것 2)전문성 확인 절차를 마련할 것 3)국토교통부가 직접 관리하거나 전문 기관·단체에 위탁할 것을 요청했다. 맹성규 위원장도 “국제물류주선업은 지자체에서 등록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어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잘 살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은 “국제물류주선업 중요도 상승에 맞는 관리 감독이 안 되는 데 공감하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국회 국정감사 지적과 요청사항을 수용해 물류정책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개정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금년 내로 지방에서 관리하던 업무를 전문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걸로 예상된다. 그 이후에는 지자체별로 등록 업무를 위탁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한 자율적 통치와 권리 보장은 결국 중앙정부의 적절한 관리가 뒷받침돼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자율과 규율은 상호보완적이다. 중앙의 통제와 지방의 방임이 아닌 중앙의 관리와 지방의 자율이 적정선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국제물류산업 발전과 지속성장을 보장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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