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30 10:41

칼럼/ 해운위기를 해양강국건설의 계기로 삼아야

김학소 편집위원(청운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 8월 18일 매일경제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학자 187명이 부산에서 경영학회 최대행사인 경영 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매경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여러 가지로 분석해 보도했는데 특히 해운, 조선산업에 대한 설문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경영학자의 대다수가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매우 미진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나 파산까지 갔어야 했다고 답변했다.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와 국책은행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응답자중 극소수인 5.4%가 정부자금을 더 투입했어야 했다고 답했고 35.5%는 적절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경쟁력 상실과 실적저하는 경기를 읽지 못하고 과당경쟁을 일으킨 경영진이 문제라고 응답하면서 조선업의 구조조정도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를 나누어 정리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는 등 강력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연이어 조선일보 8월 19일자에는 한진해운의 회생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한진그룹의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바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을 제출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것이다.

약 7000억원이 필요한데 한진해운은 경영권과 지분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4000억원 이상의 추가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 한진해운과 거래하던 화주들을 현대상선 등 국내 다른 선사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GDP 11위를 넘어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바야흐로 육상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해양기반의 국가발전을 추진해야하는 시점에서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이 철강산업과 함께 구조조정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것이 해양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매우 착잡한 생각을 갖게 한다. 더구나 국내유수의 경영학자들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니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해운산업이나 조선산업을 국제경쟁력 저하나 기업의 경영부실을 이유로 포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해운산업이나 조선산업을 포기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더나가서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산업이 해운, 조선을 포함한 물류산업, 항만산업, 수산업, 해양개발업 등 해양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해운산업과 해운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법정관리, 퇴출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되고 있다. 남북이 가로막힌 현재 우리나라에서 해운은 거의 유일한 국제상품 수송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항공이 있지만 중량기준으로 해운의 수송비중은 99.9%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운산업은 모든 산업의 무역을 책임지는 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해운산업을 포기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해마다 변화가 심하지만 매년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에 이르는 해운산업 매출액 중에서 외화가득액 약 300억달러를 포기하는 것이다. 둘째, 연간 13억톤에 이르는 수출입화물 중 상당한 화물을 외국선사들이 장악함으로써 국내 수출입화주들의 무역업무가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글로벌 물류 강국을 위한 전략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1조달러에 이르는 무역상품의 상당부분을 외국물류기업들에게 잠식당함으로써 국내 물류산업, 항만산업, 조선산업 등 글로벌 물류연관산업들의 상호 시너지 효과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넷째, 여기에 우리나라선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글로벌 물류네트워크가 사라짐으로써 급속하게 신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전략에 심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물류시장은 2015년 기준 약4.5조 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데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규모는 약 980억 달러로서 약 2%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글로벌 물류시장의 잠재점유율은 물동량, 선복량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약 5%정도는 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2020년에 가면 글로벌 물류시장은 약 8.1조 달러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물류선진국들은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야말로 선진국들과 피나는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의 시장점유율을 10%의 점유율를 달성해 연간 8000억달러의 국부창출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해운산업이 없으면 이러한 꿈이 사라지게 된다. 다섯째, 해운업, 조선업, 물류업의 부진은 수산업, 해양개발업, 해양신산업으로 이어져 해양입국을 위한 전후방위 산업들이 무너지게 되어 우리나라가 꿈꾸는 한반도의 동북아 물류허브정책 혹은 세계5대 해양강국의 꿈을 접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무역입국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해운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해운산업, 조선산업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경쟁에 밀려서 존폐의 위기까지 갖다가 살아남은 산업의 사례로 스위스의 시계산업이 있다. 180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세계 시계산업을 주도하던 스위스 시계산업은 세이코, 시티즌과 같은 대량생산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저가물량공세에 밀려 세계시장의 점유율이 10년 만에 45%에서 15%로 떨어지면서 시계산업이 멸종되다시피 하면서 스위스 시계왕국은 위기를 맞이 했다. 그러나 심기일전해 저가시계의 개발, 패션개념시계의 개발, 제조공정의 자동화를 통한 스와치라는 시계의 개발을 통해 다시 세계 시계시장의 점유율을 30%까지 회복했던 사례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해운산업의 신개념 도입과 혁신을 통해 해운산업을 살려내야 한다. 또한 해운산업을 포함한 조선산업, 물류산업, 수산업, 해양신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정책과 지원을 통해 세계 5대 해양강국을 건설해야 한다.

첫째, 선진 해운국들이 마련하고 시행하고 있는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세계 물류시장은 국가간에 총성없는 시스템 전쟁을 하고 있다. 자국선사나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운보증기구나 선박은행과 같은 제도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으나 선진해양국들이 자국해양산업에 지원하고 있는 시스템을 우리도 우리실정에 맞도록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국영금융기관을 통해 차이나쉬핑(China Shipping)과 코스코(COSCO)에게 95억달러를 지원한 사례에서 보듯이 선박금융지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에도 하팍로이드(Hapag Lloyd)에 5억달러를 지원한 바 있으며 자국물류기업의 해외기업 M&A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금융기관 시스템과 펀드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선박건조시스템인 사조선, 이자보급법에 의한 세계최저의 금리를 적용받는 선박금융제도 등은 신중히 검토해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해양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해 경제성장과 국부창출을 달성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2015년 현재 전국해양총생산액은 6.5조위안(약 1.1조달러)로서 전년대비 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면이 바다이며 중국과 바다를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해양산업 발전은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중국은 2003년 이후 “전국해양경제 발전 계획 강요” “전국 해양경제발전 12.5계획” “2016년 해양과학기술 업무요강” “13.5국가과학 기술 혁신계획” 등의 기본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양신산업에 관해서는 해양생물의학, 해수담수화와 해수이용, 해양재생에너지, 해양플랜트, 샘해저 자원탐사 산업등에 종합적인 정책과 산업분야별로 관련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도 기준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GDP비중은 6.2%에 불과한 실정이나 해양입국을 위해 해양산업을 신성장동력화해 바다의 꿈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10%까지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현재 위기에 처한 해운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과 선박확보와 매각의 시기를 최적화할 수 있는 경영전략개발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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