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톤, 히토리구라시, 단선후’
각국에서 1인가구를 표현하는 신조어다. 영미권에선 1인가구를 싱글톤으로 지칭하고, 일본은 히토리구라시, 중국은 단선후라고 부른다. 1인가구의 증가는 각종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1인가구 비중도 2015년 506만 가구(26.5%)로 급증했다. 연평균 증감률은 3.5%에 달한다. 2035년에는 1인가구가 763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가구가 되는 셈이다.
1인가구는 소비시장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013년 전국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전국 500가구(1인가구와 3~4인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1인가구 증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자료에 따르면 월가처분 소득이 전체 월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인가구가 32.9%로 3~4인가구의 1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금액면에서도 1인가구의 월가처분 소득이 80만5천원으로 3~4인가구의 73만5천원보다 많았다. 특히 1인가구는 간편하고 편리하게 한 번에 해결하려는 원스톱(One-stop) 소비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인가구는 3~4인가 가구에 비해 간편식은 3배, 가공식품은 2배나 더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1인가구의 증가는 물류산업에도 새로운 틈새시장을 열어줬다. 이 시장을 겨냥한 물류 스타트업도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다.
“나 혼자 사니까 ‘무인택배함’”
#.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양모씨는 택배를 수령하기 위해 ‘무인택배함’을 이용한다. 양씨는 “여자가 혼자 사는데 낯선 사람이 방문하면 위험하다”는 부모님의 염려 때문에 집 근처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양씨는 택배함을 자주 이용하니 주문 및 수령이 쉬워 편리해졌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무인택배함이 크게 증가했다.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공동주택이나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무인택배함은 필수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택배 보관이 가능하고, 직접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무인택배함은 맞벌이가정과 1인가구 증가로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충북 천안시 원성1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7월 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30×30cm 크기와 대형 택배를 보관할 수 있는 19칸의 보관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택배 기사가 보관함에 택배를 넣고, 터치스크린에 수령자의 휴대전화번호와 가상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서버에 인식 후 수령자에게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수령자는 당일 택배를 찾아가고, 3~4일 이상 택배를 찾아가지 않을 경우, 서버에서 수령자를 확인해 추가로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시 감천동 감천문화마을 역시 최근 가로 270cm, 세로 60cm, 높이 214cm로 상자 22개를 보관할 수 있는 무인택배함을 설치했다. 대전시는 올해 유성구, 온천1동, 유성문화원, 노은1동, 신선동 등 4곳에 ‘행복채움 무인택배보관함’을 설치해 이용률이 4개월 만에 4배 이상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다.
무인택배함은 혼자 거주하는 여성들로부터 호응이 좋다. 낯선 택배기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택배보관함을 통해 물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중 24시간 운영돼 지역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며, 월 평균 150건의 이용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이미 무인택배함을 50개소 운영한 것에 이어, 계속해서 무인택배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양천구에서 무인택배함을 확대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금천구는 시흥1동 주민센터에 무인택배함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어메이징그레이스는 가정용 무인택배함 설치 업체로 설치비나 유지비가 전혀 들지 않는 ‘어메이징 무인택배함’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집 문 앞에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하고 설치 시 흔적이 남지 않아 전세, 월세 거주자도 이용이 가능하다. 택배함 양쪽을 잡고 당기면 제품이 2단으로 늘어나50x40x28cm까지 수령이 가능하다.
혼자 이사 할 땐 ‘짐카’로
짐카는 혼자 거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2인가구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사업을 시작한 ‘이사’ 업체로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형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PC로 이사할 품목와 위치, 인력 등 필요한 사항을 입력하면 자동 견적 시스템을 통해 비용이 산출되고, 예약과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짐카의 정상화 대표는 “짐카는 합법적 범주 속에서 고객지향형 이사 서비스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를 주도한 빅뱅엔젤스 황병선 대표는 “짐카는 1~2인 가구에 맞춘 소형 이사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O2O서비스”라고 말했다.
