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5 10:03

인터뷰/ “선사가 있어야 KP&I도 있습니다”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박범식 전무
보험료 규모 30배 성장…중소형선 위주 영업전략 주효
대형선사 유치 당면과제, 내년 초 여의도로 이전

올해로 12돌을 맞은 한국선주상호보험(KP&I)은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해운업계와 P&I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KP&I는 가입선대가 7배, 보험료 규모가 30배 신장되는 초고속 성장을 일궜다.

박범식 KP&I 전무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틈새시장과 중소형선을 대상으로 한 영업 전략으로 성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몇 년간의 동남아 시장 개척 노력이 가입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

그는 한편으로 KP&I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국내 대형선사의 가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보험료를 최근 2년간 동결한 것을 비롯해 최근 보상한도액을 10억달러로 높이고 선결제 가능금액을 3만달러로 낮추는 등 선사들의 실질적인 이익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박 전무는 선주협회와 여의도 사옥을 공동구매한 건 안정적인 경영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사옥 입주는 내년 초 정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 전무와의 일문일답.

KP&I 박범식 전무

Q. 최근 해운환경이 매우 어렵다. KP&I의 실적은 어떤가?

해운불황이 2008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4년째 장기적으로 지속되다 보니 해상보험업계와 KP&I도 역시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KP&I는 올해 2월20일 보험계약 갱신 이후 현재까지 82척이 새로 가입했고 81척은 해지했다. 해운의 불황이 그대로 반영돼 연간 보험료 수입은 약 1백만달러가량 줄었다. 이런 추세는 대형 국제클럽들보다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입과 해지가 비슷함에도 보험료가 감소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내던 노후선들이 탈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클레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노후선이 탈퇴하는건 한편으로는 긍정적이기도 하다.

위안으로 삼는 건 올해 상반기에 선박사고가 늘었지만 3분기까지 결산 결과 견실한 순익을 거뒀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4일로 KP&I가 비과세 법인으로 인정된 만큼 순이익은 비상위험준비금(Free Reserve)으로 그대로 축적이 돼 회원사의 혜택으로 돌아가게 된다.

Q. 12년 동안 KP&I가 크게 성장했는데…

KP&I는 세계 P&I 클럽 중 가장 후발 주자로 2000년에 설립했다. 일본(JP&I)이 50년, 중국(CP&I)이 15년 우리보다 앞서 설립됐다. 출발 당시 24개 선사, 125척의 선박이었던 가입고객과 선대는 올해 215개 선사, 899척으로 늘어났다. 연간보험료도 지난해 3천만달러를 넘어서며 30배가량 성장했다. 국내 전체 P&I 보험료(1억5000만달러)의 20% 수준이다. 직원들에게 말한다. 20%밖에 안되는 게 아니라 80% 더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웃음)

자산규모도 지난해 말 약 565억원으로 재무제표에서 보고된 바 있다. 비상위험준비금은 현재 245억원인데, 연말까지 300억원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한다. 연간 보험료 수준으로 비상준비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선사들은 아무리 애국심이 있어도 KP&I에 안 온다. 이익이 돼야 온다. 선사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될 수 있도록 2010년부터 보험료 인상을 한 번도 안했다. 또 올해부터 법률비용을 담보해주는 FD&D 서비스를 개시했고 최대보상 한도액을 3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높였다. 비(非) 국제그룹(IG) P&I 중에서 이 같은 한도액을 제공하는 건 150년 역사의 브리티시마린과 KP&I밖에 없다.

최근 이사회에서 선결제 가능 금액을 20만달러에서 3만달러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3만달러 이상 선불 결제는 대형클럽에도 없는 획기적인 규정이다. 우리 직원들의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선사 없는 클럽은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고통을 함께 감내할 것이다.

Q. KP&I의 현안은 뭔가?

KP&I 설립 후 12년이 흘러 국내 P&I 보험시장의 20%를 점유했다고는 하나 대형선단의 가입은 아직 일부에 한정되고 있고 다소 부진하다. 올해 2월 갱신에서 시도상선의 대형 선박 16척을 유치해 국제적인 선박금융회사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 국내 대형선사들이 KP&I에 선원위험에 더해 전체 P&I 위험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선사들은 대안 클럽으로 KP&I가 있었기에 P&I 협상력을 높일 수 있지 않았나? 대형선사들의 가입이 현실화 됐을 때 KP&I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또 현재 해외 신용평가기관 AM베스트사로부터 KP&I의 신용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AM베스트는 보험분야의 S&P 같은 기관이다. 내년 초에 신용등급 결과가 나오는데 클럽 대외 인지도와 보증장 제공 등의 KP&I 인지도 평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금 확충, 내부통제 등 클럽의 현안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생산성본부로부터 경영진단도 받고 있다. 결국 클럽의 대외성장과 내실을 정비하는 작업이 동시에 병행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는 전 세계 국가로부터 국제적인 P&I 클럽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 6월 발효된 인도 상선법(Merchant Shipping Rule 2012)에서 2006년 인정보험자가 된 KP&I에 비 국제클럽 P&I클럽과 마찬가지로 입항 심사를 요청해 불편을 가져 왔다. 현재 승인을 공식화하기 위한 일체의 서류를 인도 정부에 제출했고 우리 국토해양부와 현지 대사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어 조만간 인정클럽으로 공시될 것으로 믿는다.

