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해양교통안전공단 수장으로 취임한 김경석 이사장은 철저한 선박 검사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뱃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한 간담회에서 선박을 잘 만들고 운항을 잘하고 선원 능력을 키우는 게 해양 안전 확보의 핵심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또 드론 활용 등 여객선 운항관리업무의 고도화에 힘쓰는 한편 해양 환경 규제에 대응해 연안선사를 대상으로 신조 비용의 20%를 지원하는 친환경선박 보급 사업을 추진한다고 소개했다.
Q.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재출범한 뒤 2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소감과 각오가 궁금하다.
지난 2019년 7월 출범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제2대 이사장이란 중책을 맡게 돼 영광스러운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경영방침을 말씀드리면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기관이 되는 게 최종목표다. 고객 중심 경영에 맞춰 올해 후반기에 조직체계를 바꾸려고 한다.
아울러 전체 직원들이 즐겁고 기쁘게 일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 검사원이나 운항관리원들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갖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한다. 지사와 센터가 30개 있는데 올해 안으로 한 번 돌면서 현장이 어떤지 파악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부족한 점이나 고쳐야 할 걸 얘기하면 모아서 개선하겠다. (이사장을) 마치기 전에 직원들에게 평가를 받고 싶다.
Q. 해양 안전을 달성하고자 추진하는 사업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바닷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안전을 확보하려면 선박을 잘 만들고 운항을 잘 하고 선원들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 공단은 선박이 잘 만들어지고 유지보수가 잘 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검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안전한 뱃길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연안선박의 항로가 안전한지 아닌지 진단하고 평가하는 선박조종시뮬레이션센터를 지난 3월 공단 본사에 설치했다. 선박운항자가 가상 해상 현실에서 운항 상황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줄 거라 기대한다.
어선검사 부분에선 표준 어선형을 도입했다. 선형의 가장 큰 변화는 안전·복지공간을 허가톤수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울러 어선검사와 어선원 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를 올해 인천 목포에서 착공한다. 2023년 센터가 준공되면 자동차검사소처럼 선주들이 직접 찾아와서 검사를 받을 수 있어 검사시간을 줄이고 정밀검사를 할 수 있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부산 동해까지 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바다내비게이션이 올해부터 서비스되고 있는데 공단은 수협과 함께 총톤수 3t 이상 선박에 내비게이션 단말기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인다. 빅데이터나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Q. 최근 IMO(국제해사기구)에서 현존선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등 환경 규제가 강화하고 있다.
IMO가 500t 이상 국제항해하는 상선을 관장하는데 공단은 정부에서 위탁받아 이들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보고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감축 계획 시행도 정부 대행으로 우리가 한다. 연안선박이나 국제어선의 환경오염을 규제하는 케이프타운협약도 내년 발효될 거 같다. 예전엔 대형 상선만 환경 규제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정부 정책으로 어선까지 같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한다.
친환경 연료유를 쓰는 엔진을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개발된 엔진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선박도 자동차 변화와 비슷하다. LNG나 암모니아 수소 전기 추진 등이 친환경 대응책으로 제시된다. 시험선도 벌써 나왔다. 일부 대형선은 속도를 높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연료 소모량은 속도의 3제곱에 비례한다. 속도를 2배 높이면 연료 소모량은 8배 증가한다. 중소형선에선 전기 추진이 중심이다. 항해시간이 3시간 이내면 현재 기술로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게 가능하다. 친환경 선박을 지으면 정부에서 건조비용의 20%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42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예산을 늘려서 친환경 선박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
Q. 해양교통안전방송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는 못했다. 해양교통방송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단계다. 직원을 교통방송에 파견해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낚시방송 같은 걸 보면서 (해양교통방송에서) 할 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엔 뽀빠이 같이 선원을 매력적으로 그린 마스코트가 있었는데 요즘은 없다. 선원이 되려는 사람도 없고 해운업을 하려는 사람도 적다. 해양 문화 확산이 굉장히 중요한 거지.
