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6 14:14

“선복난에 애탄다” 글로벌 화주들 북미항로서 자가수송 확산

美 월마트‧홈디포 잇따라 선박용선…대만 TSMC도 완하이등과 협상중

 


성수기 진입 이후 컨테이너선 선복난이 더욱 기승을 부리자 직접 선박을 확보해 자사 화물 수송에 나서는 화주가 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자사 상품 수송에 이용하려고 수척의 선박을 임차했다고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밝혔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존 퍼너(John Furner)는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17일 “3분기와 4분기 수송선복을 확보했다”고 선박 용선 사실을 알리면서 “지난해보다 재고를 20% 이상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월마트는 규격 수송용기인 40피트 컨테이너가 품귀현상을 빚자 자체 개발한 53피트 컨테이너를 이용해 수송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선박을 띄워 1차 177개, 2차 247개 등 총 424개의 53피트 컨테이너를 중국 서커우에서 미국으로 들여왔다.

월마트는 선박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선사인 사가웰코의 일반화물선이 미국 유통기업의 화물을 수송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가웰코는 자사 4만7000t급 화물선 <사가윈드>(Saga Wind)와 <사가베이자플로>(Saga Beija-Flor)호가 중국 다찬완에서 월마트의 53피트 컨테이너를 선적한 사실을 공개했다.
 
월마트에 앞서 같은 국적의 인테리어 자재 유통회사인 홈디포도 컨테이너선을 직접 용선해 7월부터 자가 수송을 시작했다. 홈디포 테드 데커 사장은 선박 용선을 두고 “글로벌 공급망을 관통해 확산하고 있는 문제에 대처하고자 취한 이례적인 사례”라면서도 “빌린 선박은 홈디포 화물 수송에 전적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월마트와 홈디포는 미국의 대표적인 수입 화주다. 미국 물류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화물량은 월마트 93만TEU, 홈디포 52만TEU에 이른다. 2019년의 89만TEU 40만TEU에서 각각 4% 30% 끌어올리며 미국 수입 화주 기준 1위와 3위에 올랐다.

대만 최대 반도체 제조회사인 TSMC도 선박을 통째로 빌려 화물을 수송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에버그린 양밍해운 완하이라인 등의 자국 해운사에서 용선할 계획으로, 이미 완하이라인과 접촉해 관련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10월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 공장에 들어갈 원부자재를 빌린 컨테이너선 1척에 실어 가오슝항에서 미국으로 수송할 계획이다. 공장 건립 비용을 줄이려고 청정실(클린룸)을 대만에서 제작해 미국에서 조립하는 전략을 세웠다. 피닉스의 위치로 볼 때 선박이 짐을 내려놓는 항구는 로스앤젤레스(LA) 또는 롱비치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수송해야 할 물동량 규모는 컨테이너 5000개 정도다. 대만 연합신문망(UDN)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2만5000달러인 대만-미서안 간 운임 시세에 미뤄 운송료는 최대 1억2500만달러(약 1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캐네디언타이어는 싱가포르 PSA가 운영 중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최대 내륙항구인 애시크로포드터미널 지분 25%를 인수했다. 타이어 회사 측은 “이번 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에 종단 공급망의 통제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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