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31 18:07

판례/ 선박구조변경으로 인한 침몰과 보험금 지급의무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년 4월3일 선고 2013가합14274 판결
<7.21자에 이어>
【원    고】A보험 주식회사
【피    고】○○건설 주식회사
【주    문】1. 별지 목록 기재 사고와 관련해 같은 목록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주문과 같다.
【이    유】

 

1. 대상판결에 대한 사실관계 및 쟁점

가. 원고는 해상보험 등 손해보험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12년 6월29일경 피고와 사이에 ○○ 36호(SEOKJUNG NO.36,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에 대해 보험기간을 ‘2012년 6월30일부터 2013년 6월30일’까지로, 보험목적물을 이 사건 선박의 ‘선체 및 기관 등(HULL & MACHINERY ETC.)’으로, 피보험자를 ‘피고’로 각 정해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했다.

나. 위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 Hulls - 1/10/83, 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고 한다)은 그 본문 첫머리에서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 This insurance is subject to English law practic’e 라고 규정하고, 제6조에서 담보하는 위험(Perils)으로 바다, 하천, 호수 또는 항해 가능한 기타 수역에서의 고유 위험perils of the seas, rivers, lakes or other navigable waters, 6.1.1 , 선장, 직원, 부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 등을 열거하고 있으며, 다만 선장, 직원, 부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조항(6.2.3)에 대해는 피보험자,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관리인이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었던 결과로 보험의 목적에 발생된 멸실 또는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한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다. 원고가 피고에게 교부한 보험증권에는 ‘보험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한국선급(KR), 한리해상손해사정(KORHI) 또는 한국해사감정(KOMOS)의 현상검사를 받고 그에 따른 모든 권고사항을 이행한다 WARRANTED KR, KORHI, OR KOMOS CONDITION SURVEY WITHIN 30 DAYS FROM ATTACHMENT AND ALL THEIR RECOMMENDATIONS COMPLIED ’는 등의 조항 WARRANTED APPROVAL OF APPROPRIATE TUG, TOW, TOWAGE, STOWAGE ARRANGEMENTS ACCORDING TO THE CONTENTS OF ANNUAL OPERATION OF THE VESSEL BY KR, KORHI, OR KOMOS SURVEYOR BEFORE INITIAL TOW DURING THE CURRENCY OF THE POLICY AND ALL THEIR RECOMMENDATIONS CONPLIED WITH (이하 위 각 조항을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이라 한다)이 영문으로 기재돼 있다.

라. 이 사건 선박은 2012년 12월14일 울산 ○○구 ○○동앞 0.9마일 해상(울산신항 북방파제 제3공구 동쪽방향 끝단 해상)에서 해상 작업을 하던 중, 높은 파도(파도 높이 2.5m, 최대 높이 3.3m)와 강한 바람(풍속8~9m/s)에 의한 선체의 요동으로 선박 앞부분 갑판에서 약 40m 높이에 위치한 우측 지지대의 연결부위가 부러지면서, 균형을 상실한 리더 등 중장비가 선박 뒷부분 갑판으로 넘어졌고, 이로 인해 선박의 무게중심이 쏠린 선박의 뒷부분이 침수되면서 바다에 매몰(이하 ‘이 사건 침몰사고’라 한다)됐다.

