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해운시장의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의 흐름이 개선되지 않는 까닭이다.
지난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6 KMI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우호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올해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유럽항로와 북미항로 운임이 각각 지난해보다 2% 4%대 하락하고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중국과 인도의 수요 부진,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의 공급과잉 등으로 평균 650~750포인트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BDI 평균치는 724였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란 견해다.
선박 대형화 파나마운하 확장 '마이너스요인'
김우호 본부장은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무역은 점진적인 개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지속되면서 경기 확장은 한계를 띨 것이란 견해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제 둔화, 석유 등 자원 가격 약세와 신흥국 경제 위축, 중동 지역 갈등 심화 등이 경제 리스크로 지적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새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지난해의 3.1%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김 본부장은 새해 경제성장률의 컨테이너물동량 승수(乘數)효과가 점차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클락슨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에 따른 물동량 승수효과는 1.6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국이 추진 중인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와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 등은 해운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베트남 FTA 발효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 개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컨테이너선박의 초대형화와 파나마운하 확장 등은 부정적인 여건이다. 1만2000TEU급 초대형선박은 2010년 25척에서 지난해 228척 330만TEU로 크게 늘어났으며 2019년엔 316척 481만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11년 1.28 1.15까지 이르렀던 원양항로 슬롯당 수요는 지난해 1.06까지 떨어졌다.
파나마운하는 올해 2분기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통과 최대선형이 기존 5000TEU에서 1만3000TEU로 확대되고 선박량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는 티어3(대기오염 3차규제)를 비롯해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DI),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등 선박운항의 안전 및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은 해운산업의 또 다른 변수로 지적됐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특징으로 낮은 GDP(국내총생산) 기여도와 세계 경기 변화에 민감, 고비용구조, 선원직 기피에 따른 인력 고령화, 안전관리 미흡, 친환경 안전 패러다임 대응 미흡 등을 들었다.
국적선대 1억t 목표 구체화
이상문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장은 올해 해운산업 지원책에 대해 소개했다. 이 과장은 국적선대 1억t 확보 방안으로 ▲고효율 선대 신조 지원 ▲한국해양보증보험 자본금 확충 및 캠코손박펀드 선박은행 기능 추가 ▲국제선박의 지방세 감면 일몰 연장 및 톤세 혜택 지속 등을 들었다.
이중 선박 신조 지원은 지난 연말 경제부처 장관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한 내용이다. 부채비율 400% 이하인 선사에 한해 12억달러의 선박 신조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캠코선박펀드의 경우 2015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투입해 5년 간 매입선가 기준 1조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장은 국제선박 지방세 감면 제도는 2019년까지 연장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이미 2019년까지 연장된 톤세제는 톤세 적용 적격 심사 등의 행정 지원을 원활히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주협회에서 매출액 상위 50개 선사를 지정해 관리토록 하는 한편 해운시장 조기경보망을 오는 9월 구축해 KMI 시황정보센터와 연계해 위기 징후를 사전에 공유할 계획이다. 이 중 지정 관리하는 상위권 선사 수는 지난해 연말 박경철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이 밝힌 매출액 500억원 이상 20개 선사에서 대폭 늘어났다.
이 과장은 신산업 육성 전략으로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의 재보험 분야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 P&I나 손해보험사 등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KP&I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선박운용회사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도 사모펀드 모집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금융위와 협의 중이다.
이 과장은 이밖에 폴라리스쉬핑이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립한 민간 합작회사를 남아공 정부가 참여하는 합작회사로 전환하는 한편 하반기에 이란과 해운협정을 체결하는 등 외국 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통한 해외 신시장 개척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우수선사에 인센티브 지급
김남규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장은 선원공급확대 정책으로 해양대 승선학과 정원 확대와 오션폴리텍 운영, 국립해사고 확대, 국적부원 고용 인센티브 검토, 국적부원 양성과정 마련, 부원 경력자 해기사 전환 등의 지원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국인선원 관리 공공화, 외국인 선원 고용법률 제정 등의 고용제도 개선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민종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장은 선박안전성 강화를 위해 안전관리 상위 1% 선사를 우수사업자로 지정해 선박검사와 ISM 심사 수수료 면제, 항만시설사용료 30%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한편 일정 수준 이상의 해양사고를 냈을 때는 안전도 정보를 공개하는 식으로 자율적인 안전관리 강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는 어려운 해운 여건을 고려해 정부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연장하는 한편 발행금리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의 외국선사 지원 비중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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