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5 10:01

판례/ 선원 상해의 직무상 사고 여부에 관한 문제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2.23자에 이어>
■ 부산지방법원 2011. 8. 24. 선고 2010가합14066 판결
【손해배상(기)】[각공2011하, 1201]
【원      고】 OOO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인)
【피      고】 XXX 마린 엘티디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서영화 외 4인)
【변론종결】 2011년 7월20일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1,303,096원 및 이에 대하여 2011년7월21일부터 2011년8월24일까지는 연6%,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가,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43,490,4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년7월21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사실관계

1) 피고는 총톤수 20,119t의 원양 화학약품 운반선인 AAA 호(chemroad fuji,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를 용선해 해상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일본국 법인이다.
2) 원고는 2008년 8월5일 피고와 계약기간을 2008년 8월6일부터 2009년 6월5일까지로 정해 이 사건 선박에서 일등 항해사로 근무하기로 하는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월 임금은 미화5,800달러(= 통상임금 미화 4,930달러 +수당 미화 870달러)를 받기로 하고,재해보상에 관해는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국토해양부 고시 제2008-141호,그 주요 내용은 [별지 1]기재와 같다.이하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이라고 한다)’에 따르기로 했다.
3) 원고는 2008년 8월6일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해 업무를 수행하던 중 온몸이 따끔거리고 두드러기가 나는 등의 이상증세를 느껴 2009년 1월15일 싱가포르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2009년 1월29일 울산에서 하선해, ○○대학교 병원에서 만성 두드러기,콜린성 두드러기(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고 한다)진단을 받았다.
4) 원고는,이 사건 선박에 승선해 화학물질을 선적,관리,하역하는 업무,화물탱크 청소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위험화물과 세정약품에 노출됐고,기후변화와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쳐 이 사건 질병이 발병했으므로,이는 직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일부로서 이 사건 재해보상규정에 따른 요양보상금과 상병보상금 중 2011년 7월20일까지 발생한 부분의 지급을 구한다.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질병이 원고의‘직무상 질병’에 해당하느냐이다.

2. 검토

가. 선원법의 사고 구분

선원법 아래와 같이 직무상 사고와 그렇지 않은 사고를 구분하고 있다.
제85조 (요양보상) ①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직무상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린 때에는 그 부상이나 질병이 치유될 때까지 선박소유자의 비용으로 요양을 시키거나 요양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②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승무(乘務)중(기항지에서의 상륙기간, 승하선에 수반되는 여행기간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직무외의 원인에 의한 것으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의 대상이 되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동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해 요양을 받는 선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3월의 범위 내에 한한다)을 지급해야 하고, 동법에 의한 요양급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그 선원의 요양에 필요한 비용(3월의 범위 내에 한한다)을 지급해야 한다.

나. 관련 판례

이에 관한 종래의 대표적인 판례를 살펴본다.
(1) 부산지방법원 2006년 9월14일 선고 2006나880 판결
선원법에 규정된 “직무”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업무”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선원들이 제공하는 해양근로의 특수한 성질에 비추어 볼 때 선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체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모두 직무에 해당하고, 그 밖에 선원이 선박에 타거나 떠나는 경우, 승하선 중인 경우, 자신의 승용차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생활의 근거지에서 승선지로 이동하거나 하선지에서 생활의 근거지로 이동하는 경우, 기항지에서 식사, 물품구입, 통신 등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등은 비록 그 자체는 선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에 해당하지 않지만 직무수행성이 인정되므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에는 “직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2) 대법원 2008년 3월27일 선고 2007다84420 판결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해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9년 12월10일 선고 99두1036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인과관계의 법리는 선원법상의 직무상 재해에 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진료의 대상이 된 소외인의 증상은 퇴행성 변화와 보험기간 전에 발생한 이 사건 1차 사고로 인한 기여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이 사건 2차 사고로 말미암아 자연적 경과를 넘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서 선박소유자에게 선원에 대한 요양보상을 규정한 선원법 제85조 소정의 직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3) 대법원 2011년 5월26일 선고 2011다14282 판결
1) 선원이 육상이나 항구에 소재한 자신의 주소·거소와 같은 생활의 근거지에서 휴무 중에 재해를 당해 부상을 입은 경우에는 임박한 항해를 위한 준비 중에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원법 제85조 제1항 에서 정한 ‘직무상 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선원 甲이 항해를 마친 후 선원 숙소 건물 내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쉬고 있던 중 같은 숙소에 거주하는 사람 부탁으로 건물 옆 컨테이너 위에서 사다리를 잡아주다가 부상을 입은 사안에서, 위 숙소는 甲의 생활 근거지가 되는 거소로 볼 수 있는데, 甲이 당시 숙소에서 항해를 위해 대기 중에 사고를 당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甲이 입은 부상은 선원법 제85조 제1항 에서 정한 직무상 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함.

