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 수요의 폭주에 대하여 예비타당성제도를 도입한 것은 1999년이다. 이는 재정이 수반되는 사회간접자본의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를 통하여 불요불급한 대형사업을 사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취지로 도입된 예비타당성 제도는 그 동안 재정의 건전성은 물론 예산운영의 합리성 및 사업선정의 투명성, 공정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제도는 객관적 기준에 의거, 대규모 투자사업의 착수 여부를 사전에 차단하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 제도다. 사업규모가 500억원 이상이고 300억원 이상의 재정지원이 수반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정보화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이 대상사업이다.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흐르는 동안 재정사업의 약 35%가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판정받아 중도하차 한 것으로 나타나 재정 효율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물론 무모하고 비합리적인 사업들을 걸러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여 온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재정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요소는 경제성 평가, 정책성 평가, 지역균형 발전 등으로서 이들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판단하여 왔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발전과 변화를 겪어 왔으며 국민의식도 경제 사회적 발전 속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변화됨으로써 필연적으로 예비타당성 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요구되어 왔다. 이러한 사정으로 정부는 2019년 4월3일 예비타당성조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였다. 경제사회적인 변화를 반영하여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균형있게 평가하고 사업특성에 맞는 평가체계를 마련하였다.
우선 지역균형 발전 가중치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하여 적용하는 동시에 비수도권 지역균형발전 평가에 지역 낙후도에 대한 가점제를 도입하였다. 수도권의 경우 경제성과 정책성만으로 평가하고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비중을 확대하고 경제성 평가비중을 축소하였다. 다음으로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하여 정책성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일자리 창출효과, 생활여건 영향, 환경성 평가, 안전성 평가 등의 항목을 신설하였다.
2019년 예타조사 개편안 발표
또한 제도운영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 먼저 경제성 분석은 물론 종합평가까지 수행하여 사업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편, 경제성분석은 조사기관, 종합평가는 전문가위원회에서 수행하도록 하였다. 한편 SOC외의 복지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비타당성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하여 새로운 분석틀 적용 및 관련분야 전문성확보 등을 위하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예타조사기관으로 지정하였다.
이러한 개편 내용에서 특히 유의하여야 할 부분은 그 동안 분출되어온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요구를 평가시스템에 수용하여 반영하였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효과의 경우는 재정투입으로 인한 고용유발효과, 운영기간의 직접고용효과, 사업완료 후의 간접고용효과, 고용의 질 제고효과,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효과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생활여건 영향의 경우는 사업에 따른 접근성, 쾌적성, 정시성, 안전성 영향 공동체 복원 영향 등을 평가요소로 반영되어있다. 환경성 평가는 사업수행시의 환경문제 발생가능성, 지역환경 및 경관에 대한 영향, 시설개선에 따른 생태계 환경보전 기여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안전성의 경우는 재해, 재난 예방 및 대응 가능성과 피해 규모에 대한 효과, 사업추진 중 또는 완료 후 안전사고 발생억제 효과, 시스템 신설에 따른 정보보안 효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예비타당성제도의 개편 내용은 당연히 항만건설 분야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바 시급히 항만건설에 따르는 사회적 가치평가를 위한 평가지표의 개발과 평가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항만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표준지침은 2014년 KDI공공투자관리센터가 발표한 “항만부문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표준지침연구(제3판)”이다.
항만분야 역시 글로벌 해운항만 및 물류산업의 환경이 극심하게 변화됨으로써 항만개발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평가의 도입이 시급하고도 절실한 상황이다. 자칫 실기할 경우 도로, 철도, 공항 등 타 사회간접자본에 비하여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다. 특히 주목하여야 할 사회적 가치부분은 컨테이너선박을 비롯한 양곡선박 등 선박의 대형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과 항만의 탄소중립화를 위한 선박연료의 LNG화 혹은 수소화에 따른 대기질 및 수질 환경의 급격한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를 위하여 필수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에도 경제성 측면에서 지연되어왔던 낙후지역의 항만개발 및 재개발은 물론 항만배후물류단지 등에 적용할 지역균형개발 및 사회적 가치평가 지표들을 개발하고 가치평가를 위한 방법론의 개발과 추진 전략의 수립이 긴요하다.
또한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할 도서지역의 항만정비와 여객선 부두 정비사업, 친수공간의 정비사업 등에 대한 새로운 평가요소의 개발과 적용도 시급한 실정이다. 항만투자의 경제적 편익요소의 발굴과 사회적 가치평가 항목의 개발을 위해서는 일본, 영국,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이용자측면의 정성적 편익항목을 개발하여 항만개발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정량적으로 산정되는 항목의 경제성평가에 치중함으로써 실기하여온 신항만의 개발 및 경제적 수명이 다한 낙후된 항만의 재개발 및 항만도시의 재생 등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에서 재평가하여야 한다. 선진국들이 이미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는 안전성, 접근성, 에너지 및 환경, 지역사회 영향, 주민생활 등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 요소를 발굴하여 예타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치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영국 등 선진국 항만투자사례 연구 긴요
더 나아가 사회적 평가지표를 개발하기 위한 분석지표의 선정작업과 평가를 위한 계량경제학적인 이론 및 방법론의 개발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이미 타 SOC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음에도 활용되지 못했던 방법론들을 탐구하여 적용가능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도로부분에서 활용되는 우회계수, 지역경제 활성화 측정을 위한 분석모형 등을 개발하여야 한다. 선진국들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유연하게 사회적 가치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는바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투자평가체계를 경제성평가와 종합평가로 구분하고 있는 바 비용편익분석이 1.0미만인 사업에 대해서도 비계량 요인을 추가하거나 다기준 분석 등의 종합평가를 수행하여 2차적으로 사업시행여부를 판단한다. 비계량 요인에 의한 추가평가는 확장비용 편익분석과 수정비용편익분석으로 구분하여 수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사회적 가치법을 기반으로 지침 및 반영방안, 평가지표 등을 체계적으로 일관성있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항만건설의 사회적 가치 평가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2014년 항만부분 에비타당성의 표준지침을 시급히 개정하여야 한다. 신규편익항목의 개발, 항만사업의 유형확대, 환경비용 절감, 에너지 절감효과 등을 반영하여야 한다. 시장가치의 측정이 어려운 항만 인근의 교통체증 완화효과, 인프라서비스 향상, LNG터미널 개발에 따른 대기질 개선 및 수질개선, 미세먼지 제거 효과 등 비시장 가치 편익항목의 가치평가 방법의 개발과 경제성분석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항만의 특성을 감안한 예비타당성 지침이 개발되어야 한다. 편익항목의 산출이 어려워 추진이 지연되어온 연안항만 개발, 도서지역 여객선 터미널개발, 글로벌 초대형 크루즈 터미널 개발, 마리나 항만, 배후물류 단지의 개발, 다국적 기업의 유치 및 국내기업 유치와 관련된 편익항목의 발굴 및 적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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