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4 15:04

"현실성 없는 항만보안료 끌어올릴 것"

올해 항만물류협 ‘보안요율 현실화’ 주력
맞춤형 보험·TOC제도 개선 등 비용절감 사업 추진


한국항만물류협회는 올해부터 전국 무역항에 통합 징수가 시작된 항만시설보안료의 현실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열린 한국항만물류협회 기자간담회에서 항만물류협회 김종성 회장은 “선사나 화주에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터미널운영사 대신 정부가 보안료를 거둬줄 기초적인 시스템이 마련된 건 고무적”이라면서도 “지금 보안요율로는 제대로된 경비가 이뤄질 수 없다. 향후 운영사의 보안 소요 비용의 100% 충당이 가능한 보안요율을 만들기 위한 후속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만시설보안료는 지난 2015년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도입됐다. 항만소유자가 항만 보안에 소요되는 비용을 이용자로부터 ‘보안료’라는 명목으로 통합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안료는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PA), 터미널운영사 등 관계기관 사이에서 보안료 징수 주체와 방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실제 징수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에 겨우 합의에 이르러 각 PA가 터미널운영사 대신 이용자에게 보안료를 징수한 뒤 그 금액만큼 터미널 임대료를 깎아주는 방식을 채택, 올해 1월부터 전국 무역항에서 시행 중이다. 협회는 이제 보안요율 올리기에 주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항만시설보안요율이 외국 항만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게 여전히 문제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만시설보안료는 선박, 여객, 화물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뉘며 선박의 경우 t당 최대 3원, 여객보안료는 출항여객 1인당 최대 120원, 화물보안료는 액체화물은 10배럴당 5원, 컨테이너 화물은 TEU당 86원, 일반화물은 t당 4원이다. 컨테이너 화물 보안료만 비교해도 중국 상하이항은 TEU당 2500원에 달하며, 독일 등 주요 유럽항만은 TEU당 7000원에서 1만5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요율이 낮다 보니 현재의 보안료 수준으로는 전체 항만 터미널이 보안을 위해 소요하는 경비의 10% 정도만 충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협회는 해수부에 항만시설보안료 징수요율이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세 차례 건의했다. 이에 해수부는 검토가 필요다는 입장을 내비친 걸로 알려졌다. 징수요율 변경은 시설 이용자와 소유자간 합의가 돼야 하고,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항만물류산업 맞춤형 보험, 보험료 30% ↓

협회는 터미널운영사 및 하역사들의 보험 비용 절감을 위한 신사업에도 나선다고 소개했다. 한국해운조합과 공동으로 ‘항만물류산업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의 주요 항만국가들은 항만산업에 특화된 보험이 다수 개발된 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항만하역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보험이 없다. 

이번에 한국해운조합 주도로 마련될 보험상품은 일반 손해보험과 다른 ‘공제보험’ 형태로 진행된다. 이는 동종업계 집단이 결합해 공동으로 사고에 대응할 공동재산을 마련하는 보험으로, 보험료가 일반 사보험보다 20~30% 저렴하며 많은 기업들이 가입할수록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 항만산업에 특화된 맞춤형 보험인 만큼 더욱 정확하고 신속한 보상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거로 전망된다. 자리에 참석한 협회 김석구 부회장은 “높은 보험료가 부담됐던 중소 하역사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라며 “현재의 일반 보험보다 보장 범위나 혜택이 더 풍부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해운조합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해운조합과 협회는 오는 6월까지 상품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운영사 통합, 경쟁 완화로 하역요율 제고 도움” 

현재 항만업계에서 통용되는 하역요율의 현실화는 협회의 오랜 숙원이다. 김 부회장은 “여전히 제일 고심하는 부분은 회원사들이 하역료를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점”이라며 올해도 하역인가요금 준수와 표준계약서 확산·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부산·인천항의 터미널운영사 통합에도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정부에서 이렇게 나서서 운영사 통합을 유도하는 것도 국내 항만업계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방침일 것”이라며 “해수부가 발표한 운영사 통합 계획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터미널운영사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하역요율은 항만사업법에 나와 있는 고시요율의 최소 65%에서 최대 80% 정도만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운영사 통합으로 경쟁 완화가 이뤄지면 일정 부분 하역요율 제고와 국가경쟁력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엇갈리는 운영사간 입장을 조율해야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만연한 적자 해소를 위해서 통합하는 게 낫다고 보는 운영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개별 기업의 경영에 따라 실적 차이는 당연하다며 통합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부산 북항 통합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연내로 부산 신항 통합 방안의 방향 설정을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정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 밖에 협회는 올해 부두운영회사(TOC) 제도를 개선, 접안시설로 선사가 사용하는 방충재와 계선주에 대한 유지보수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해수부와 계속 협의할 계획이다. 또 ‘항만 내 유해화학물질 관리지침’에 따른 컨테이너 전용 장치장 설치에 대한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수부·환경부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내년에 시행을 앞둔 ‘국가필수해운제도’ 제정 사업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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