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1 09:06

“우리 모두가 해양 안전의 주역”

인터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연승 이사장
10년 내 해양사고·인명피해 50% 저감 목표


초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수장을 지낸 이연승 이사장이 3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이연승 이사장은 2017년 12월 말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재출범하는 데 막중한 역할을 했다. 이 이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단이 수립한 10년 내 해양사고 50% 저감 목표를 소개하며 해양수산업계 종사자들이 해양 안전을 제고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Q. 3년간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소감이 궁금하다. 

공단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제가 취임하기 바로 전에 국회에서 해양교통안전공단법이 발의됐다. 발의 당시엔 기관을 신설하는 안이 담겼지만, 국회와 정부의 논의 과정에서 기존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해양교통안전관리 사업 추진에 공단의 기존 업무가 효율적이라는 정책적 판단이었다.

취임 첫해는 자연스레 공단법 제정 준비에 전력을 쏟았다. 취임 2년차엔 공단법 제정에 따라 조직을 출범시키고, 해양안전 종합관리기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다듬었다.

또 30여 가지의 신규 사업을 발굴해 역량을 집중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묵묵히 맡은 바 업무를 함께해 준 공단 직원들 덕분에 공단이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시간들은 다시 생각해도 설레고 지금도 가끔 벅찬 마음에 들뜨기도 한다. 

Q. 재임 기간 동안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이 가장 큰 변화라 생각된다. 새로운 공단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망을 구축하려고 해양안전 강화 대책이 마련됐지만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기관이 없어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해양사고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지난해 해양교통안전공단이 출범했다. 해양교통안전공단법은 크게 2가지 목적을 담고 있다.

바로 ‘해양사고 예방’ ‘해양교통체계 구축과 종합관리’다. 해양사고를 줄여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게 공단의 출범 이유이자 목적이다. 지난해 출범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바닷길을 만들겠다’는 미션과 ‘국민과 함께하는 해양교통안전 종합 관리기관’이라는 비전을 선언했다. 특히 출범 10년 이내에 해양사고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큰 목표를 수립했다. 이 목표에 큰 무게를 느낀다.

해양사고 인명피해를 역시 50% 줄이고 선박에 의해 발생하는 대기오염도 감축해 나가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국민이 해양안전을 신뢰하는 계기를 만들 거라 본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바다, 깨끗한 바다, 스마트한 바다, 행복한 바다를 만들어 드릴 것을 약속했다. 

Q. 공단 출범 이후 조직과 인력 구성은 어떻게 바뀌었나?

공단의 업무영역이 확대되면서 걸맞은 인력과 예산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했다. 지난해 출범하면서 교통안전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또 여객선 안전운항관리를 빈틈없이 수행하기 위해 욕지도 흑산도 백령도 등 주요 도서지역과 기항지에 ‘파견지 운항관리사무소’ 16곳을 신설했다. 지난 4월엔 기존 출장소 형태이던 울산 서울 속초를 지사로 승격했고 7월에는 고흥운항관리센터를 신설했다. 이렇게 해서 전국에 18개 지사 12개 운항관리센터 체제를 갖췄다. 

확대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정원과 예산을 늘렸다. 정원은 지난해보다 60명 늘어난 521명, 예산은 추경 포함 130억 늘어난 563억원이다. 지난 6월 전문성을 가진 직원 55명 채용을 마무리하고 현업에 배치했다. 새로운 인력의 전문성과 역동성이 공단 신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Q.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 건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 1979년 한국어선협회로 출발한 뒤 40여년간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선박 검사를 벌여왔다. 그러다보니 최신 장비를 갖춘 과학적 검사나 선박의 정밀한 안전점검에 한계를 보였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육상의 자동차 검사소 같은 권역별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를 건립해 최신 장비로 선박 검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는 기존 선박검사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검사원이 직접 이동해 발생했던 비효율성을 없애고 전문장비를 활용하는 검사 표준화에 이바지할 거다. 센터는 선박종사자와 해양교통이용자의 원스톱 체험형 안전교육은 물론 해양안전 R&D 기능도 갖추게 된다. 

올해 목포와 인천에 부지를 확정하고, 내년 설계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지난달 30일 부산시 한국해양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센터 부지 조성과 인·허가 행정지원, 예산 인력 등을 약속 받았다. 해양수도 부산에 들어서게 될 해양안전연구협력센터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해사안전과 해양환경 관련 국제표준, 개발도상국 대상 해사안전 기술 노하우 공유 등 국제업무 분야를 벌인다. 

Q.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선박안전기술공단 시절이던 2015년 7월7일 해운조합에서 인수한 여객선 운항관리업무를 5년째 수행하고 있다. 그간 70여명이던 운항관리자를 140여명까지 2배 수준으로 늘려 출항 전 점검과 여객선 운항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수부 행안부 해군과 운항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 2018년부터 여객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 전담기관으로 지정돼 연안여객선의 특성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안전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 이후엔 여객선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파견지 운항관리사무소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4곳, 올해 2곳을 추가해 현재 36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파견지 운항관리사무소는 여객선 안전운항관리뿐 아니라 도서벽지 주민에게 해양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여객선 운항정보를 공유하는 등 도서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올해 7월엔 공단 안전운항본부에 안전상황관리팀을 신설했다. 여객선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내년엔 본사에 안전상황센터를 만들어 전국 12개 운항관리센터 지사별로 모니터링 해온 여객선 운항 현황을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취합, 운항 현황을 파악해 나가려고 한다. 

또 ICT 기술을 활용해 선박-육상 간 안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e-내비게이션 선박단말기 보급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 LTE-M 기반의 지능형 해양교통서비스다. 연안 최대 100km해역까지 통신이 가능하며 올해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1월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한다. 여객선과 유조선 예인선 등 600척에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다. 

Q. 공단에서 연안여객선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어떤 사업인가?

현재 연안여객선 교통약자에게 이동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대중교통법이 개정돼 연안 여객선이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되면서 여객선에도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자동안내방송시설 ▲전자문자안내판 ▲목적지 표시 ▲휠체어 승강설비 ▲휠체어 보관함 및 교통약자용 좌석 ▲장애인전용화장실 ▲출입구 통로 확보 ▲장애인 접근가능 표시 설치 등 8가지다.

공단은 올해 국가보조항로를 운항하는 27항로, 26척의 연안여객선 중 대체선박을 짓는 2척을 제외한 24척에 교통약자가 연안여객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연안여객선은 기본구조가 육상교통수단보다는 항공교통수단과 비슷해 구조 변경과 추가 설치에 어려움이 커 편의시설 설치사업 시작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또 선박별로 설계가 달라 현장실측과 자재수급 등에 어려움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편의시설 설치 지원 사업은 올해 전액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됐다. 내년과 내후년엔 일반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에 설치비의 50%를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인다. 

Q. 어업인과 해양수산가족에게 당부하실 말씀은?

공단이 새롭게 출범하는 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여러분의 든든한 후원 덕분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올해 제가 어선의 안전복지공간 확보를 위해 여러 번 현장을 찾아가 봤는데 소형어선의 선원과 선주들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조업을 하고 계셔서, 복지공간이나 안전시설이 잘 확보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해양안전을 높이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안전을 향한 우리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바다에 대한 관심과 도전 의지, 해양안전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책임 의식, 바다의 도전과 위험을 기술과 과학으로 이겨내려는 노력, 무엇보다 바다를 향하는 온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 모두의 안전한 바다가 만들어질 거라 본다.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다의 일상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만들어가는 여러분 모두가 해양안전의 주역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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