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 한국선급 회장(가운데)이 기자간담회에서 경영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선급이 안전 디지털 선단확대 소통을 4대 중점과제로 설정했다.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은 11일 해운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창립 60주년을 맞아 내세운 4가지 목표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등록선박의 안전을 통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발생한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 2건의 해난사고 원인이 한국선급과 특별히 연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등록선박에서 사고 특히 인사사고가 나면 국민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안전을 제 경영목표의 1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선급 도약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해외선주를 대상으로 등록선대를 확장하는 한편 직원들과 소통해서 인화 단결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한국선급의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은 디지털선급 도약과 신기술 개발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산화탄소(CO₂) 저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기술 개발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규정했다. 취임과 동시에 신연료 분야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을 특별히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총량을 2008년 대비 50%까지 줄여야 한다. 선박수명을 20년으로 보면 2030년부터 무탄소선박이 운항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5년에 탄소무배출 선박이 발주돼야 한다는 의미다.”
신연료 개발이 선급 생존 가늠자
이 회장은 한국선급이 LNG연료를 쓰는 선박엔 기술을 많이 축적했다고 자평하고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같은 100% 무탄소 연료를 연구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선급은 에이치라인해운이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LNG연료 추진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을 유치했다.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연료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R&D(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해서 산업부 해수부와 함께 국책과제를 시작했다. 이 분야를 개척하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디지털선급으로의 변신도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국제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해외 경쟁 선급들도 각 지역마다 원격검사 허브를 구축하는 등 디지털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는 디지털전담팀(TF)을 구성해서 각 부서의 디지털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변화의 속도가 엄청 빠르다. 예전엔 컴퓨터 인트라넷에서 업무를 다 했는데 요즘은 결재문서도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선급 업무도 그렇게 가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산성을 높이고 경비도 절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 회장이 꼽은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전자문서다. 한국선급은 현재 대부분의 선박검사증서를 전자문서로 발급하고 있다.
“예전엔 하드카피(인쇄) 증서를 발급해서 우편으로 보냈다. 지금은 그렇게 안 한다. 모두 전자증서로 갈음한다. 디자인증서나 협약증서도 모두 전자문서로 바뀌었다. 상대방이 전자증서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돼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는 전자증서를 발급한다. 다만 해킹 등으로 전자증서가 위조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강화에도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원격검사 활성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선급은 검사원의 이동이 막히자 연차검사나 정기검사를 제외하고 임시검사와 지연된 검사를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격 검사를 준비하는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지역이 봉쇄된 상황에서 선급업무가 마비됐을 거다.”
5년후 등록톤수 1억t 매출액 2000억 목표
이 회장은 이날 한국선급의 상반기 실적과 등록톤수 목표도 공개했다. 한국선급은 5월 말까지 수입 590억원, 지출 479억원, 세전이익 111억원을 거둬 연간 목표의 44%를 달성했다. 이 회장은 하반기까지 수입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낙관했다.
또 등록톤수는 5월 말 현재 7000만t(총톤)을 돌파했다. 5개월 새 200여만t을 늘렸다. 이 가운데 4200만t은 한국 지배선단이다. 외국선사 선박량은 30%인 2800만t 정도다. 싱가포르 노르웨이 영국 그리스 선사들이 한국선급에 가입해 있다.
노후 개조 VLOC(초대형 벌크선) 19척이 폐선될 경우 등록선대 300만t이 감소할 거란 점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이 회장은 외국선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해 2025년까지 등록톤수 1억t,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상태가 안 좋은 배는 안 받으려고 한다. PSC(항만국통제)에 걸린다든지 문제가 생기면 다른 등록선박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양호한 선박을 받기 위해선 외국선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결국 현지화가 중요하다.
고무적인 건 해외선사들이 한 번 한국선급을 경험하면 괜찮다는 얘길 많이 한다. 입소문을 타고 미국에 있는 다이아몬드쉬핑이 MR(중형) 탱크선 20척을 우리에게 가입했다. ABS(미국선급) 이사회 멤버인데도 ABS로 안 가고 한국선급 검사체계가 편하다면서 가입하더라.”
지난해 12월 회장 당선 당시 천명한 비선급분야 다각화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함정 검사 업무나 미국 수출용 압력용기를 인증하는 ASME(미국기계공학회) 검사, IECEx(국제방폭설비) 검사 등이 한국선급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대표적인 비선급분야 사업이다.
그는 특히 진출 15년째를 맞은 해군함정사업에서 올해 80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리나라에서 100척을 싹쓸이 수주해 세계 해운조선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카타르 LNG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나라 선사들과 제휴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와 협력해 공직유관단체에서 제외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국가에 한 선급만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선급에 대한 정부지원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선급단체는 산업에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히 IACS(국제선급연합회) 회원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IACS 가입 선급을 보유하지 않은 그리스는 IACS선급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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