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4 11:00

기획/ 한중카페리 <세월>호 어려움 딛고 고군분투

평택-옌타이 이어 인천-톈진 취항 임박
CEO 출국금지로 사업 타격
●●●지난 2일 오전 평택항과 중국 옌타이를 잇는 국제여객선(카페리선)이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평택항에 들어왔다. 15번째 한중 카페리노선의 출범이었다. 일조훼리가 취항 중인 평택-르자오노선 이후 3년5개월만에 한중카페리항로에서 새로운 뱃길이 열린 것이다.

이 항로엔 2만4400t(총톤수)급 <스테나에게리아>호가 물살을 갈랐다. 과거 비나라인이 <호아센>이란 이름으로 베트남에서 운항하던 선박이다. 이 선박은 평택-룽청 간을 운항 중인 대룡해운의 <융샤>호, 평택-르자오항로의 <르자오둥팡>호와 함께 카페리선항로 최대 규모다.

평택-옌타이항로 운영을 맡은 옌타이보하이페리(한국대리점 연태훼리)는 <세월>호 사고를 의식해 선박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연태훼리 김재윤 사장은 “유럽 선·기장이 배를 운항하는데다 <세월>호에서 문제가 됐던 화물 고박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연태훼리는 경쟁관계에 있는 인천-옌타이항로의 한중훼리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무분별한 경쟁보다는 동반성장하는 상생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일조훼리 연태훼리 이어 진천훼리 준비중

올해 들어 한중 카페리항로는 평택-옌타이항로 신설뿐 아니라 중단됐던 항로들의 재취항 열기가 한창 뜨겁다. 지난 3월 르자오하이퉁페리(한국대리점 일조국제훼리)는 평택-르자오 노선에 2만5000t급 <르자오둥팡>호를 다시 띄우고 10개월간의 길었던 휴항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조국제훼리는 재취항 후 2달 동안 선박 안전을 위해 주 2항차로 서비스를 진행하다 5월부터 종전처럼 3항차로 복귀했다.

항차증편으로 실적도 예년 모습을 되찾고 있다. 5월 평택-르자오 카페리항로 실적은 여객 8209명, 화물 1390TEU를 기록했다. 휴항에 들어갔던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여객은 2496명에서 3배 이상(228.9%) 상승했으며 화물은 1257TEU에서 10.6% 증가했다.

일조훼리 관계자는 “5월 이후로 3항차로 전환을 하면서 서비스 안정성이 제고됐다”며 “다만 <세월>호 사고 여파로 한중 양국 주주들의 자체검사가 강화되면서 온전히 3항차를 진행하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휴항에 들어간 인천-톈진항로는 한국측 투자자로 씨레인보우인터내셔널을 새롭게 맞은 후 고용승계와 신임 대표이사 선임 등의 항로 재개 절차를 밟고 있다. 씨레인보우인터내셔널과 중국 사업자인 톈진국제경제기술합작그룹공사(외경그룹)는 지난달 11일 대아해양이 가지고 있던 진천국제객화항운 지분 50%를 40%와 10%의 비율로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진천국제객화항운은 이로써 지분 구조가 중국 60%, 한국 40%로 바뀌면서 설립 23년만에 경영권을 중국으로 넘기게 됐다. 양측 투자자들은 회사 인수인계 작업이 마무리되는 데로 해운당국에 복항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채무 정리는 항로 재개에 다소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천훼리는 하역료와 연료비 등 총 40억~50억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채무 해결은 진천훼리로선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한중 양국 파트너가 비용지출을 놓고 벌인 대립이 진천훼리의 휴항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휴항 당시 한국에서 발생한 비용을 중국측에서 결제할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양국 파트너간 갈등은 표면화됐다.

씨레인보우인터내셔널은 채무 정리를 조건으로 지분 양수도에 합의한 만큼 외경그룹과 전 투자자인 대아그룹에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씨레인보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현재 미확정 금액이 있어서 정확한 (채무) 규모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며 “지분 양도 이전에 발생한 채무인 만큼 종전 주주들이 채무를 정리해줘야 한다. 대아그룹에서도 지분 양도 수익금으로 채무 일부를 변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테나대아라인 적자운항에 속초-중·러 항로 문닫아

취항소식뿐 아니라 휴항소식도 잇따랐다. 연운항훼리와 진인해운은 선박 고장이 휴항의 원인이었다.

연운항훼리는 지난 4월과 5월 인천-롄윈강과 평택-롄윈강 노선을 잇달아 휴항했다. 취항선박인 < 자옥란 >호와 < CK스타 > 호가 엔진고장을 일으킨 까닭이다. 지난 4월 말 인천-롄윈강을 운항하던 <자옥란>호는 인천항을 출항했다가 기관 고장으로 귀항했으며 < CK스타 >호는 5월 초 중국에서 평택으로 돌아오다 서해상에서 기관 고장을 일으켰다. 두 선박은 한 달 안팎의 수리를 거친 후 지난 5월29일과 6월25일 롄윈강에서 나란히 운항 재개에 나섰다.

