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3 09:28

커버스토리/ 고고밴코리아 남경현 대표

모두를 위한 상생의 생태계를 꿈꾸다

최근 몇 년 사이 물류산업은 커다란 변화에 직면했다.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각종 물류스타트업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고고밴은 이륜자동차부터 25톤 트럭까지 다양한 형태의 운송 서비스를 앱과 전화, 인터넷을 통해 주선한다. 홍콩에서 2013년 사업을 시작한 뒤로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루며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역으로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현재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 진출해 단기간에 5000명 이상의 기사를 모집했다. 한국은 스타트업이 시험대로 삼는 가장 좋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고고밴코리아 남경현 대표는 한국시장에서 홍콩 고고밴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물류서비스 모델 구상을 꿈꾸고 있다. 그의 야망을 들어보기로 했다.  

본지 독자들에게 고고밴을 소개해 주십시오.

고고밴은 2013년 7월 홍콩에서 시작돼 기존 물류산업의 불합리한 관행을 무너뜨리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라스트 마일(last mile)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홍콩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한국, 싱가포르, 대만, 중국과 인도시장에 진출했고, 인도네시아와 일본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에서는 가장 많은 기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고밴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정당한 땀의 대가를 누릴 수 있도록 운송기사의 일터 개선’을 주요 가치로 내걸고 한국에서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고고밴의 사업은 P2P(개인 대 개인) 플랫폼으로 시작돼 지금은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화주기업이 저희와 협력하면 고정비를 낮춰 유연성을 갖고, 효율성을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페덱스는 고고밴 싱가포르 지점과 협력을 맺고 자사의 차량을 영업소까지만 운행합니다. 라스트 마일은 고고밴이 책임집니다. 고고밴은 아시아 지역에서 브랜드 리더십이 있고, 각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가 간 통합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제물류까지 진출하겠다는 말씀인가요? 

국제물류 사업에 저희가 직접 참여할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기존 업체와 협력을 하는 형태로 각 국가 간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는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물류기업입니다. 이러한 강점을 통해 각국의 라스트 마일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일부 기업과 이러한 내용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사업이 확대되면 직접 선박이나 항공기를 보유함으로써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 같은데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필요에 따라서 협약을 맺거나, 주요 지역에 허브를 마련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방향은 저희가 잘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여기서 경험을 많이 쌓을 계획입니다. 직접 자산을 소유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자본이 한국의 물류시장을 장악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저희도 한국에서 한국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일합니다. 물류는 글로벌하게 엔드투엔드(End-to-End)로 이어져야 합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축적한 경험과 솔루션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도 있고, 현지기업과의 연결도 가능합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미래가치를 함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물류 시장에 가치를 더하고 업계에 계신 분들과 상생하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경쟁업체는 '적' 아닌 '동반자'

국내에도 유사한 플랫폼 업체가 존재합니다. 이들과 비교할 때 어떤 경쟁력이 있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의 기술은 이미 보편화돼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방향성입니다. 저는 업계 경쟁업체 모두를 동반자로 생각합니다. 특정 업체가 이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많은 스타트업이 모여,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는 게 긍정적입니다. 누군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시장을 선진화하고 건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해부터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화주들과 접촉하며 여러 가지 레퍼런스(구축사례)를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대다수 업체가 수도권에 국한된 사업을 벌이지만, 저희는 이륜자동차부터 25톤까지 폭넓은 기사들이 가입돼 있기 때문에 전국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국가 간 물류를 연결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고밴은 현재 배달기사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수익모델이 궁금합니다. 

