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잇달아 발표된 국내 양대 해운사의 재무구조 개선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전용선 사업부문 매각을 최근 확정했으며 현대상선은 LNG선 운송사업 처분을 통해 자금 확보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재무구조 전략이 결실을 거둘 경우 두 선사들의 유동성난이 크게 해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알짜배기사업의 매각이 향후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7일 오전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전용선 사업 영업양도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한진해운은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한앤컴퍼니와 함께 세운 합작법인 한국벌크해운에 전용선 부문의 자산과 부채, 제반계약 일체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양도하게 된다. 현물출자 규모는 자산 1조6500억원, 부채 1조4500억원에 이른다.
한진해운의 전용선 규모는 총 36척이다. 건화물선 29척(자사선 24척 용선 5척) LNG선 7척(자사선 3척 지분선 4척)이다. 한진해운은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글로비스 한국가스공사 화주 4곳과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합작법인의 주식을 3000억원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한진해운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별도로 1000억원을 합작법인에 현금 출자한다.
한진해운은 전용선 매각을 통해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물출자로 약 1조4000억원의 선박금융 및 금융부채를 털게 됐다. 한진해운은 별도로 보유중인 국내외 3개 터미널 자회사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3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지분을 매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IBK투자증권-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현대상선도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따라 항만터미널 사업과 벌크 전용선, 부산용당 컨테이너장치장(CY) 매각 등을 통해 2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컨테이너박스를 매각해 564억원을 확보했다.
현대상선은 LNG전용선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IMM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인수자금으로 1조1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실사 등을 거쳐 상반기 안으로 매각을 마무리짓는다는 구상이다.
이들 선사의 움직임을 두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다. 처분하는 사업부문이 해운시황 등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원이 돼 온 까닭이다. 한진해운은 수년간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는 가운데에서도 벌크 전용선 부문에선 1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왔다. 벌크 전용선 부문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5%에 이른다. 현대상선도 한국가스공사와 20년 25년의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매년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해왔다. 컨테이너박스 매각도 주력사업인 컨테이너선 사업 확대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두 선사 모두 수익성이 비교적 양호한 사업들을 매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곧 향후 주력사업 방향을 컨테이너선으로 정했음을 의미한다. 기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정한 만큼 세계 유수 선사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겨룰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세계 3대 선사들의 제휴에 맞서 얼라이언스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물고 물리는 싸움이 치열한 경쟁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동서항로쪽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 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두 선사 모두 남북항로라는 비교적 ‘신선한’ 해운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하파그로이드는 중남미시장 강화를 위해 칠레 1위 선사 인수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내 양대 선사들도 전용선 사업을 내준 만큼 주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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