다. 판결의 검토

(1) 판례의 경향은 대체로 “상해” 사고인 경우 선내 사고이면 거의 직무상 사고로 보고 있고, 선외 사고라도 고용주의 지배영역 내에 있는 사고 (도착항 후 선원들의 공식적인 선외 회식 등) 이를 직무상 사고로 보고 있다. (위 셋째 판결에서 말한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승용차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생활의 근거지에서 승선지로 이동하거나 하선지에서 생활의 근거지로 이동하는 경우,기항지에서 식사,물품구입,통신 등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등은 비록 그 자체는 선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에 해당하지 않지만 직무수행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이를 의미한다)
(2) 다만, 선원의 “질병” 사고인 경우는 그 질병의 발생 원인 판단이 미묘하므로 각 사건별로 살피고 있어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3) 이는 육상 직원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서울행정법원 2008구단702 판결은 “지하철 차장으로 근무하던 근로자가 기관사로 전직돼 업무를 수행하던 중 공황장애의 진단을 받고 요양을 신청한 데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불승인한 사안에서, 기관사로 근무하는 동안 고속운행에 대한 불안감, 지하철 운행의 특성상 정확한 시간에 출발과 정차를 반복해야 한다는 데서 오는 긴장감, 운행지연으로 인한 경위서 제출·승객들의 항의와 언론보도 및 그로 인한 문책성 교육 등으로 기관사로 전직된 이후 지속적으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공황장애의 발병요인을 가지고 있던 근로자가 기관사로 전직된 후 겪은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그 상병이 유발됐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추단”해 대체로 근로자 본인의 소인과 외부(직무)가 결합해 일으켰다고 보이는 발병은 직무상 사고로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근래 들어서는 대법원 2012두24214 판결 등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질병, 부상 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과의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해 느슨한 인과관계만 있다고 보아도 충분하고 의학적·과학적 인과관계의 입증까지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4)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피고는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은 직무수행성과 직무기인성이 모두 부정돼 직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툰다. 즉,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전부터 이미 이 사건 질병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고, 원고가 위 선박에서 수행한 업무 내용상 신체가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화학물질은 사람의 피부에 대한 자극성이 미약해 이 사건 질병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록을 검토한 후, “그러나 원고가 승선 전부터 유사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가 수행한 작업 내용을 보면, 원고가 작업 중 화학약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유독성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라고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질병이 화학약품과 접촉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같이 승선한 선원들 중 원고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원고의 개인적인 체질이나 유전적 인자가 이 사건 질병을 유발하고 이를 확대시키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고 보면서도 “두드러기는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일반적 특성이 있고,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부자극성 등이 있는 화학물질을 가까이서 취급했다는 점 이외에 승선 중 원고가 두드러기를 일으킬 만한 다른 사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화학물질에 접촉함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체질이나 유전적 특성과 결합해 이 사건 질병을 앓게 됐거나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볼 여지가 많아,여전히 직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림으로써 선원의 입장을 지지했다.

3. 결론

선원의 근로의 특수성을 볼 때 선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사실상 전부를 직무행위가 되는 것으로 법원은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질병의 원인이 선상 근무로부터 기인 것이 불명한 경우도 법원은 대체로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해 직무상 사고로 보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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