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4 16:02

더 세월(55)

저자 성용경
49. 미수습자 수색(1)


목포신항 부두에 트럭 한 대가 도착했다. 트럭에는 철재와 목재가 가득 실려 있다. 워킹타워(walking tower)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자재로, 제세실업에서 공급한 것이다.

“앞으로 열 대가 더 들어옵니다.”

트럭에서 내린 운전기사가 부두에 서 있는 서정민 사장에게 보고했다. 옆에는 이순정 상무가 서 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트럭을 보고 있던 그녀는 서정민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옆으로 비켜서세요, 사장님. 트럭이 연달아 들어오고 있어요.”

그가 다칠까 봐 걱정이 됐다.

합동수습본부 직원이 와서 자재 인수를 시작했다. 배 안에 들어차 있는 진흙을 제거하고 유체를 수습하기 위해 작업대를 설치하는 데 많은 자재가 들어갔다.

선체가 육상에 거치되는 시점에 맞춰 10여 곳의 관련 부처와 단체가 참여한 합동수습본부가 가동했다. 본부는 종합상황실, 작업인력 대기실, 유가족 지원실 등 이동식 건물 40동으로 이뤄졌다. 팽목항에 있던 미수습자 지원시설 10곳도 이곳으로 옮겨왔다. 해수부를 비롯해 관련 기관에서 110여 명의 인력이 파견됐다.

“서 사장, 차 한잔하지.”

자재 인수인계를 마쳤을 무렵 뒤에서 누군가 서정민의 어깨를 툭 쳤다. 선체조사위원 선배였다. 그의 안내로 이동식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제수씨도 앉으세요.”

선배는 이순정을 공손히 안내했다. 이때 가만히 있어도 될 서정민이 나섰다.

“그렇게 부르시면 안 됩니다, 선배님. 우린 부부가 아니라 엄연한 동업자예요.”

“그건 난 모르겠고… 자네가 그렇게 행동하잖아. 하하.”

평범한 동업관계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듯 너털웃음으로 분위기를 정리한 선배는 여직원에게 따끈한 차 세 잔을 시켰다. 차를 마시며 선조위 조직에 대해서 설명하는 선배.

“이렇게 친절한 선배가 어디 있냐?” 

호기를 부리는 그가 우습기도 했다.

선체가 육상에 안전하게 거치되면 본격적인 선체 수색이 시작된다. 국회에서 선출한 5명, 희생자가족대표가 선출한 3명 등 총 8명으로 꾸려진 선체조사위원회가 6개월에 걸쳐 9명의 미수습자를 찾고 선체 내 잔존 유류품을 수색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수색 기간은 최대 4개월 연장 가능하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한 선체조사도 병행된다. 

수색 작업은 인양만큼이나 난도가 높다. 22미터. 왼쪽으로 누운 세월호는 아파트 8층 높이에 해당한다. 인부들은 수직절벽이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또 선체가 3년 가까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탓에 부식이 많이 진행되어 수색 과정에서 붕괴나 함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부두 구석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는 유족 50여명은 간혹 무기력하고 우울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 사실을 서울구치소 503번 여사님은 알고 계실까?”

목포시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고조됐다. 시내 도로변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렸다. 한 달 뒤 열릴 예정이던 유달산 축제도 취소됐다.

“육지에 올려진 배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부모들 마음은 오죽 하겠어요.”

참사 1,091일 만에 인양작업이 완료된 세월호를 보자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모듈트랜스포터를 빼낸 후 리프팅 빔과 받침대를 용접해서 더 단단하게 고정하는 작업이 추가됐다. 선체 중간에서 선미 쪽으로 일부 꼬이는 현상과 선수와 선미에서 휘어지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습본부는 육상 거치를 마친 후 일주일간 외부세척과 방역,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측정, 안전도 검사를 하면서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색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수색에 들어가기 전 진행되는 준비 작업은 이랬다.

선체 내외부 영상 촬영 → 선체 외부 장애물 제거 → 선체 외부 세척 → 워킹타워 설치 → 우현 선측(천장) 난간 설치 → 선내 방역 → 위해도 및 안전도 검사 → 미수습자 수색.

세척엔 고압세척기 6대가 동원된다. 해수부는 세척기를 목포신항으로 가져와 선체 외부세척에 적합한지 테스트했다. 코리아샐비지는 선체정리업체로 선정되었다. 이 업체는 산소농도 측정기와 유해가스 검지기 등의 장비를 이용해 선내에 사람이 들어가서 수색작업을 해도 되는지 위해도를 측정했다. 상하이샐비지 협력업체 씨엠에스서비스는 선체의 천장과 바닥, 벽면 등이 수색작업을 진행해도 안전할 만큼 두꺼운지 점검했다.

수색 작업은 선체 내부를 수색하고 선체에서 걷어낸 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신수습을 위해 6.25유해발굴단 같은 전문 수습요원들이 투입됐다.

코리아샐비지는 선체에서 제거해낸 펄을 걸러낼 체 10여 개를 특수 제작했다. 가로세로 각 1미터 크기에 지름 5밀리미터의 구멍 수천 개가 나 있는 체는 미수습자 유해와 유류품 수색에 활용된다. 

“펄의 무게가 600톤이고, 이것들이 막대자루 2,600개에 담겨 있다고요?”

서정민은 세월호에서 걷어낸 진흙의 방대한 양에 놀라 합동수습본부 직원에게 되물었다. 펄은 체 위에 부어 물로 세척한다고 직원은 대답했다.

“참사 당시 여섯 살이었던 권혁규 군을 기준으로 체를 특수 제작한 거죠.”

옆에 서 있던 유해발굴 전문가가 보충 설명했다. 

세척작업과 워킹타워 설치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선체 내부 수색이 진행된다. 세척은 선체 내 부착물과 기름이나 진흙으로 인해 수색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26미터 규모의 워킹타워가 설치되면 수색할 객실의 높이에 맞춰 발판을 만들고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수색 요원을 투입하게 된다. 

누운 배의 우현 위에는 안전 난간을 만들어 수색자가 추락하지 않도록 했다. 

선체 수색은 세월호 희생자 수습의 종착지다. 3년 전 많은 사람들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다. 당시 유체를 발견했던 민간 잠수사는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죽었어요. 살아 있는 아이가 아니야. 하지만 바로 내 코앞에 있어. 수습해 나오다 어디 부딪히기라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픈 거야!” 

‘꽃다운 죽음’이라고 아름답게 애도하는 것조차 상처가 된다. ‘살았으니까 됐다’는 말도 생존자의 가슴에 송곳을 찌르는 것과 같다.

딱 한 번이라도 시신을 봤으면 좋겠다고 미수습자 가족은 말한다.

왜 딱 한 번일까? 세 번, 네 번, 백 번이 있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의미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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