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4 16:52

택배파업에 대리점·노조 갈등 고조

택배대리점연합회, 서울고용청에 노조 불법행위 조치 탄원
택배노조 “불법행위 자행하는 대리점연합회 규탄”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택배대리점들이 일부 영남권지역에서 벌어지는 택배노조의 파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 소속 택배대리점 사장들은 지난 1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비노조 택배기사 1만2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성명서를 제출했다.

대리점연합회 측은 “지난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가 심도 있는 검토와 각종 시뮬레이션이 없이 일부의 주장과 자료만을 가지고 택배노조필증을 발급해주면서 파업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성명서 전달의 배경을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부당노동행위로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대리점연합회가 자신들이 조작한 비조합원 서명을 빌미로 합법노조의 설립 필증을 취소해달라는 불법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맞섰다.

대리점연합회 “노조필증 발부가 문제”

대리점연합회는 정부가 일부 자료만을 참고해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들에게 노조필증을 발급해준 게 오늘날의 사태로 이어졌다고 불만을 내뿜었다. 산업사회에서 사업주와 고용인 관계를 개선하고 권리를 찾으려면 노조가 존재해야 하지만 택배노조의 요구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임금 노동, 무리한 수수료체계, 직계약 전환 등이 택배노조의 요구사항이다.

특히 대리점연합회는 직계약 전환에 대해 배송구역을 모두 나눠준 대리점주들을 실업자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CJ대한통운의 택배계약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대리점과 하청계약을 맺고, 대리점들이 택배기사들에게 구역별로 물량을 나눠주는 구조다. 택배화물의 절반은 CJ대한통운의 계약물량이지만 나머지는 전국 대리점들이 직접 수주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노조가 영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월요일마다 수차례 파업에 나서면서 집화한 화물의 배송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리점연합회는 주어진 할당량을 모두 마무리짓는 게 정상배송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택배노조는 교섭권을 인정해줄 때까지 태업을 하는 건 정당한 권리라며 맞서고 있다.

대리점연합회 홍우희 부회장은 노조가 게릴라성으로 파업에 나서면서 고객사가 대거 이탈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수수방관 중이라고 비판했다.

“파업 여파로 전국 각지에서 고객사 이탈이 급증했고, 배송 물량 감소로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추가 파업이 우려돼 성명서를 전달하게 됐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고용인이라는 단어만으로 노조필증을 발급해준 고용노동부 관련 부서가 특정 기업의 단순 노사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기반해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택배노조 측은 위탁대리점장들의 강요로 택배기사들이 성명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론했다. 택배노조 김진일 정책국장은 “지난해 12월 전국적으로 대리점장들이 ‘CJ대한통운 전국 택배기사 일동’ 명의의 서명을 받으러 다녔음이 확인됐다”며 “노조 간부가 직접 목격했고, 네이버밴드(앱) ‘전국택배기사권리찾기전국모임’에서도 제보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비조합원들이 노조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듯 포장하고 파업을 불법행위로 매도한 내용의 서명을 대리점장들이 받으러 다녔다는 주장이다.

김 국장은 “CJ대한통운의 행동대장 격으로 불법행위를 벌이고 있는 대리점연합회를 규탄한다”며 “서명을 둘러싼 대리점장들의 부당노동행위를 고소할 것이며, CJ대한통운은 즉시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번 성명서 전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택배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의 계약문제다보니 택배노조에 대한 교섭권이 없어 마땅한 방안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택배대리점연합회 김종철 회장 외 관계자들이 서울고용청 관계자들과 면담에 나서고 있다.
 


“파업 지속 시 대체방안 물색할 것” 

대리점연합회 측은 택배노조가 파업에 나서더라도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작업까지 방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홍 부회장은 “전체 택배기사의 3%에 불과한 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의 명분 없는 파업과 배송방해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CJ대한통운의 VIP화주나 유통기한에 취약한 신선식품(냉동냉장) 및 생물 등을 일부러 배송하지 않는 방식으로 CJ대한통운과 대리점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연합회는 사태가 진전되지 않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지난해 12월17일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KGB택배에 구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부피가 큰 이형화물을 주력 운송하는 KGB택배가 소형화물을 집중 처리하는 CJ대한통운의 이형화물을 처리해 택배대리점들의 대체 배송망을 확보하고 불가피한 상황을 수월하게 대처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부회장은 “CJ대한통운과 KGB택배의 주력 화물군이 달라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는 만큼 KGB택배도 업무제휴에 만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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