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용품산업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한 국제선용품유통센터 김영득 이사장, BPA 임기택 사장, SASS 대니 리엔 회장(왼쪽부터) |
●●●우리나라 최대의 항만이자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은 출입항 하는 선박들로 인해 항상 분주한 곳이다. 매년 3만여척에 가까운 크고 작은 선박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이들 선박은 부두에서 화물 작업 중 선박 운항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선용품 공급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특히 선박 운항에 필수적인 연료유, 윤활유, 식자재, 기관부속품 등은 수시로 보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이 잘 발달되면 선원들의 노고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매년 3만여척의 선박이 출입항하는 동북아허브 항만임에도 불구하고 부산항은 이들 선용품 공급의 중심지로 불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주된 이유는 선용품 공급을 주로 하는 기업들의 영세하고, 이들 기업이 클러스트화 되지 못해 부두 주변 각지에 난립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11년 4월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 영도구 남항동 2만6천㎡(7880평)의 부지에 280억원의 예산을 들여 5층짜리 사무동 건물과 공동창고가 들어설 국제선용품유통센터 착공에 들어가 1년 6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해 9월 완공했다.
국제선용품유통센터(이사장 김영득)는 선박에 사용되는 각종 식품과 기관 부속품, 연료 및 윤활유를 공급하는 선용품 업체들이 모여 있다. 말 그대로 선박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공급하는 전지기지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11월21일 BPA는 부산 영도에 위치한 국제선용품유통센터에서 선용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세계 선용품업계 선두주자들의 성공사례 발표와 전문가들의 토론을 펼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에 앞서 김영득 이사장은 싱가포르선용품협회(SASS) ‘대니 리엔’ 회장과 선용품산업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부산항과 싱가포르항만 간의 선용품 시장 교류 및 지원을 함께 약속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젠스 올센 국제선용품협회(ISSA) 회장은 덴마크에 본사를 두고 선용품공급업에 50년이 넘는 경력을 보유한 경험자로서 국제선용품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내비췄다.
특히 그는 “지난 5천년의 세월동안 우리 인류는 선박을 통해 우리가 필요한 화물을 운송해 왔기에 선용품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중소형 기업들 간의 전략적 파트너쉽 제휴를 통해 공급망을 확대시키는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 무역의 중심지인 싱가포르항은 과거 영국 식민지 지배 당시부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수많은 무역선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이제 싱가포르항은 과거의 단순한 교역의 장소로서가 아닌 세계 선용품 시장의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펼쳐가고 있어 다른 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항에는 선용품 구입으로 하루 190여척의 선박이 입항, 척당 선식 및 선용품 구입비로 평균 8천달러를 사용해 연 5억6천만달러(약 6천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싱가포르항이 선용품 시장의 중심지가 된 배경에는 지리적 이점 이외에 선용품 통관절차를 간소화 시켜 수입, 판매에 따르는 추가비용을 인하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들 수 있다. 또 국영기업이 물류 창고 건설 및 운영을 통해 선용품 공급업체는 저렴한 임대료로 임차를 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 선용품 공급업의 시발점에 선 우리 부산항이 동북아 중심 선용품공급항만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BPA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가뜩이나 중국 및 아시아 주변 국가 항만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고 있는 부산항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 및 발굴해 항만산업의 한 축으로 인식시키는 정책을 펼쳐 보여야 한다.
특히 부산항의 미래 성장 계획 차질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부산항이 전략적으로 추진해 왔던 부산신항 유류중계기지 건설이 자칫하면 백지화될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부산항국제선용품유통센터 |
유류중계기지 사업은 부산신항 웅동 매립지 6만4천㎡ 부지에 유류 23만㎘를 저장할 수 있는 유류탱크 14기와 선박 접안시설 및 전기시설 건설로 예정돼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왔던 사업이다.
앞서 선박이 출입항 하는 항구의 가장 중요한 사항중의 하나가 바로 선박을 직접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연료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이러한 항만의 중요시설인 유류중계기지 건설이 또다시 착공에 실패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11월13일 BPA는 유류중계기지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마린앤오일(주) 측이 사업 자금을 확보 못해 착공에 실패했다고 밝히고 무려 8년 넘게 끌어오던 이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음을 밝혔다. 만약 이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면 결국 BPA나 정부 측에서 공사에 나설 수밖에 없어 착공은 예상시기보다 최소 4년은 늦어질 전망이다.
즉 동북아 모든 항만이 자국 항만의 이익을 위해 경쟁적으로 항만시설을 늘려 기항하는 선박들의 편의를 위해 토탈 서비스를 제고하고 있는 이 시점에, 부산신항은 향후 4년 이상의 기간동안 선박 연료유 공급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 올 뿐만 아니라 선용품, 기관 부속품 등 다른 선용품 판매에도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사태에 대해 현재 BPA는 내년 1월 말까지 부산마린앤오일(주) 측이 대규모 투자자를 찾아 투자협약을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국제 선용품세미나에 참석한 관련 기업 임원은 “지난 몇 년 동안 투자자를 확보를 못했는데 불과 두 달 사이에 어떻게 투자자를 찾을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은 동북아 중심허브항만으로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부가가치의 항만으로 인식돼 항만관계자들로부터 박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일례로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는 환적화물에서 그 사례를 들 수 있다. 매년 꾸준히 전체 물동량 대비 환적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성장세의 덕을 보는 사업 분야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선박연료 공급을 위한 육상 유류중계시설 모습 |
따라서 이제는 부산항이 단순한 선박출입항으로 발생하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선용품 공급 산업 활성화를 통해 부산항을 고부가가치 물류허브항만으로 탈바꿈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또 부산 및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영세 선용품회사를 한 곳에 입점 시켜 공동물류시스템을 통해 유통구조의 개선과 클러스트화를 구축해 물류비의 절감을 유도를 통한 선용품 공급의 전진기지가 돼야 수많은 항만 사업이 함께 발전하는 부산항이 돼야 한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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