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는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그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 했고, 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6년 3월 28일 시행 예정에 있다.
수산물 유통관련 제도는 규모가 작고 1차 산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독자적인 법률이 없이 농산물유통 제도와 함께 통합 운영돼 왔다. 하지만 수산물은 살아있는 생물로 부패가 쉽고, 생산지역이 바다로 한정돼 있는 등 곡물·채소·과일 등 농산물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수산물의 특성을 반영한 수산물 유통관련 법률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산자→산지 위판장→산지 중도매인→소비지 도매시장→소비지 중도매인→소매상→소비자’의 6단계에 걸쳐 있던 수산물의 유통구조를 ‘생산자→산지거점유통센터(FPC)→소비지분산물류센터→분산도매물류→소비자’등 4단계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로 인해 약 10%의 유통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산지에 거점유통센터를 확충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지에는 분산물류센터를 도입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유통경로 사이의 경쟁을 높이기로 했다.
김춘진 의원이 발의한 법률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전국 214개에 달하는 산지위판장과 3000여명에 달하는 산지중도매인들의 법적 근거와 지위가 없어 수산물 유통 정책으로부터 소외되어 온 현실을 개선해 수산물 산지위판장의 개설 절차 및 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산지중도매인 지정, 산지 경매사 시험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기존 유통경로를 보완해 생산자의 수취가격을 높이고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현재 추진 중인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이하 ‘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의 설치와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 규정도 신설했다. FPC는 제주 한림, 강원 속초, 경남 고성, 전남 완도, 경북 경주 5개소에 추진 중이며(한림, 속초 준공 완료),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대구 1개소에 시범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산 수산물의 이력추적관리와 수입산 수산물의 유통이력관리를 해수부장관이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손상되거나 부패되기 쉬운 수산물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수산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수산물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시스템)와 어획 후 위생관리 기준 제정 및 지원 근거도 신설했다.
어업인 수익 증대 전망
FPC, 소비지분사물류센터 등 생산자단체 중심의 새로운 유통경로와 직거래·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인해 유통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 주변 항만부지에 신축된 속초수협 FPC는 제주도 한림항에 이어 지난 4월 두 번째로 개장했다. 부지면적은 2만5450㎡에 달하며, 지상 3층 규모로 위판장(면적 1208㎡)과 가공공장(3380㎡), 판매장(3096㎡)으로 구성된 유통시설이다. 이 사업에는 국비 64억원 포함, 총 180억원이 투입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 센터의 준공으로 저온위판시스템이 구축되고 다양한 업종의 어선을 유치할 수 있게 돼 연간 위판고 500억원, 가공, 어류선별 등 60여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PC는 ‘Fisheries Products Processing & Marketing Center’의 약자로 산지에서 수산물을 집적하여 전처리, 가공 등을 거쳐 부가가치를 높인 상품을 생산해 대형 소비처 등에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대형유통업체와 경쟁하는 마케팅 주체의 역할이 가능하다. 즉 위판, 가공, 유통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설로 복잡한 수산물 유통구조를 단순화했다.
본지는 지난달 속초수협 FPC를 직접 찾아 위판장부터 가공공장, 직판장, 냉동공장까지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위판장에는 폐쇄형 경매장을 설치하고 수산물 경매는 콜드체인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수산물의 선도와 위생상태는 높이고 상품의 가격경쟁력은 확보했다. 출입객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위판운영 시스템도 선진화했다.
속초수협 강형민 총무과장은 “최근 수산물 유통이 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높은 마진을 책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1차 생산자의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각 산지수협의 역할이 상품화 설비부족으로 인해 전문적인 판매조직과 고품질 제품 생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FPC사업 활성화를 통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어업인의 실질적 수익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다”고 강조했다.
가공공장은 도루묵 등 일시 다어획어종 필렛작업, 오징어 및 양미리 어종의 반건조시설 및 포장시설 설치했으며, HACCP 인증도 완료했다.
직판매장에는 활어판매장, 수산물직매장, 외식사업소 등을 설치해 FPC에서 위판됐거나, 생산된 가공상품을 중심을 판매·운영했다. 주로 속초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다.
강현민 총무과장은 “FPC가 준공되면서 여러 가지 신규사업이 확대됐다. 사업이 짧은 시간 내에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사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이 모든 사업들이 완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이다”고 말했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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