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요율이 다음달 1일 본격 적용된다. 선사와 부두운영사, 무역업계와의 갈등을 뒤로하고 가동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다.
업계는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하역료 인가제가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지 뚜껑을 열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그 현주소를 짚어본다.
부산북항 6.9% 인가요율 적용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가 본격 개시된다. 지난해 3월 컨테이너 하역료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하는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이 공포된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18일 ‘2015년 컨테이너 하역요금 인가제 운영지침’을 발표, 각 지방해양수산청과 부두운영사들에게 통보했다. 부두운영사들은 통보받은 지침을 토대로 6월 말까지 희망요금을 작성해 각 지방청에 신고를 해야한다. 7월1일 각 지방청은 부두운영사들로부터 신고받은 인가요금을 적정성 검사를 거쳐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부산북항을 제외한 나머지 항만의 경우 자율적으로 부두운영사들이 각 청에 신고하는 형태로 기존 신고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가 적용되는 터미널은 5개항(인천항, 광양항, 평택항, 부산항, 군산항) 12개 컨테이너 전용부두다. 인가대상에서 제외된 비관리청·민자부두는 기존의 신고제로 운영된다.
7월에 가동되는 하역료 인가제는 2018년 6월30일까지 3년간 시행된다. 해수부는 인가주기를 정해 하역료 인상률을 매년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매년 6월은 부두운영사들로부터 전체인가를, 12월은 변경된 내용만 인가하도록 간소화할 방침이다. 또한 부두운영사들로부터 수시변동 신고를 받아 탄력적으로 인가제 시행에 대응할 계획이다. 인가방법은 원양·연근해, 수출입·자부두 환적, 20·40피트 컨테이너 화물, 적컨테이너·공컨테이너 등 16개 요금에 대해 신청 및 인가를 진행한다.
해수부는 실태조사를 실시해 하역료 인가제의 원활한 실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다. 해수부는 올해 7~12월까지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실적을 토대로 내년 4월에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부두운영사들이 선사로부터 부당한 요금을 받을시 1~2차때 적발시에는 과징금 부과를, 3차에는 영업정지라는 강도 높은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인가요율 고시 앞두고 반응 ‘제각각’
하역료 인가요율 적용을 앞두고 항만하역업계의 이목은 부산북항에 집중되고 있다. 2014년 최저요율 대비 6.9%의 인상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특별관리를 받는 셈이다. 해수부는 6.9%를 제외한 나머지 인상율은 2016~2017년에 걸쳐 부산북항에 적용할 예정이다. 비정상적인 하역시장을 바로잡아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에 나서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의도와는 달리 업계는 인가제 시행을 앞두고 미세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인가제 시행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인가제를 찬성하는 부산북항의 일부 부두운영사들은 하역료 인상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부산신항 개장 이후 발생했던 적자를 메울 수 있을 정도의 인상폭은 아니지만 6.9% 요율인상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북항의 부두운영사들이 신항에 물량을 뺏긴 이후 보상체제가 많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인가제 도입으로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인가제 시행을 환영했다.
하역료 인상으로 인해 선사들이 다른 터미널로 기항지를 옮기거나 계약이 끊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두운영사들도 있다. 부두운영사들이 희망인가요금을 각 청에 신고하겠지만 실질적으로 6.9%가 인상된 요율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산북항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부두운영사들은 선사들이 다른 곳으로 튕겨나갈 각오를 하고 선사들에게 인가요금을 제시하겠지만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가제 시행에 대해 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부산북항의 컨테이너 하역료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부산항의 평균 컨테이너 하역료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0년 10만원대에서 2008년엔 6만원대, 2012년엔 4만5천원으로 추락했다.
