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9 11:07

“항만터미널시장, 접근 쉬운 정책금융 긴요”

해수부 강준석 차관, 민자부두 CEO와 간담회
업계 애로·협조사항 청취, 활성화 방안 논의

국내 주요 항만의 민자 터미널운영사 최고경영자(CEO)와 항만당국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국내 항만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논했다. 업계는 물동량 성장세 급감과 부두의 과잉공급에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양수산부 강준석 차관의 주재로 13일 서울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항만민자사업 CEO 간담회’에서 주요 운영사 CEO들은 금융권과 정부로부터 추가 재원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재무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간담회는 민·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항만민자사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 참석자로는 부산신항 2부두 운영사인 부산신항만(PNC) 김영민 사장, 5부두 운영사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 존 엘리어트 사장을 비롯해 전국의 17개 민자운영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날 강 차관은 항만민자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만민자사업의 정상화와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공급과잉에 하역료 ‘추락’…“선석 추가개장 시기 늦춰야”

이날 터미널운영사 CEO들은 국내 주요 항만의 하역시장이 공급과잉에 놓여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해수부가 추진 중인 추가 부두 개장시기를 수요에 따라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PNC 김영민 사장은 “부산항 하역료가 베트남을 제외하면 세계 최저수준에 가깝다. 과당경쟁과 기본적인 수급의 문제이며, 최근 급증하는 인건비도 업계로선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장기적으로 전국 항만 경쟁력이 실추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덧붙여 “일시에 신규공급이 이뤄지면 하역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BNCT 존 엘리어트 사장도 “하역료가 계속 인하되는 상황에서, BNCT는 수천억원을 투자해 터미널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추가 부두 개장시기에 맞물려 투자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강 차관은 “시설과잉에 따른 하역료 인하는 부산 외 타 항만에도 만연한 문제”라며 “추가 터미널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터미널업계도 힘을 합쳐 하역료 인하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터미널업계 “금융권·정부로부터 재원조달 어렵다”

주요 지역항만 CEO들은 국내 금융권과 정부 산하 금융기관으로부터 재원을 융통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업계는 시중은행의 융자(파이낸싱) 금리는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의 차이가 크고, 항만사업을 위한 정책펀드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투자에 적용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울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UNCT) 김성일 사장은 “항만에도 (재정운용이 어려운) 프로젝트가 많다보니 시중 은행의 금리는 대체로 10%대가 많다”며 “도로나 철도사업처럼 정부의 펀드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펀드가 있어도 실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민자 터미널이 정부로부터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MRG사업을 청산하면, 순수 하역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터미널운영사로선 당장 재무적 어려움에 놓여 정부가 조성한 펀드로 담보자금을 끌어와야 하지만 재무적 판단이 우선시 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터미널운영사 CEO들은 적자 최소화를 위해 새해에는 사업재조정과 자금재조달에 사력을 다할 거란 계획을 내비쳤다.

최근 지진 피해가 컸던 포항지역의 포항영일신항만 이상우 사장은 피해복구에 따른 보험금 수령 시기가 늦어지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이 사장은 “보험금 수령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 항만당국이 보험사와 합의해 터미널에 재정지원을 먼저 해주고, 항만당국이 후에 걷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민자사업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항만투자협력과 관계자는 “펀드는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게 사실이다. 업계가 건의한 만큼 관계부처·기획재정부와 제도개선 차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미널 완전자동화, 한국에선 ‘시기상조’

최근 중국 상하이 양산항과 칭다오항, 미국 롱비치항의 OOCL터미널 등 완전 무인 컨테이너터미널이 속속 개장하면서 항만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인자동화터미널은 안벽갠트리크레인(STS)과 장치장에 쌓인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트랜스퍼크레인(TC), 화물을 운송하는 트레일러까지 무인으로 움직인다. 중국을 비롯해 네덜란드(로테르담) 독일(함부르크) 등이 완전자동화에 나선 대표적인 항만으로 꼽힌다.

해수부는 이날 완전자동화를 반영한 스마트 항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업계는 우리나라의 인력 투입비용이 최첨단 자동화시설을 도입하는 것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항만 근로자들의 기술도 정교해 완전자동화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BNCT 존 엘리어트 사장은 “완전자동화를 언젠가는 도입해야겠지만, STS크레인의 경우 가격수용자(price taker) 입장이다 보니 비용부담이 상당하다”며 “부산항은 근로자의 생산성이 나쁘지 않아 완전자동화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저출산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 언젠가는 완전자동화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겠지만 지금은 반자동 반수동으로 움직이는 게 항만 효율성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UNCT 김성일 사장도 존 사장과 입장을 같이 했다. 김 사장은 “STS크레인을 무인화 할 수 있지만, 울산항의 경우 날씨 영향을 크게 받을뿐더러, 기계가 사람의 정교함을 따라오기엔 역부족”이라며 “타 국가와 비교해 운영여건이 부적합한 우리나라가 완전자동화를 무리하게 좇을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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