짐카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주문이 2천건에 달할 정도로 1인가구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목할 점은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사업이 확산된 셈이다. 견적을 받는 과정이 투명해 ‘바가지’ 쓸 일이 없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이사 금액이 비싼 ‘손 없는 날’이나 ‘주말’에도 이사 비용이 평일과 동일하다.
짐카는 쿠팡의 ‘쿠팡맨’을 벤치마킹한 ‘짐맨’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장인력의 평균연령을 20~30대로 낮췄고, 현장에서 웃돈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도 일절 금지했다. 고객들은 짐카의 서비스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이사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담은 ‘짐박스’ 서비스를 통해 목장갑, 테이프, 완충재, 박스 등 이사에 필요한 물품을 담아 판매한다. 짐이 많지 않은 고객은 짐박스 서비스만 별도로 이용해 자신의 차량이나 공유차량을 이용해 이사를 진행해도 된다.
아울러 기존 이사 업체와 달리, 차량 기사는 본연의 업무인 운행만 한다. 짐을 싣고 내리는 것은 ‘짐맨’이 100% 전담해 업무분담을 확실히 구분해 효율성을 높였다. 짐맨은 시스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매주 1회 모임을 통해 현장의 매뉴얼을 개선하고, 보완해나가고 있다. 정 대표는 “짐맨의 교육이 중요하다. 짐맨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청년 짐맨을 내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짐카는 서비스 고도화를 가장 우선에 뒀다. 이 덕분에 대다수 고객들은 ‘짐카’의 서비스를 재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최근 짐카를 이용한 A씨는 “너무 친절하고 고생을 많이 하셔서 제가 돈을 추가로 더 드리고 싶었는데 극구 사양했다”며 “이사에 너무 만족하고, 다음에 이사할 때도 꼭 짐카를 이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가격을 흥정하지 않고 규격화된 금액을 보여주니 안심이 됐다”며 “짐맨이 고생을 많이 하고 예정보다 이사 시간이 늘어나 수고비를 조금 더 드리려고 했으나, 한사코 거부했다. 너무 미안하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세탁물 수거까지!? ‘온디맨드’로 간편하게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주문을 받아 오프라인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짐카를 비롯해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크린바스켓은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에 따라 세탁물의 수거에서 배달까지 전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끔 했다. 특히 최근에는 주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용자가 ①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을 하면 ②크린바스켓맨이 정해진 시간에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하고 ③전문가 선정을 통해 협약한 지역 세탁소에 세탁을 맡기면 ④크린바스켓맨이 정해진 시간에 깨끗한 세탁물을 다시 이용자에게 전달한다. 주문은 24시간 어디서든 가능하며, 세탁물 수거배달은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진행된다.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시 ▲마포구 ▲용산구 ▲ 성동구 ▲광진구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에서 시행하고 있다. 인천시에선 ▲동구 ▲중구 ▲남구 ▲연수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서비스 지역은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탁비용은 와이셔츠 2000원, 정장(한벌) 6000원 정도로 지역 세탁소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이다. 최소주문 금액은 1만원이며, 2000원의 배달비가 별도로 추가된다. 2만원 이상 주문시 배송비는 무료다. 배송은 고객들의 옷을 최상의 상태로 전달하기 위해 100% 차량으로 이용된다. 고객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배달원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을 6~8시간으로 단축했다. 배달직원은 8~10명 정도다.
크린바스켓은 세탁의 품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세탁소 선정을 위해 기술고문직을 두고 있다. 크린바스켓 김우진 대표는 “5성급 호텔에서 30년 동안 세탁관련 일을 하고 청와대에서 세탁을 담당국소비자보호원에서 심사관련 업무를 담당한 분들을 기술직으로 두고 있다”며 “이분들은 세탁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다.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카우트했다”고 밝혔다.
김우진 대표는 “저가 프랜차이즈 세탁업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대다수 세탁소는 후계구도가 없어, 각 지역의 세탁소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저희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물량을 창출하고,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공장형 세탁이 아닌, 고품질의 세탁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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