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6 11:07

칼럼/ 과감한 LNG정책으로 글로벌 해양강국 재건해야

김학소 편집위원(청운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2018년 무술년 새해, 황금개띠 해가 밝아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해운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하반기로 들어서며 사상최악의 상황에서 약간 벗어난 상태로 새해를 맞게 됐다. 2018년의 해운시장은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어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의 고용안정, 소비회복 등이 해운시황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는 인도와 세계 최대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중국의 제조업 성장력과 소비력 유지가 해운시황 회복을 촉진시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일본의 경기둔화, EU국가간 갈등은 해운시황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반도의 북핵문제와 관련된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의 정치적 갈등, 중동지역의 정치불안, 신흥국가들의 경제불안등도 해운시황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2018년 이후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해운시장의 환경변화이다. 이제까지 경험해왔던 그 어떤 요인보다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위기요인들이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해운산업을 총체적인 위기상황으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고 준비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히 위태로울 것으로 판단되는 3가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첫째, 불과 2년후인 2020년부터는 IMO 환경규제에 의해 48,000척에 이르는 전세계 모든 선박들이 벙커C유 대신 LNG를 사용하거나 벙커C유보다 훨씬 비싼 MGO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아니면 스크루버를 장착해 황산화물의 배출을 현재의 3.5%에서 0.5%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이는 선령이 오래된 모든 선박은 LNG추진선으로 신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는 현재 미국, 유럽, 중국, 홍콩에 선포돼 있는 ECA(Emission Control Area: 황산화물 배출 규제지역)가 조만간 호주, 아시아 지역에서도 선포되고 시행된다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 무역량의 60%를 넘는 지역이 ECA로 선포된다는 의미이고 선사들은 LNG선박으로 교체하지 않는 경우 ECA해역 운항이 금지되고, 선포 국가의 항만 입항이 거부되며, 벌금이 부과되거나, 강제로 견인하는 등 강력한 선박통항 규제가 시행된다는 것이다. 셋째, 선진 해운국가들이 공격적인 LNG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각국, 심지어 중국, 싱가폴, 일본 등 모든 선진 해운국들이 LNG선박 건조와 LNG 항만 건설에 대해 총 투자비용의 10%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이미 양자강유역의 LNG터미널과 선박들에 대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해운시장의 위기 요인은 우리나라의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에 상반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조선산업의 경우 LNG추진선 건조에 강점이 있어서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클락슨 발표에 의하면 2020년부터 2025년사이 최소한 12,000척의 신조선이 발주되거나 LNG추진선으로 수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세계 조선업의 92%를 중국, 한국,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 조선업계는 최소한 연간 1500척이상의 수주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 조선업의 경우 가장 많은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술력 부족과 공정트러블 등 납기지연의 발생으로 신조선 수주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납기. 품질 경쟁력에서 앞서 있고, 사상 초유의 대량발주상황에 대비해 최대한의 신조선을 수주해야 한다. 대형 조선소 뿐 아니라 중소조선소, 조선기자재 등 조선산업의 생태계 전체를 최대한 복원시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우리 해운산업은 한진해운 몰락의 충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이미 수년간 논의를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선박연료공급을 위한 LNG벙커링터미널 개발 및 LNG추진선박 공급에 대한 국가종합정책이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공선, 역무선 등 공공기관 선박의 LNG추진선 전환정책이 추진중에 있으나, 해운기업 선박을 LNG추진선박으로 교체하거나 LNG추진선 발주에 대한 지원정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 해운기업들도 비싼 MGO를 사용하거나 스쿠루버를 달고 규제상황을 지켜보는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경우 우리의 해운산업은 총체적 위기에 당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중국 등 선진국들의 ECA선포로 화물운송에 참여가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ECA를 선포하고 있고 양자강에서 운항하는 30,000척의 선박을 매년 1,000척씩 LNG선으로 교체, 전체 선박을 급속하게 대체하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 선박이 LNG추진선으로 조기에 대체되지 못하면 중국항만 입항이 거부되고 중국 선박들만 우리 항만에 입항하며 시장을 빼앗아 갈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선박은 미국, 유럽, 중국, 홍콩, 호주에도 입항할 수 없게 되거나, 비싼 MGO연료를 사용하므로서 경영이 더욱 악화 될 수도 있다. 

우리 해운산업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한진해운 몰락 이후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세계5위의 해운대국에서 6위로 추락, 컨테이너 선복량기준 6.4% 점유율에서 3.2%로 감소했다. 향후 세계선사들의 발주계획을 감안시 2%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2017년 4월 세계 해운 동맹이 2M, Ocean Alliance, THE Alliance시대로 변화되면서 현대상선이 2M에 합류하고는 있으나, 이미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대한민국의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특별조치가 실행돼야 한다. 첫째, 국내선사들의 LNG추진선 조기교체를 위한 국가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을 압도할 수 있도록 선박교체 속도를 높여야 한다. LNG추진선 교체에 대한 지원규모를 선진국을 능가하는 조건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 세계 선사들이 망설이고 있는 상황을 역이용해 우리나라 선사들의 LNG선박을 조기에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2018년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도 2020년 이전에 신속하게 ECA를 선포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이슈인 기후변화, 환경보호, 해상안전, 해양오염 문제에 선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조선업과 해운산업을 살리는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 조선산업, 해운산업, 항만산업, 물류산업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종합적 국가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향후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게 될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이 상생 공존할 수 있는 선박투자 금융시스템을 마련,  항만, 물류, 화주가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우리나라가 글로벌 LNG벙커링 허브국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국LNG벙커링 항만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싱가폴에게 뒤졌던 오일 벙커링 허브국가 전략을 세계최고의 LNG조선기술. 도시가스 LNG운용기술. 세계적 규모의 LNG수급력 등을 활용, LNG벙커링허브 국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오늘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세계 해운항만 조선강국으로 나갈 것인가 아닌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LNG추진선 조기교체, LNG벙커링 허브정책, ECA조기선포야 말로 조선산업. 해운산업. 항만산업과 항만배후산업까지 종합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절체절명의 해운위기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살릴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려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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