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호의 부활을 목표로 2016년 12월 첫 뱃고동을 울린 SM그룹의 해운 부문 계열사인 SM상선이 어느덧 창립 6돌을 맞았다.
한진해운의 영업·운송 노하우를 이어받은 SM상선은 미주 서안과 동남아 노선에 비중을 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순항하고 있다. 2016년 설립 이후 연평균 40%를 웃도는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다 지난해엔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박기훈 SM상선 대표이사는 새해를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해운 재건이라는 미션과 국적원양선사라는 비전을 앞세워 출범한 SM상선이 고객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북미서안 컨테이너 서비스 강화와 동안항로 개설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영업익 8배 폭증 “임직원 헌신적인 노력 덕”
SM상선의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는 의미 있는 성과로 해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컨테이너운임 급등과 영업력 확대, 운영비용 절감 등이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박 대표는 2021년 해운부문 예상 매출액은 약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도 약 8557억원에 견줘 약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 역시 해운부문 기준 2020년 약 1230억원에서 8배 이상 폭증한 1조원을 돌파해 사상 첫 조 단위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우수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2020년 말 약 220% 수준이었던 해운부문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약 15% 수준으로 낮아져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전 세계적인 물류망의 불확실성이 늘어나며 고운임 시황이 찾아오는 등 외부 환경도 유리했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평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범 이후 꾸준히 영업력과 네트워크 운영 능력을 쌓아나가고 원가절감 등에 최선을 다하는 등 임직원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준 덕분에 시황 강세 타이밍에 맞춰서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SM상선의 중장기 목표는 어떠한 외부 환경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내실 있는 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내실 경영과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과거 수많은 선사가 무리한 투자로 호황기 뒤에 찾아오는 불황기의 파고를 넘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현재는 내실을 기반으로 성장한 선사들만이 살아남아 해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M상선은 지금의 해운 호황기가 미래에 있을 불황의 파고도 넘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의 기회라 생각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새해도 지난해에 버금가는 성과를 올릴 것으로 박 대표는 평가했다. 다양한 외부 변수와 글로벌 물류공급망 불확실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떠한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된 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SM상선이 올해 사업목표로 제시한 서안 컨테이너항로와 내륙 철도운송서비스 강화는 실적 개선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북미시장 진출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동안 노선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년까지 미국 동안항로에 진출해 북미 물류서비스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우겠다는 각오다. 물동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동안 최대 항만인 뉴욕·서배너·찰스턴 등을 기항하는 노선을 개설해 현재 4개인 미주노선을 2024년 5개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신조 발주와 중고선 매입, 컨테이너 장비 투자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는 한편, IT시스템 고도화, 해운전문 인력양성, 타 산업과의 융합, 포스트 코로나 대비 물류솔루션 개발 등 유무형 자산에 많은 투자와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공개(IPO)도 시간을 두고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M상선은 지난해 11월1일부터 이틀 동안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 대표는 무리해서 상장을 재추진하기보다는 시장 상황과 해운기업들의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게 우선 순위라고 평가했다.
“현재로선 상장 재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도 회사가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외부의 평가와 관계없이 현재의 사업에 더욱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
‘북미항만 노사협상 결렬’ 대비 비상계획 수립
SM상선은 물류대란 여파로 북미서안에서 지속되고 있는 항만 적체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각오다.
올해 북미항로는 태평양해사협회(PMA)와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의 계약연장 협상이 항만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항만 자동화’ 여부를 놓고 협상이 결렬돼 파업으로 이어지면 물류 혼잡이 가중돼 선사들의 스케줄 지연이 불가피하다.
북미항로는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서안항만 노사협상 장기화에 따른 극심한 항만 혼잡을 경험한 적이 있다. 특히 터코마와 시애틀 두 항만은 인력난으로 하역효율이 최대 50% 수준까지 곤두박질 쳤다.
글로벌 선사들과 마찬가지로 SM상선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협상이 결렬되기 전에 화물 조기 이송과 대체 운송경로 개발, 대체항만 기항 등 시나리오에 맞는 비상계획을 수립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화물 처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사 중 유일하게 서비스 중인 포틀랜드와 터미널 혼잡도가 비교적 낮은 밴쿠버 기항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서안 주요 항만인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와 달리 포틀랜드항은 물류 적체가 거의 없는 데다 입항 대기시간이 짧고 빠른 하역작업이 가능하다. 화물을 곧바로 철도로 옮겨 실어 시카고 밀워키 등 수천km 떨어진 내륙으로 보낼 수 있어 매력적인 물류솔루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항만 기항하는 스케줄 편성해 수출기업 적극 지원
우리 수출기업들의 물류 애로 해소에도 나선다. 물류비 급등과 선적공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수출업계를 도와 지난해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한 박 대표는 올해도 선화주 상생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선박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산 광양 등 국내 항만을 최우선으로 기항하는 스케줄을 편성함으로써 국내 화주들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무역협회와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중소화주 지원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구상이다.
특히 북미항로는 더 많은 선복을 안정적으로 제공해 스케줄 정시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이 밖에 동남아 노선은 5개 국적선사가 참여하는 ‘케이얼라이언스’를 통해 주력 노선인 태국 베트남뿐만 아니라 비주력지역까지도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SM상선과 우리 임직원을 대표해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현재와 같이 SM상선은 추후에도 가용한 모든 선박을 동원해서 임시편을 투입해 국내 수출기업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SM상선은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디지털 무역기반 구축사업’에 참여 중인 SM상선은 사업 참여를 더욱 확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미래 해운시장에 적극 대응한다.
업무의 비대면화, 디지털 증명서 발급 확대, 거래 투명성 향상 등 해운물류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디지털 플랫폼화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통합 시스템을 개발해 컨테이너 운송에서 운영 원가 절감, 합리적 의사결정, 고객 서비스 향상 등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끝으로 박 대표는 다양한 국가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한 단계 도약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항상 SM상선에 성원을 보내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출범 초기 신생 선사임에도 믿고 화물을 맡겨주신 덕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원양선사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며, 성공적으로 출범 6년 차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저희 임직원들은 국적원양선사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고객 여러분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에 건강이 깃들길 기원한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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