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매출액 70조원 ▲ 원양 컨테이너선복량 150만TEU ▲지배선대 1억4000만t(재화중량톤)을 달성한다는 해운산업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원양컨테이너선은 현재와 같은 세계 8위, 지배선대는 싱가포르를 제친 세계 4위 수준이다.
해양수산부는 29일 부산 신항에서 열린 ‘1만6천TEU급 <에이치엠엠한울>호 출항식’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 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1.3만TEU 초대형선 12척 발주
정부는 국적선사들이 선박을 적기에 확보해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고 시황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저비용 구조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해양진흥공사 등 4개 기관이 정책금융 신조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15억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선순위대출 40~60%, 후순위투자 30~50%, 해운사 자기부담 10%의 구성으로 우선 공급하고 신조 수요에 대응해 30억달러까지 확대한다.
이와 별도로 고효율‧친환경 선박 공모펀드에 참여한 개인투자자에게 배당소득에 9%의 저율로 분리 과세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과세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날 부산 신항 행사장에서 황호선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문성유 자산관리공사과 이 같은 내용의 신조지원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또 국적선사는 신조 발주를 늘리고 조선업체는 저비용‧고품질 선박을 공급하는 해운-조선 선순환 구조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조선소와 기자재업체에 양질의 선박을 지을 수 있도록 공정 자동화 기술 개발과 인력 등을 지원한다.
이날 HMM은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6척씩 나눠 발주하는 신조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식엔 배재훈 HMM 사장과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참석했다. 12척은 2024년 상반기까지 인도될 예정으로, 선가는 1조7776억원이다.
중소화주에 운임 20% 바우처 지원
현재의 수출입물류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화물 운송 기반을 마련하는 선화주 상생 협력 체계도 구축된다.
정부는 중소화주가 저렴한 운임으로 오랫동안 운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선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한 중소수출입기업에게 운임의 20%를 바우처 형식으로 지원하고 화주-선주-물류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표준거래계약서를 도입해 불공정거래를 원천 차단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또 미국 서안 등 글로벌 거점 터미널을 확보해 국적선사의 하역료를 절감하고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항만공사와 민간 공동 투자 방식으로 바르셀로나 로테르담 같은 해외 거점 항만에 공동물류센터를 설립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에 유턴한 제조기업을 인천항과 부산항에 유치하고 스마트 물류센터를 건립해 국내 항만배후단지의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는 전략도 수립됐다.
정부 시책에 맞춰 이날 해운협회 정태순 회장과 무역협회 구자열 회장은 선화주 상생협력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두 단체는 상생협약 체결을 계기로 국적선사를 활용한 수출중소기업 선복 확보에 적극 협력하고, 공컨테이너 수급난 해소 노력 등 원활한 해상수출입 화물 수송에 상호 협조할 예정이다.
▲HMM 배재훈 사장은 29일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사장과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 계약을 체결했다. |
해진공 선주사업 진출…자본금 추가 출자
해양진흥공사는 올해부터 운용리스(BBC) 방식으로 국적선사들에게 선박을 빌려주는 한국형 선주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한다. 올해 최대 10척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최대 50척을 매입해 합리적인 용선료로 선박 임대사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운용리스는 선박소유권이전조건부 나용선(BBCHP)과 달리 금융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도 선사가 선박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아도 돼 선박 운영 부담을 줄 일 수 있다.
공사는 컨테이너박스 가격 상승에 대응해 연근해 컨테이너선사들을 대상으로 1000억원을 편성해 장비 리스사업을 벌인다. 수출입은행도 컨테이너박스금융을 도입했다.
정부는 공사가 국적선사 지원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출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공사 재무여건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 밖에 올해 일몰되는 지방세특례제한법상 국제선박 등록 시 취득세‧재산세 감면제도를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친환경선박 528척 전환…스마트물류시스템 구축
정부는 친환경 선박 전환을 촉진하고자 ▲신기술 개발과 실증 ▲연료공급 인프라 확충 ▲보급‧확산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2050년까지 무탄소 선박 상용화를 목표로, 전 단계로 2031년까지 온실가스를 70%까지 저감하는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고 2022년까지 LNG벙커링 선박 1척을 신조하고 2024년까지 울산에 벙커링 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친환경 연료 공급 인프라를 확충한다.
또 친환경 전환 보조금 지원 등 외항선 내항선 관공선 등 선종별로 맞춤형 지원으로 2030년까지 528척을 친환경선으로 전환해 국내 친환경선박 비율을 15%까지 높일 방침이다.
자동화항만 자율운항선박 물류운송최적화 등 스마트해운물류 시스템 도입도 적극 추진한다. 먼저 2026년까지 광양항에 자동화항만 가늠터를 구축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부산항 진해신항 등 신규항만으로 자동화시스템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운항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2025년까지 개발하고 자율운항선박 상용화에 대비해 규제혁신 이행방안을 마련한다. 선박과 항만 육상운송 간 데이터를 연계해 물류 전 구간을 최적화하는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정부는 스마트 해운물류분야 인력 수요에 대응해 해운물류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보유한 신규인력 2000명을 육성하고 자율운항시스템 운용인력 등 신 직종 교육체계와 자격평가기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존 항만근로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항만 전용 장비 운용 교육 등 일자리 전환 대책도 추진한다.
올해 해운매출 40조 목표…한진해운 사태 이전 수준 회복
2018년 수립한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이후 한국해운은 한진해운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15년 39조원에서 2016년 29조원으로 하락했던 해운 매출액은 지난해 36조원까지 확대됐다. 원양 컨테이너선복량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16년 8월 105만TEU에서 같은 해 연말 46만TEU로 급감했다가 잇따른 초대형선 발주로 지난해 말 78만TEU까지 늘어났다.
히 대표적인 국적 원양선사인 HMM은 3조1500억원을 투자해 지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토대로 지난해 10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중소‧중견선사들도 해양진흥공사의 선박 매입 후 재대선(S&LB) 등 금융지원을 기반으로 경영 여건을 안정화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설립 이후 해운사 83곳에 5조8000억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올해 해운 매출액을 40조원, 원양 컨테이너선대를 신조 발주량을 포함해 105만TEU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날 부산 신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해운업 재건에 시동을 건 지 3년,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과 HMM이 신규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계기로 우리 해운업이 기적같이 살아났다”며 “2030년까지 150만TEU 이상의 컨테이너 선복량을 확보하여 해운 매출액을 70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세계 해운산업 리더 국가로 도약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전반기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산업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기에는 글로벌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이번 전략에서 마련한 정책과제들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다”며,“이번 전략 수립으로 친환경선박 기술개발과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시행중인 광양항 테스트베드 구축, 부산항 진해신항 개발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하나로 HMM에서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중 마지막 선박인 1만6000TEU급 <에이치엠엠한울>호는 이날 유럽을 향해 첫 뱃고동을 울렸다.
출항식엔 문재인 대통령과 문성혁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급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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