2. 본 판결의 요지 부보위험으로 인한 손해인지

영국 해상보험법 제55조 제1항에 의하면 손해가 담보위험을 근인(proximate cause)으로 하는지 여부가 보험자의 책임 유무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바,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부보위험의 하나로 들고 있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만(of the seas)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고,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년 5월15일 선고 96다27773 판결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 지급채무의 발생 여부는 이 사건 침몰사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해 담보되지 않는 미부보위험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대대적 구조변경 및 그에 따른 타설장비의 지지력 결여’에 의해 일어났을 개연성보다 해상 고유의 위험 즉,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등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라는 원인에 의해 일어났을 개연성이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본 사건에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 ① 이 사건 선박은 1984년 6월18일 일본에서 건조돼 2007년 1월20일경 수입된 노후 작업선임에도 피고는, 2012년 4월경 공기 단축 목적으로 이 사건 선박의 무게 수용력 등에 대한 전문가의 안전진단 없이 임의로 수입 당시의 구조형태를 변형해 증축한 사실, ② 이러한 구조변경에 약 54억 원 상당의 비용이 투입됐고, 이러한 구조변경으로 인해 이 사건 선박의 무게가 약 500톤 이상 증가됐으며, 그 결과 이 사건 선박은 SPC 작업선에서 DCM 작업선으로 변경된 사실, ③ 피고는 위와 같은 상태로 이 사건 선박을 이용해 수개월 동안 울산 신항 북방파제 제3공구 축조공사 작업을 해 온 사실, ④ 2012년 12월14일 04:00경 울산 ○○구 ○○동 앞 0.9마일 해상에 풍랑예비특보가 발표됐고, 피고가 피항결정을 내린 같은 날 14:00경에는 이미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은 상황이었으며, 결국 같은 날 19:13경 이 사건 침몰사고가 발생한 사실, 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 사건 침몰사고 당시의 파도, 바람, 앵커의 상태 등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이 사건 선박에 관한 구조변경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최대 응력이 205.6MPa로 측정되는데, 이 사건 선박의 작업장비(선박 구조물) 제작에 사용된 자재는 선박 설계기준에 따른 일반구조용강재(SS400, SM400, SMA400)이고, 그러한 자재의 허용응력 최대값은 140MPa인 사실, 한편, ⑥ 이 사건 침몰사고가 발생한 2012년 12월14일 19:13경에는 풍랑예비특보가 발표됐을 뿐 풍랑주의보는 발효되지 않은 사실, ⑦ 이 사건 사고 당시 남해안 일대의 선박 사고는 이 사건 침몰사고가 유일했고, 별다른 구조변경 없이 3열의 리드만 장착했던 다른 3척의 DCM선박에서는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 ⑧ 피고의 대표이사 박일훈과 현장소장 김근욱은 ‘붕괴위험이 있는 시설물의 안정성 평가 의무 및 공사를 위한 장치가 적합한 강도와 내력을 유지하도록 조치할 의무를 각 위반해 이 사건 침몰사고를 발생케 했다’라는 등의 공소사실로 2013년 9월24일 유죄로 확정된 사실, ⑨ 이 사건 선박의 장비담당자 등 피고의 일부 직원들은 ‘이 사건 선박의 구조변경 및 지지대 보강 결여로 인해 이 사건 선박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⑩ 선박안전기술공단 부산지부는 이 사건 침몰사고의 원인에 관해 ‘증설된 설비의 무게 및 배치된 위치를 감안하면, 현저히 무게중심이 상승해 상당한 복원력이 감소된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한 사실, ⑪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선박은 도입 이후 리더 높이 증가, 리더 증설, 공법 변경 등 크게 3번의 개조 작업이 진행됐고 개조작업으로 인한 구조물의 변경이 본 침몰 사고와 관련성이 있다고 추정됨’이라고 기재된 감정서를 작성한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가 이 사건 침몰사고 발생 이후인 2013년 3월5일 선박안전기술공단에 도면감리 용역을 의뢰한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은 설계 당시부터 5대의 타설장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부보위험 중의 하나인 해상 고유의 위험이라는 요인이 다른 가능한 미부보위험 등의 요인들보다 더 우월하고 개연성이 있어 이 사건 침몰사고의 지배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대대적 구조변경 및 그에 따른 타설장비의 지지력 결여 등의 원인이 이 사건에서 추측할 수 있는 해상 고유의 위험이라는 요인과 비교할 때 적어도 동등한 정도 이상으로 이 사건 선박 침몰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침몰사고는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규정하는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원고는, 이 사건 침몰사고는 ‘보험목적물과 무관한 타설장비의 지지력 결여’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보험약관상의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피보험자인 피고는 이 사건 침몰사고 발생에 관해 상당한 주의를 결했기 때문에 원고에게 ‘선장, 직원, 부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을 주장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채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침몰사고는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등 사고 당시의 기상악화로 인해 타설장비가 선박 뒷부분 갑판으로 넘어지면서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 침몰사고는 이 사건 보험약관상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고, 선장 및 선원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역시 이 사건 침몰사고의 원인이 됐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 지급채무의 발생 여부, 즉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가 이 사건 보험이 부보하는 손해인지 여부는 이 사건 침몰사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해 담보되지 않는 미부보위험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대대적 구조변경 및 그에 따른 타설장비의 지지력 결여’에 의해 일어났을 개연성보다 해상 고유의 위험 즉,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등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라는 원인에 의해 일어났을 개연성이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는 판결문 2.나.2) 나)항에 설시된 증거로 인정된 사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선박의 구조변경은 전문가의 안전진단 없이 임의로 이루어 진 것이라는 점 및 이로 인한 선박의 복원성과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이고, 이 사건 침몰사고가 발생한 2012년 12월14일 19:13경에는 풍랑예비특보가 발표됐을 뿐 풍랑주의보는 발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침몰사고는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등 사고 당시의 기상악화로 인해 발생한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따라서 이 사건 침몰사고는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규정하는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이 사건 판결의 입장은 타당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번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는 판결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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