인천과 중국 친황다오를 연결하고 있는 진인해운의 <신욱금향>호도 지난달 5일 기관 고장으로 휴지기를 거쳤다. 이 선박은 이달 3일까지 휴항을 신고하고 수리를 받았다.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를 잇는 카페리 노선은 운항을 아예 접었다. 운항사인 스테나대아라인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여간 운항해오면서 12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자 지난달 27일 사업을 중단했다. 선사측은 속초시와 강원도로부터 손실보전금과 화물유치장려금 운항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13억6천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적자폭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이 항로는 취항 이후 매 항차 평균 승객 100여명, 화물 20여TEU의 저조한 수송실적을 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측은 이미 한국측 직원과 중국 직원을 각각 3개월과 2개월씩의 위로금을 주고 모두 퇴사시키는 등 회사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선주인 대아그룹이 급작스러운 운항 중단의 유탄을 맞아 눈길을 끈다. 스테나는 항로를 중단한 뒤 대아항운에 클레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 안전문제와 재화중량 허위기재가 이유다.

스테나는 지난해 3월 대아항운과 3년6개월 약정의 소유권이전부나용선(BBCHP) 계약을 체결하고 <뉴블루오션>호를 용선했다. 스테나는 계약 당시 알지 못했던 선박문제가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우선 <뉴블루오션>호가 램프(ramp, 차량이 드나드는 출입구)가 있는 쪽으로 2° 정도 기운 것을 두고 선박 감항성에 이상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스테나 본사는 운항사인 스테나대아라인측에 안전을 이유로 화물을 600t까지만 실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스테나는 또 선박의 재화중량톤수(DWT)가 제원명세서(파티큘러) 상에 기재된 5800t에 한참 못 미치는 4400t 수준이라며 선주사측에서 정보를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아그룹은 선박 안전 우려에 대해 “대부분의 카페리선박은 램프 무게 때문에 다소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인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램프 반대쪽에 평형수(밸러스트수)를 더 넣거나 고정장치를 댄다”고 반박했다.

또 재화중량 허위기재 의혹에 대해선 “파티큘러는 선박을 맨 처음 소개할 때 제시하는 전단지에 불과한 것”이라며 “추후 정확한 제원 서류를 전달했음에도 제대로 보지 않고 지금 와서 우리가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맞섰다.

대아그룹은 스테나가 조기반선에 따른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역클레임’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나는 계약을 파기하고 <뉴블루오션>호를 반납할 경우 남은 2년3개월치 용선료인 76억원 가량을 물어내야 한다. 하지만 선박문제를 물고 늘어져 나머지 용선료를 내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스테나는 오히려 용선 계약 시 지불한 20억원가량의 이행보증금마저 돌려달라고 대아측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아그룹은 “용선한 선박을 계약과 다르게 조기에 반선코자 할 경우 용선주와 용선자 양측은 용선자의 비용 부담으로 선박 검사를 공동으로 실시한 뒤 반선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스테나는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6월27일자로 선박을 반선한다고 통보한 뒤 지금 와서 선박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고 황당해 했다.

실적감소보다 도매금 비난에 ‘휘청’

한중카페리항로의 수송실적은 <세월>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중카페리협회(KCCA)에 따르면 5월 한중 카페리항로 14개노선의 수송 실적은 여객 13만6600명 화물 3만9만700TEU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여객은 9만6800명에서 41.1%, 화물은 3만5600TEU에서 11.7% 각각 성장했다. 다수의 노선들이 성장을 일군 데다 평택-르자오항로가 재취항하면서 전년 대비 실적 상승을 일궜다.

하지만 전달인 4월에 비해선 여객은 16만8000TEU에서 18.7% 화물은 4만1200TEU에서 3.5% 각각 하락했다. 예년부터 한중카페리항로 월간 수송실적은 4월까지 상승세를 띠다 5월에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5월은 4월에 비해 비수기인 셈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세월>호의 영향을 안받는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4월에 비해 5월 (여객) 실적이 크게 감소한 건 계절적인 영향도 있다”며 “과거에도 5월이 4월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실적 감소보다 최근 카페리선을 백안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힘들다고 토로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일반 대중들이 연안여객선에 비해 안전한데다 각종 규범도 잘 지키고 있는 국제여객선사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일부 선사 최고경영자들의 경우 중국 출장이 잦은 사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검찰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정부의 선령 상한 도입 움직임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현재 한중카페리항로는 취항 중인 선박의 경우 선령에 대한 규제가 없다. 신규 취항선박에 대해서만 20년의 상한선이 설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을 위해 취항중인 선박이라고 하더라도 노후선에 대해선 운항을 제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한중해운회담 등을 통해 제기돼 왔다. 제한 선령에 대해 한국은 30년을, 중국은 28년을 내세운 바 있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높아진 여객선 안전 요구를 배경으로 다시 선령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해양수산부는 9월 3~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해운회담에 이 안건을 공식의제로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선박을 신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선사도 눈에 띈다. 한 선사는 조선소들과 카페리선 발주를 논의했으나 조선소가 1억달러에 달하는 선가를 제시해 발주 의향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취항한 연태훼리도 900억원 수준에서 선박 신조를 저울질 하고 있다.

한 카페리선사 최고경영자는 “한중 카페리선사들이 돈 버는 수준이 거기서 거기인데 선박 신조에 돈을 선뜻 쓰려고 하겠느냐”며 “여객선 안전을 담보하려고 한다면 정부에서도 (선사들에게) 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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