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컨테이너 운임이 떨어지는 한편, 탱크선과 벌크선 시황은 나아질 거란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바다와 미래 연구포럼 현안 토론회’에서 김민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본부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해운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해양수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컨테이너선시장에선 아시아-북미항로, 아시아역내항로 운임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운임 하락이 두 항로에서 표면화될 거란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자국 생산 정책과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관세 조치를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아시아발 원재료 및 중간재 수출 물동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면 종전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운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기업들의 컨테이너선시장 대응 방안으로 ▲위험 분산 ▲유럽·남미·아프리카 등 신규 노선 개발을 위한 적극적 투자 ▲파트너십 확대 등을 들었다. 더불어 정부는 신규노선을 개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 및 금융 정책을 마련해 초기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수익성 낮은 항로에 재정·금융지원해야”
탱크선시장도 대선 결과에 따라 시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친화석 연료 정책에 따른 에너지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석유·셰일가스 수출이 확대돼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해리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친환경, 반(反) 화석연료 정책을 추진하면서 석유·셰일가스 생산과 수출이 감소해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 본부장은 “기업들은 대응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운송, 신에너지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운송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KMI 본부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벌크선시장은 중국을 향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트럼프 당선 시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선호하는 대(對) 중국 정책으로 미국산 곡물 물동량이 급감하겠지만, 중국의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톤마일(수송거리) 증가로 벌크선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봤다.
반면, 해리스는 중국과 디리스킹(위험 완화) 정책을 채택, 해상물동량 및 운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기업들의 대응 방안으로는 ▲주요 원자재 비축량 확대 ▲유연한 교역 패턴 도입 ▲항로 다변화 전략 추진 등을 꼽았다. 더불어 정부는 수익성이 낮은 항로에 재정·금융을 지원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곡물 등을 수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리스 당선시 국내항만 對美 ‘컨’처리 트럼프보다 높아”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보다 국내 항만에서 처리되는 대(對) 미국 컨테이너 화물 증가율이 높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해리스가 당선되는 경우 국내 항만의 대미 컨테이너 물동량 연평균 증가율이 2.5~2.7%이며, 트럼프는 1.6~2.0%가 각각 전망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비컨테이너의 경우 철재는 철강을 대상으로 한 관세 인상과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공통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자동차는 해리스의 경우 전기차 확대와 친환경차 정책으로 증가하는 반면, 트럼프는 친환경차 보조금 삭감 및 관세 강화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유류는 친환경 정책으로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소폭 감소하는 한편, 친환경 정책 후퇴를 선언한 트럼프가 선출되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김 본부장은 항만 분야의 대응 방안으로 ▲포트미스(Port-MIS) 등 분석체계 구축을 통한 공급망 변화 대비 ▲공급망 다변화에 대응한 물류거점 확보 ▲항만기술 고도화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등을 들었다.
▲사진 왼쪽부터 양창호 해운협회 부회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센터장, 김한호 서울대 교수, 최상희 KMI 연구부원장, 최규종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우수한 중앙대 교수 |
이어진 토론에선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탱크선·가스선시장은 호조가 예상되는 한편,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시장은 부정적 기류가 흐를 거란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과거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관세 인상에 따른 수요 증가에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했지만 이후 다시 떨어졌다며 향후에도 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양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관세 인상에 대응해 수입을 앞당기는 가수요가 발생하며 급등했던 운임이 이듬해 많은 재고로 수요가 줄며 하락했다. 2025년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규모의 수입 수요가 크게 늘면서 운임이 상승하겠지만 2026년엔 수요가 급감하며 운임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벌크선은 중국의 농산물을 향한 보복 관세로 시황이 부정적인 반면, 탱크선은 미국의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증대에 따른 수출 증가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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