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7 10:14

기획/ 해운업계도 ‘에볼라’ 공포 확산

아프리카 항로, 에볼라 여파로 물동량 감소 현실화
선사들 선복과잉에 몸살…운임하락으로 번져


최근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바이러스는 정정불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의 불안요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선사들에게 아프리카는 통화 불안정, 인프라 부족, 내전 등은 고질적으로 떠안아야 할 위험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 시장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의 해운물류시장은 잠재력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에 선사들은 꾸준히 선대 투입을 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환율 불안에 에볼라바이러스까지…선사들 ‘이중고’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바이러스로 인해 해운업계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환율 변동 또한 여전히 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 해운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형국이다.

최근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뿐만 아니라 가나와 세네갈에서도 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나오면서 서아프리카 감염 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라 해운물류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입 물동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에볼라바이러스가 발발한 이후 서아프리카의 현지 바이어들은 한국의 비자발급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에 상당수 입국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서안은 동안과 남안에 비해 한국, 중국 등 아시아와의 많은 교역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에볼라바이러스가 발생하거나 의심지역으로 지목되는 나이지리아와 가나는 우리나라와 많은 교역량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아프리카로 수출되는 품목은 석유화학제품(레진)이 주를 이루고 있고 헌옷, 전자제품, 중고차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아프리카를 취항하는 선사 관계자는 “에볼라바이러스 발생 이후 한국에서 비자발급이 강화되며 아프리카 현지 바이어들이 국내로 못 들어오고 있고 기존에 있는 바이어들만 수출 물량을 작업해 아프리카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분위기가 만약 장기간 지속된다면 헌옷, 중고차 등 수출 물동량 감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의 통화가치 급락도 현지에서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여전히 선사들의 수출 경쟁력 악화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가나 통화인 세디(Cedi)화의 가치는 달러화 대비 40% 급락했다. 지난해 1월에는 달러당 1.9세디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3.7세디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와 시리아 파운드화 가치 하락폭을 웃돈다. 최근 가나 항만에서 수입상들이 직면하는 문제도 늘고 있다. 가나 세관이 새로운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통관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것. 즉 통관절차가 훨씬 복잡해진 반면 상품 반출에 시간은 줄어 자금이 충분치 못한 수입상은 정해진 기간에 통관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환율 불안과 정정불안은 취항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문제는 아프리카를 서비스하고 있는 해운물류업계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항상 떠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라면서도 “그럼에도 아프리카 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높은 시장인 것은 분명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항로, 운임인상은 ‘꿈같은 얘기’

아프리카는 정정불안으로 표현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주로 유럽 국가가 주된 교역국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시아,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아시아·아프리카항로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전세계가 아프리카 지역에 관심을 보이면서 아프리카와 타지역과의 교역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에 의해 머스크라인 PIL CMA CGM 등을 비롯한 전세계 대형 선사들도 앞다퉈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와의 교역증가는 새로운 해운서비스의 개척과 더불어 증가하는 물동량을 확보키 위한 선사간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선사 입장에서는 아시아 및 유럽에 집중된 서비스를 아프리카로 다변화함으로써 해운시장 변동에 따른 경영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진출을 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꾸준히 늘어나는 물량에 대비해 선사들은 올해도 선박대형화 등 서비스 강화를 꾀했다. 싱가포르 선사 PIL은 지난 6월 인천항을 기점으로 한 아시아-아프리카 컨테이너 서비스 항로의 투입 선대 사이즈를 대형화했다. 그간 이 노선에 투입돼 온 2800TEU급 선박 12척은 3800~4300TEU급 선박 12척으로 변경됐다. 아시아에서 남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서비스도 신설됐다. 머스크라인은 올해 4월 부산-남아프리카를 잇는 직항서비스 ‘사파리(Safari)’를 신설했다. 6500TEU급 선박 21척이 투입됐다.

선사들의 서비스 강화는 선복 확대로 이어지며 운임하락을 불러왔다. 올해 상반기 서아프리카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700~1800달러선, 동아프리카의 운임은 1200~1300달러선, 남아프리카는 800~900달러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상반기 운임은 연초 대비 100~200달러, 남아프리카는 100~150달러 하락했으며 동아프리카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아프리카는 3년 전만 해도 TEU당 20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요즘엔 운임인상을 통해 2천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고 선사 관계자는 토로했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아프리카를  새로 취항하는 선사가 늘었고, 기존에 투입한 선사들이 대형화 된 선박을 투입하면서 운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운임하락을 막아보기 위해 아시아-서아프리카 운임동맹인 AWATA(ASIA-WEST AFRICA TRADE AGREEMENT)는 오는 9월1일부로 20피트 컨테이너당 250달러의  운임인상(GRI)을 계획하고 있지만 일부 선사들만이 화주에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하반기를 순탄히 보내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아프리카를 취항하는 선사들의 견해다. 특히 석유화학제품과 헌옷을 아프리카 지역에 대규모로 수출하는 중국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선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서아프리카는 중고차를 제외한 나머지 물동량은 회복 추세에 있지만 전망 대비 좋지 못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프리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올해도 유지하고 있어 큰 변동이 없다. 남아프리카는 성수기를 맞아 물동량을 회복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컨’ 물동량 2020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

악조건 속에서도 아프리카 경제성장 전망은 밝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2013 2014년 경제성장률은 약 5.5%로 전망된다. 이는 2012년의 5% 성장률 보다 높은 수치다. 아프리카 중소득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불안정한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정상화가 다소 늦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IMF는 향후 5년 이후 아프리카의 성장률이 아시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프리카 컨테이너 물동량은 2020년까지 평균 10.6%로 성장하고 2020년부터 2040년까지 7.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해운시장조사기관인 드류리에 따르면 현재 물동량을 기초로 예상 물동량을 추정해보면 2020년까지 약 3800만TEU가 처리되고 2040년까지는 1억7600만TEU가 처리될 것으로 관측했다.

꾸준한 물동량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 정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아프리카에 힘을 쏟고 있다. 최후의 미개척시장이라는 점에서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에 초점을 맞춘 중국 정부는 최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며 항만건설 및 자원개발사업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예로 중국개발은행은 모잠비크 정부에 15억달러 차관제공을 해 연간 2천만t의 철광석을 처리할 수 있는 심수항을 개발 중이다. 차관제공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정부의 SOC사업투자는 무상원조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후문이다. 뿐만 아니다. SOC사업현장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중국인을 채용하며 노동비 절감까지 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프리카는 아랍, 유럽, 인도에 이어 중국이 물밀 듯이 진출하고 있으며 중국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은 소비재 시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다시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용 초대형 경제 원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4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무기로 아프리카의 도로, 항만, 통신 등 사회 인프라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조 및 투자는 아시아·아프리카간 물동량을 연간 10~20%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향후 중국이 아프리카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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