부산신항 개장 후 급속한 물량 이전으로 인해 북항의 부두운영사들은 제한된 화물을 놓고 뜨거운 화물유치경쟁을 펼쳤다. 특히 하역료 덤핑은 과도한 운영사 수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와 경쟁하고 있는 해외 주요 항만의 경우에는 부두운영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해 총 3387만TEU를 처리한 세계 2위 싱가포르항의 부두운영사는 PSA 인터내셔널, 주롱포트 등 단 2개에 불과하다.
홍콩항 역시 홍콩국제터미널, 모던터미널, DP월드 등 6개의 터미널운영사가 운영 중이다. 상대적으로 부산북항에 운영사가 많다보니 다른 항만에 비해 선사 교섭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하역료 하락이 불가피해 현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하역료 인가요율 고시를 앞두고 부산북항처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항만도 있다. 2010년 들어 하역료가 급락한 광양항이다. 광양항의 하역료 하락은 현재도 뚜렷하며 TEU당 평균 3만5천원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를 보이고 있는 데다 운영사가 난립해있어 광양항의 하역료는 자연스레 곤두박질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광양항의 2004년 평균 하역료는 4만4293원이었으나 2012년에는 3만3181원으로 조사돼 연평균 3.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광양항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물량이 없다보니 하역사들의 덤핑이 계속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희망인가요금을 빠른 시일안에 지방청에 신고하겠지만 인상 폭이 크지 않아 부산북항처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항만업계는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요율 적용에 대해 일단은 진행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과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의 물동량 경쟁이 향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정부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하역료는 부산북항과 광양항에 비해 높은 편이다. 낮게는 6만원대, 높게는 1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북항 인가제 도입을 앞두고 항만하역업계는 부두운영사에게만 패널티를 주는 게 아닌 양벌제 도입을 주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역료 신고위반에 대한 사업정지 및 과징금을 선사에게도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 화주 등을 배제한 부두운영사만을 대상으로 시행하기에는 그 실효성이 매우 부족해 양벌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양벌제가 도입되면 선사 측에서 크게 반발할 수 있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자부두와의 공존도 하역시장 안정화를 위해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정부가 임대부두를 중심으로 하역료 통제에 들어가더라도 민자부두가 물량 유치를 위해 하역료를 덤핑할 경우 하역시장 안정화는 먼 얘기다. 민자부두도 정부의 하역시장 안정화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시책을 준수했을 경우 민자부두 운영사에게 혜택을 주는 대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자부두는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시행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자부두를 운영하는 부두운영사는 하역료 인가제를 두고 우선 시행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부산북항에 하역료 인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민자부두 운영사들을 위한 인가제 정착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해운선사·무역업계 인가요율 적용에 ‘냉랭’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를 놓고 사용자 측인 선사와 공급자 측인 부두운영사는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인가제 요율이 곧 적용될 시점인데도 최근까지 진행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인가제 시행에 앞서 해운선사들과 무역업계가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부산북항 컨테이너 부두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선사들은 연근해 지역을 서비스한다. 최근 선사들은 유럽, 미주 등 원양항로를 기항하는 선사들이 근해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상 무역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가 선사들의 치열한 화물집하경쟁으로 해상운임은 바닥을 치고 있다. 따라서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시행은 선사들에게 새로운 비용으로 떠오르게 된다. 선사 관계자는 “유가가 내려갔지만 현재 운임이 너무 낮아 동남아항로의 좋지 않은 시황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하역료 인가제 시행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해운업계는 지난해 부두운영사들의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인가제 도입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반발했다. 부산북항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지난해 46억원, 글로벌기업 한국법인인 한국허치슨터미널은 11억7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무역업계 역시 인가제가 부두운영사들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쪽으로만 추진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인가제 도입 이후 하역료가 높아지면 선사들이 그 상승분을 수출입화주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해수부는 북항 운영사의 적자누적과 국부유출 논란에 따라 컨테이너 하역요금 신고제가 인가제로 전환됐다며 항만업계의 수익성보장을 위해 제도가 도입된 것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사와 부두운영사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의해 인가제가 시행되는 것이니만큼 서로가 이익을 공유해 상생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