3면이 바다라 어떻게든 (해양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한다. 정부가 하려는데 잘 안 되는 크루즈나 낚시 유람선 같은 해양관광은 콘텐츠가 많다. 해양기상은 어촌에서 중요하다. 어촌계 등을 대상으로 필요한 정보가 뭔지 설문조사를 하려고 한다. 해양쓰레기 문제도 좋은 방송 소재다.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기거나 쓰레기 부유물에 부딪혀서 해양사고가 많이 난다. 케이블TV보다는 FM 같은 공중파 라디오를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라디오 방송이면서 영상을 함께 찍어서 내보내는 곳도 많더라.
Q. 해운조합에서 이관 받은 여객선 운항관리업무가 공단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5년 7월 운항관리업무를 인수한 뒤 운항관리자를 늘리고 운항관리센터와 운항관리사무소를 확충하는 등 업무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엔 운항관리에 드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거나 운항관리자의 접근이 어려웠던 곳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운항관리직이 검사직을 제외한 다른 직렬에 비해 이직률이 다소 높다는 점은 개선 과제다. 해운조합 때부터 해오던 분들은 오랫동안 일하고 있지만 새로 지원하는 분들은 선호하지 않는 거 같다. 운항관리센터가 섬에 있다. 5년 주기로 순환 근무를 하는데 섬에 배정받으면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해사안전감독관 해양경찰 해양교통안전공단이 다 같이 여객선을 감독하다보니 (선사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시어머니가 많은 거지. 해기사가 주로 운항관리자를 하는데, 그 면허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보니 이직률이 높다.
Q. 연안여객선사들은 운임에서 일부 징수하는 운항관리 비용을 전액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연안여객 운임의 2.9%를 운항관리 수수료로 받고 있다. 기재부는 (연안해운사 측) 입장을 이해하겠다면서도 (요구를 수용) 해주게 되면 육상교통도 해줘야 한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한다. 지난해는 코로나 때문에 운임에서 벌어들이던 운항관리비용이 크게 줄었다. 57억원을 예산으로 잡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20억원의 결손이 났다.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국고로 보조받고 있는데 수입이 줄어 걱정이다. 정부와 협의해서 (국고 지원) 예산을 늘리려고 한다.
Q. 큰 아픔을 겪은 인천-제주항로가 다시 출항한다. 선사 측과 안전 문제를 잘 협력해야 할 거 같다.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고 있어서 많이 신경 쓰고 있다. 한 달쯤 전에 운항회사 경영진과 만나 공단이 도울 일이 뭐가 있는지 점검하고 출항 전 준비해야할 것 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요청하라고 했다. 앞으로 다시는 (<세월>호 사고 같은) 그런 일이 되풀이 돼선 안 되겠지. (인천-제주항로는) 8월 말 또는 9월에 출항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항로다. 최신형의 좋은 선박이 운항하는 데다 공단에서도 선박이 건조되고 출항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검사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언하고 있어서 큰 문제없이 항로 재개가 될 걸로 기대한다.
Q.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최저등급을 맞았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면목이 없다. 우리 회사가 D등급을 맞았다. B에서 두 등급이 떨어졌다. 계량 부문인 청렴도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시행하는 직무급 도입을 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청렴도를 어떻게 높일 건가 고민 중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더라. 하지만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외부에서 보고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갔기 때문에 대책을 빨리 시행하려고 한다. 조직이 팽창되는 과정에서 신규로 들어온 직원이 많은데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청렴도나 만족도가 떨어진 거 같다.
직무급 도입은 노조와 함께 협의해야 한다. 직무급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 수준을 정하는 게 아니라 중요도나 공헌도 등 직무 가치를 평가해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다. 중요한 직무를 하는 사람의 임금을 올려주고 그렇지 않은 직무의 임금을 낮추는 거다. 131개 경영평가기관 중 18개 기관이 직무급을 도입했다. 우린 현재 준비조차 하지 않아서 올해 후반엔 조직을 어떻게 구성해서 직무급을 도입할지 외부에 용역을 의뢰했다. 내년부터 개선될 거라 본다.
Q. 노조와의 관계는 어떤가?
부임하자마자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길로 가겠다고 말했더니 100% 동의한다고 했다. 노조 위원장이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더라. 갈등 요소가 생기지 않도록 해 나가려고 한다. 짧다면 짧은 3년이지만 경영을 해나가는데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제가 있는 동안은 노조와 원만히 같이 갈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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