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유럽 등에서 시작된 물류 적체가 확산하면서 올 들어 중동항로도 컨테이너운임이 급등했다. 특히 선사들의 기항지 조정에 따른 캐스케이딩(선박 전환배치)으로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운임 상승세가 꺾이질 않았다.
연초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0달러를 밑돌았던 운임은 6월 3000달러를 최초로 돌파한 데 이어 9월 3900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1~11월 상하이발 두바이행 평균 컨테이너 운임은 TEU당 2807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891달러와 비교해 215%의 상승세를 보였다.
중동항로는 새해부터 무역 거래량이 가장 많은 이란발 사태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월 걸프 해역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우리나라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경제 제재 해제 문제도 상반기 중동항로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4월 제재를 철회하려면 이란이 합의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미국이 해제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핵시설에 타격을 입은 이란이 4월부터 역대 최고 수준인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선언해 중동지역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중동항로는 중국 국경절을 맞아 수요 부진에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을 실시했던 예년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전에 선사들은 임시결항을 진행해 수요 부진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수요 증가에 선사들은 선복 확보에 열을 올렸다. 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은 90% 이상의 소석률(화물적재율)을 기록했다.
중동항로에서는 북미 유럽 등으로 선박 투입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선적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화주들의 토로가 잇따랐다. 3분기 중동항로는 선사들이 100%의 소석률을 기록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통상 8월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화물량이 대폭 줄어드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중동항로는 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건설시장이 내년에 활성화될 거란 전망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프로젝트화물, 석유화학제품, 건설장비 등을 중심으로 중동 수출길이 활짝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억눌렸던 보복수요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업황을 밝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선사 관계자는 “현지 바이어들의 구매력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풍부해진 재정을 앞세워 그동안 미뤄왔던 프로젝트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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