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7 10:52

"운임 올라갔지만…" 국내 해운사 수익 개선 '제한적'

한기평, 공급과잉 시장구조 부정적

 

운임 상승에도 국내 해운기업들의 이익 개선은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27일 해운시장의 개선된 수급 여건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의 영업실적은 유의미한 회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 같이 평가했다.

한기평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해운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이고 영업실적은 전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업계 전반에 걸친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쉽지 않은 데다 얼라이언스(전략적제휴그룹) 재편과 선박 캐스케이딩(전환배치) 영향에 따른 경쟁환경이 이어진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해운시장 주요 운임지수는 개선됐다. 컨테이너선은 선박 해체 증가로 선복 공급이 일부 조절되면서 평균 운임이 상승했다. 7월 현재 평균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860으로 지난 한 해 평균치인 650에 32% 가량 높은 편이다.

건화물선도 물동량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공급증가율은 둔화되면서 수급여건이 소폭 개선됐다. 상반기 BDI 평균 수치는 975로, 지난해 평균 673에 견줘 45% 가량 인상됐다.

신평사는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 운임은 소폭 개선되겠지만 누적된 수급불균형 구조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조 발주 자제, 선박 해체 등 선사들의 꾸준한 공급조절을 배경으로 수급 균형이 달성될 경우에만 시장의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특히 컨테이너선은 초대형선박의 발주잔고가 많아 향후 이들 선박의 인도가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조선(탱크선)은 지속적인 선복 증가로 수급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운임 하방압력이 거세질 거란 관측이다.

김종훈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운임지수가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지만 대다수 선사가 현재의 시장운임 수준에서 이익을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거"며 "운임지수의 높은 변동성과 연료유 가격 상승도 실적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하반기 해운업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①수급여건과 운임경쟁 등 시장 환경 변화 ②신규 계약 확보, 선대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 등이 꼽혔다.

공급과잉 구조에서 해운업체들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 여력은 크지 않을 거란 예상이다. 특히 치킨게임식의 운임경쟁 재발 가능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운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의 시장 지위와 원가구조, 연료유가 상승분의 운임 반영 여부 등에 따라 성적표는 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업황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는 벌크선사의 경우 기존 계약의 갱신과 신규 계약 확보 과정에서 운임조건과 계약규모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신규 계약 확보가 어려워지고 장기계약 운임이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장기운송계약 조건이 과거에 비해 악화된 까닭이다.

선가 하락을 배경으로 업체들의 선박투자가 예상보다 확대된 데다 투자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고 환경규제로 노후선 교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7년 해운기업 정기평가 결과 (한국기업평가)


한기평은 시장상황을 근거로 주요 해운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종전대로 유지했다.

SK해운은 장기 A-(부정적), 단기 A2-로 평가됐다. 기업 분할 과정에서 존속회사(SK마리타임)로 결손금이 넘어가고 신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의 자본확충이 진행돼 재무구조가 분할 전 대비 개선됐지만 현금창출력에 비해 차입규모가 여전히 과중하다는 평가다. 불투명한 해운시황 전망과 진행 중인 대규모 신조 투자를 고려하면 재무지표 개선 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회사는 시황에 크게 노출된 벌크선 부문을 축소하고 현물(스폿) 시장에서 운영하던 탱크선을 대선계약으로 전환하는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장기운송계약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시황에 따른 실적가변성이 완화됐다.

폴라리스쉬핑은 장기 BBB+(안정적) 단기 A3+의 신용도를 다시 받아들었다. 이 회사는 대규모 선대투자로 차입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인 데다 추가 신조 도입이 예정돼 있어 차입금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선박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비를 운임에 포함시키는 장기운송계약 특성 상 매출과 영업이익 증대를 동반하면서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됐다.

향후 신규 계약 체결과 갱신 과정에서 계약 규모나 계약구조가 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후선 교체를 목적으로 한 투자 부담도 존재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와 관련해 보험처리 진행 상황, 사고 관련 제반 소요비용, 발레와의 영업관계 등이 신용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은 장기신용도는 BBB(안정적)을 유지했고 단기신용도는 A3로 신규평가됐다. 매출의 60~70%를 장기운송계약에서 내고 있는 데다 잔여계약기간이 평균 10년 이상으로 안정적인 영업실적 달성이 전망된다. 지난해 일부 장기계약 만료와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 보전분 축소 영향으로 실적이 저하됐지만 올해 들어 유가 수준이 전년 대비 상승하고 다수의 신규 장기계약을 체결해 영업실적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확장전략에 따른 재무부담은 부정적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외연 확장이 지속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인수 시점에선 직접적인 자금지출이 크지 않더라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대한해운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공격적인 투자정책이 지속될 경우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신평사는 분석했다.

SM상선의 사업정상화 과정에서 대한해운의 재무부담이 적절히 통제되는지 여부 등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SM상선은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고 미주노선과 아시아 역내노선에 취항하며 정기선사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대한상선 KLCSM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은 캠코선박펀드 등의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중고컨테이너선을 직접 매입해 대선하는 등 SM상선을 지원하고 있다.

흥아해운은 종전과 같이 BB+(안정적)을 받아들었다. 선대 확충과 운임 상승에 따라 외형은 지난해에 비해 성장하겠지만 수익성 개선 여지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의 구조적인 공급과잉으로 시황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까닭이다.

내년 인도 예정인 선박 2척 외에 신규 선박 투자계획이 없다는 점에 미뤄 추가적인 재무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차입금 규모가 큰 데다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돼 재무안정성 지표가 단기간에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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