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4-13 10:14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한 손해배상

【원고】 K 은행
【피고】 정리회사 H주식회사 관리인
【참조조문】
〔1〕상법 제811조, 구 상법(1990년 12월 31일,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1조, 제812조 / 〔2〕민법 제750조, 상법 제129조, 제820조 / 〔3〕상법 제789조의 3, 제811조, 헤이그-비스비 규칙 제4조의2


<지난 주에 이어>

나. 기출고된 화물 부분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살피건대, 피고들은 보세구역 내에 위치한 보세창고업자들로서 독립적인 지위에서 운송인들로부터 이 사건 각 화물의 보관 및 그 인도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이른바 운송취급인들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고, 또한 위 각 화물에 관하여 선하증권이 발행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는 한 운송인들의 지시나 그들이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의 제출 없이는 이 사건 각 화물을 제 3자에게 인도하여서는 아니될 의무가 있다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와 상환함이 없이 I에게 위 각 각 화물을 반출하여 줌으로써 그 회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은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의 위 각 화물에 대한 소유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것이어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각 화물의 멸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피고들이 위 각 화물에 대한 임치계약을 체결한 것은 I 또는 I를 대리한 소의 W물류이고 운송인들로부터는 위 각 화물의 보관의뢰를 받은 바 없어 임대인 또는 그 대리인인 I나 소외 W물류에게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와 상환으로 위 각 화물을 인도하여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수입화물의 보세창고 입고시 그 창고 배정의 권한은 선사(운송인)가 가지며, 보세창고업자가 수입화물출고시 관세법규상 수입면장만을 확인하면 되는데도 실제로는 운송인의 화물인도지시서나 보세운송동의서를 제출받는 보세창고업계의 운영실태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일반보세장치장에 대한 화물의 임치인은 어디까지나 운송인이고, 화주는 단지 운송인 등이 일반보세장치장의 설영자에게 보관을 의뢰함에 있어 그 운송인 등에게 특정 보세창고에의 배정을 요청하거나, 이를 중개 내지 대행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설사 보세창고업자와 화주 사이에 별도로 보관계약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채권관계는 중첩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운송인은 여전히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하여 보세창고업자에 대한 관계에서 화물을 지배, 통제하고 있다고 볼 것이므로, 이와 다른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제척기간 도과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피고들이 운송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화물의 보관을 의뢰받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라면 상법 제 789조의 3의 규정에 의하여 운송인의 항변 또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원고의 이 사건 소는 피고들이 이 사건 각 화물을 인도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이후에 제기되어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먼저 피고들이 상법 제 789조의 3의 규정에 의하여 운송인의 항변 또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는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지위에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상법 규정이 모범이 된 헤이그-비스비 규칙 제 4조의 2 제 2항은 화주와 운송인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하여 사용인의 범위를 'a servant or agent of the carrier(such servant or agent not being an independent contractor)'라고 규정하여 운송인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이른바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를 제외하고 있고, 한편 우리 법상 '사용인'이라는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나 위 상법 규정의 입법 경과(1990. 12. 상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회의록 참조)에 비추어 우리 상법도 이를 따른 것으로 볼 것이므로, 위 조항에서 말하는 사용인이나 대리인에는 운송인과 지휘·감독관계가 없이 스스로 자기판단에 따라 자기 고유의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은 포함하지 않는다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에 의하면 피고들은 독립기업자의 지위에서 운송인인 피고 H해운 또는 R로부터 이 사건 각 화물의 보관 및 그 인도업무 등을 의뢰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적인 계약당사자라 할 것이므로, 피고들이 위 규정상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들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할 것이고, 가사 독립적 계약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사용인 또는 대리인도 운송인의 항변 또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하더라도 위 상법 규정에 의하면 '… 그러나 그 손해가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그 손해가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경우에는 운송인의 항변 또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운송취급인인 피고들이 선하증권 또는 화물인도지시서의 소지인이 아닌 I에게 위 각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원고의 위 각 화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에게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에게 권리침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제척기간 도과의 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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