아직은 공식적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지만, 계획은 있습니다. 수수료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받을 예정입니다. 저희는 부가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홍콩 고고밴은 ‘고고에너지’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홍콩의 제휴 정유사가 고고밴 기사들에게 카드를 발급하고, 저희에게는 매월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저희는 플랫폼에 있는 기사들에게 제휴를 맺은 정유사로 안내합니다. 그분들은 기사들에게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고, 저희에게는 마케팅 비용을 줍니다. 서로 ‘윈-윈-윈(win-win-win)’ 하는 구조입니다. 또 모든 기사들에게 일률적인 할인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잘하는 기사들에게 더 높은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고고밴 기사들의 차량에 광고를 싣는 수익모델도 있고, 축적된 빅데이터 판매하거나, 관제시스템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B2B를 통한 수익창출도 가능하며, 국가 간 서비스를 연결했을 때 부가가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결국 저희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들이 모두 잘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라스트 마일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직원교육이 필수적일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의 기본 방침은 본사에서 기사님들을 직접 만나야합니다. 아직까지 다 뵙진 못했고, 70% 정도 진행됐습니다. 기사님들을 직접 뵙고 플랫폼 사용방법과 안전교육, 고객을 대할 때 서비스 등 기본적인 것을 교육합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고객들의 평가가 좋지 않은 기사는 제외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주에게 적정한 운임 받아야 시장 신전화돼 

고고밴의 플랫폼은 전통적인 기업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과 협력 혹은 상생하기 위한 계획도 있습니까?

우선 이 플랫폼을 통해 생태계가 잘 운영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상생 차원에서 배송기사님들은 저희 플랫폼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고고밴의 비즈니스 모델인 화주와 차주의 직접 연결 방식은 하나의 흐름이고 트렌드라고 말씀드립니다. 저희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이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저희도 이 시장에서 하나의 솔루션 옵션으로 들어갈 뿐입니다. 저희가 진입하면 화주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결국 건전한 경쟁을 통해 시장의 변화를 모색하고 발전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도 시장을 존중하고,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들어가려 합니다. 저희도 단가를 현재보다 훨씬 낮출 수 있지만, 그러면 시장은 혼탁해 질 것입니다. 저희는 화주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수익을 받을 수 있고, 시장이 선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고객사 중 한 곳은 저희 서비스를 사용한 뒤로 자사 고객들의 피드백도 좋아졌다고 평가합니다. 저희가 바라던 대로 고고밴 수행 기사들이 친절하게 일을 하는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계속해서 나타나면서 물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퀵서비스산업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공감하십니까?

충분히 공감합니다. 퀵서비스산업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합니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비용도 상당히 높습니다. 운전 능력이 부족한 사례도 있어, 사고 우려도 높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검증이 없이 시장에 진입하다보니까 문제점이 발생하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제도화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퀵서비스산업은 진입장벽이 없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퀵서비스산업을 제기의 발판으로 생각하는 기사님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도화가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안전장치와 대변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론화가 필요해보입니다. 


고고밴코리아 차원에서 진행하는 신사업 계획은 없습니까? 

한국은 정말 좋은 테스트베드(시험대)입니다. 물류도 발달돼 있고, 해외 여러 나라와 연결돼 있습니다. 제 목표 중 하나는 한국에서 새로운 물류의 형태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해외에 접목하는 것입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한국이 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한국의 물류산업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올해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며, 내년까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게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국내 물류 선진화에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대표님도 직장인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평소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궁금합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각 부문이 부분 최적화되기 쉽습니다. 본인의 팀과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거기서 효율을 올리는 게 정말 회사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부분이 아닌 회사 전체의 목표를 보고 최적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매주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회사와 관련된 내용을 함께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개선해야 할 점을 찾고,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직원 개개인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애로사항도 청취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직원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표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저희 회사의 경영철학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라 ▲악한 일은 하지 말라 ▲거짓말이나 지키지 못할 것은 하지 말라 ▲재밌게 일하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화물을 이동하는 것이지만 결국 사람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참 많습니다. “고고밴이 시장에 들어온 뒤로 딸에게 매달 선물을 할 수 있게 돼 고맙다”고 말하는 기사분이 계십니다. 결국 마지막 목표지점은 우리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밸류’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PROFILE

고고밴 코리아 대표
(주) 대교 본사 상무  (유통사업 본부)
Dell 아시아 본부 이사  (전략 운영 본부) 
IBM 아시아 본부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
IBM 코리아 시니어 컨설턴트, 마케팅 매니저, 채널 영업 리더
(주) 대우 이코노미스트 (에너지자원개발본부)
연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 졸업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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