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유일의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항만 거버넌스의 확대·개편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충배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1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평택항 항만물류포럼’에서 “평택항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서해권 다기능 복합거점항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인천항 당진항 등 국내 인근 항만과 조화를 이루는 상생 전략인 ‘코피티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피티션(Coopetition)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로, 상호 협력과 공정 경쟁을 통해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선 인천항 당진항 등 다른 국내 항만과의 연대는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더 나아가 충남도에 있는 대산항 보령항 등 평택항 이남에 있는 중남권 항만들로 항만거버넌스 범위를 확대·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수도권과 충청권역의 교역 활성화를 통한 지역산업 성장에서는 협력관계 유지가 절실하다”며 “평택항과 대산항은 중앙 PA(항만공사)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광역화를 통해 광역 PA 설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준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부 연구위원도 인천항과 평택항이 서로 간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항로 확보를 위한 공동 마케팅, 상생발전을 위한 세미나 등 국내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돼야 할 것”이라며 “덴마크 코펜하겐항과 스웨덴 말뫼항이나 미국 시애틀항과 터코마항은 항만 동맹을 구축해 이들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이전보다 5%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은 “인천항을 비롯한 국내 주요 항만들은 유사한 항만 개발 전략을 삼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투자가 중복되거나 경쟁이 과열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국내 항만들의 비효율적인 항만 운영에 대해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특히 평택항과 인천항은 황해에 맞닿아 있고 수도권을 배후권역으로 두고 있으며, 벌크나 컨테이너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서로간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관세청이나 국가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의 컨테이너 화물량의 50~60%는 모두 부산항과 광양항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식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실제로 일본에선 20~30km 떨어진 인근 항만 간 과열 경쟁이 발생해서 공멸한 사례들이 있었다. 결국 내부적 경쟁이 외부에 있는 경쟁 항만에 도움을 줘버린 현상으로 이어졌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충배 교수님이 제시한 코피티션 추진 전략에 대해 우리가 조금 더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진행 한라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항만들 간 자유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코피티션 전략에서 경쟁의 한계를 설정해 놓고 적정 수준의 경쟁을 하게 된다면 평택항은 지금처럼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택항 스마트화 추진 의견 분분…“시기상조” vs “시작이 반”
이날 해운·물류 전문가들 사이에선 평택항 스마트화 추진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김재봉 한국항만경제학회 부회장은 “항만 스마트화는 시작이 반”이라며 “최근 항만 경영을 둘러싼 최대 이슈인 디지털 전환과 4차산업혁명을 등한시했다간 평택항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라며 “과연 우리가 왜 스마트화를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보단 언제 어디까지 평택항이 스마트화를 이뤄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다만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예산으로 평택항 스마트화를 추진할 수 있는 범위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만 이미지 개선, 고객 서비스 수준 향상 등 평택항 스마트화가 가져오는 여러 파급효과를 고려해서 우선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권재현 장안대학교 물류무역과 교수는 “평택항의 스마트화가 현시점에서 진정 필요한건지 의문”이라며 “선진 항만에서 추진 중이니까 우리도 무작정 따라갈 게 아니라 평택항의 입장에서 더욱 고민해 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권 교수는 평택항을 포함한 아시아권 항만들이 서유럽 선진 항만 모형을 적용시키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권 교수는 “아시아와 서구 항만의 발전 단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독일 함부르크항 등 서유럽 선진 항만들은 통상 항만 스마트화 과정에서 인접한 도시와 함께 연동돼 움직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평택항은 인구나 물동량의 증감율을 고려해 볼 때, 규모적인 측면에서 이들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내 도시와 항만이 연동된 스마트화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실제로 평택시가 올해 발표한 2030 평택도시기본계획에는 항만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평택시-평택항 스마트화를 어떻게 연결해서 갈 것인가 혹은 어떻게 완전히 분리해서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오간 이후에 평택항 스마트화가 본격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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