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5 09:22

‘위기’와 ‘성장’의 기로, 홍콩항

<세계항만순례>
세계 1위항서 곤두박질…제2도약 선언



국제경제의 중심지, 홍콩에는 해상교역 허브, 홍콩항이 있다. 홍콩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환적항이자 중국 5대 항만 중 하나다. 매주 약 320개 정기선이 기항하며 470여개의 타 항만들과 연결돼 있다. 남중국해의 관문항으로, 상하이항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에는 중국 최대 컨테이너항만이기도 했다. 15m의 수심과 천혜의 자연환경은 다양한 종류의 선박들이 정박하기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컨’ 처리량 아직 건재…자동화 대응 시작

지난 1997년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넘겨받은 중국 정부가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지정하면서, 홍콩항은 자치행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해사부 산하의 항만운영위원회가 항만 운영을 전반적으로 담당한다.

항만 내에는 컨테이너 터미널과 하천 무역 터미널, 중간 하역 부지, 공공 화물 운영 구역, 선박 계류장, 태풍 대피 구역 등이 갖춰져 있다. 연간 물동량은 세계 5위권을 수년간 유지하고 있다. 영국 로이즈리스트가 발표한 세계 컨테이너 항만 처리 실적 순위에서 지난해 2077만TEU의 연간 물동량을 기록, 세계 5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처리실적은 약 986만TEU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한 군데에 밀집된 컨테이너 전용 부두는 홍콩항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전체 면적 343만8000㎡, 선석 길이 7694m, 선석 수 24개로 이뤄진 9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콰이칭 컨테이너 터미널’로 통칭된다. 터미널운영사는 총 5개로, 홍콩 허치슨포트홀딩스트러스트(HPHT)의 홍콩인터내셔널터미널(HIT)이 4·6·7·9(북쪽)번 부두, 코스코홍콩터미널(CHT)이 8번(동쪽)부두, 아시아컨테이너터미널(ACT)이 8번(서쪽)부두, 모던터미널(MTL)이 1·2·5·9(남쪽)번 부두, DP월드터미널(DPT)이 3번 부두를 각각 맡고 있다. 다만, HIT, CHT, AIT는 HPHT에서 통합 운영한다. HPHT가 CHT와 AIT 지분의 50% 40%를 각각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콰이칭 터미널이 보유한 항만장비는 올해 1월 기준 안벽크레인 99기, 레일형 갠트리크레인(RMGC) 24기, 고무바퀴식 갠트리크레인(RTGC) 336기다. 터미널 자동화를 위한 장비 개선도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에 HIT의 9번(북) 부두에 원격조종식 RTGC와 컨테이너 적재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으며, 4월에는 원격조종식 RMGC 3기를 추가했다. HIT는 지난 2012년에 원격조종식 RMGC를 최초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하반기부터 수동형 RTGC 29기를 완전자동화 방식으로 교체하고, 컨테이너 적재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HIT와 홍콩항만운영위원회는 터미널 자동화로 컨테이너 하역·적재 작업 인력 부족을 완화함과 동시에 안전성과 운영 효율·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서비스·인프라 개선으로 제2전성기 노린다

여전히 세계 최대 항만 대열의 맨 앞줄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 중국 1위 항만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홍콩항의 입지는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다. 과거 중국 남부에 집중된 제조업이 중북부로도 옮겨가면서 지역 항만들의 발전이 가속화했고, 홍콩항의 환적 기능은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세계 1위를 유지했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은 지난 2005년 싱가포르항에 추월당한 이후 2007년엔 중국 상하이항에 2위 자리를 내줬다. 2013년엔 중국 선전항, 2015년엔 중국 닝보항에 또다시 밀렸다. 올해 상반기 순위는 지난해 5위에서 7위로 하락했다.

물동량 부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홍콩항은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홍콩항에서 제공하는 선박등록과 운영, 해상보험과 해사중재 및 사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고객을 유치하고 국제 허브항으로서의 위치를 재정립한다는게 전략의 주요 골자다.

이런 새로운 접근법은 꽤 유효해 보인다. ‘항만도시’ 홍콩의 명망이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트해운거래소는 홍콩을 세계 우수 항만도시 2위로 선정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홍콩이 중국 일대일로 정책에 힘입은 지속적인 투자 유치로 아시아-태평양지역 해운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광둥성-홍콩-마카오 경제 통합 계획(웨강아오 대만구 개발계획)도 홍콩항의 미래 전망을 밝혀주고 있다.

특히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 건설은 홍콩항 물류 여건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관측이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해상으로 잇는 이 대교는 올해 4분기에 개통을 앞두고 있다.

대교를 활용하면 진주강 유역과 관둥지방, 홍콩을 오가는 화물 흐름이 원활해진다. 진주강 서부에서 홍콩을 향하는 데 현재는 3시간30분이 걸리지만, 해상 다리를 통하면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홍콩까지의 운송시간과 비용이 줄어들면서 대교 인근의 광둥, 광시 지역발 화물이 콰이칭 컨테이너 터미널을 더욱 많이 활용할 거란 기대를 거는 이유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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