Q. KP&I는 후발주자로서 IG클럽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P&I만의 경쟁력은?

KP&I의 가장 큰 강점으로 국내 선사와 선박, 그리고 경영층을 모두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험회사가 위험 관리의 근원인 선주의 배경과 위험관리 수준을 잘 파악하고 아무리 사소한 사고라도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강점은 없을 듯싶다. 국내 해운시장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다는 점도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사고 발생부터 검정인 선임, 클레임조사와 분석, 합의 등 선주가 원하는 절차대로 밀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시로 편하게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점도 경쟁력이다.

양호한 손해율 실적을 기반으로, 슬림한 조직을 운영하고 비용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국제그룹 P&I 클럽보다 경쟁적인 요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KP&I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이즈란 안정적인 재보험자와 거래를 십년 넘게 이어오면서 신뢰를 쌓은 까닭에 경쟁적인 재보험요율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재보험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선박의 안전운항에 중요한 정보를 비롯해 수시로 개최하는 교육과 세미나를 통해 업데이트된 해상법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도 특별한 경쟁력이라 본다.

Q. 내년에 보험료를 높은 폭으로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그 배경은?

신조선에 대한 과다한 요율경쟁, 선원클레임의 증가, 사고처리비용 증가, 투자 수익의 대폭적인 감소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제그룹 P&I 클럽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특히 두 건의 대형 해상사고로 막대한 보험금이 지출된 게 보험료 인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뉴질랜드 근해에서 발생한 컨테이너선 <리너>(Rena)호의 좌초사고로 약 3억5천만달러, 올해 1월에 이탈리아 근해에서 발생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좌초 사고로 6억5천만달러의 P&I 보험금이 지출됐다. 상당폭 재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고 이는 모두 선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미 국제 클럽들은 7.5~12.5% 수준의 보험요율 일괄 인상안과 기초공제액의 점진적인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KP&I는 국내 선주들의 어려운 점을 십분 이해해 지난 2년간 보험료를 동결한 바 있다. 인플레 등의 인상요인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흡수해왔다. P&I가 있기 전에 선사가 우선 살아남아야한다는 기본철학에 변함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해운사 대표들로 구성된 저희는 12월에 이사회에서 인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최소 인상안을 내놓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Q. 선주협회가 매입한 건물에 KP&I도 입주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진행상황은?

KP&I는 2000년 1월 설립 시 전용면적 47평(155㎡)에서 시작했다. 현재 사무실(신문로 2가 소재 썬타워빌딩)은 올해 2월 초에 이전한 곳으로, 260여평(860㎡) 규모다. 현재 사무실의 임차료수준이 저렴하지만 선주협회와 공동구매한 자가건물에 들어갈 경우 연간 약 2억원 이상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주협회와 같은 빌딩을 사용하게 돼 회의실 강당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더 많은 해운정보를 공유하고 협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여의도 사옥은 총 지상10층 건물로, KP&I는 전용면적 340평(1120㎡) 규모의 7~8층에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 10월25일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잔금은 11월 중에 지급할 예정이다. 새 건물 입주는 주변여건에 맞춰 적정시기에 하려고 한다. 내부 인테리어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초 정도에 옮겨 갈 수 있을 것 같다. KP&I는 설립 후 12년 만에 셋방살이에서 벗어나 좀 더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Q. KP&I의 중단기 계획에 대해 말씀 바란다.

KP&I가 해외 IG클럽에 비해 상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중소형 선박들과 틈새시장에 대한 특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소형 일반화물선과 컨테이너 선박은 사실 목표치를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남아 선주를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 개척 결과 중소형 일반화물선의 가입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도 서비스 역량과 영업기반 확대를 다질 계획이다.

케미컬, 가스 등 특수선 분야도 강화하려고 한다. 현재 해외 대형화주들이 하는 메이저검사 등의 제약으로 특수선 점유율은 9%안팎에 그치는 걸로 자체 조사됐다. 대형화주와 거래가 없는 선주를 대상으로 밀착영업을 진행하는 한편 해외 대형화주를 대상으로도 마케팅을 강화 하려고 한다.

저희는 2010년 10주년 기념행사에서 2020년 영업 목표로 보험료 수입 1억달러, 가입선박 2천만t(총톤수)을 정한 바 있다. 해운시장이 다시 활황을 맞고 정상화 된다면 시장점유율 40%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밖에 해외사무소, 부산사무소등을 설립도 검토중이다.

저와 직원들의 역할은 기초공사의 벽돌을 쌓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선주들이나 후배들이 완성할 회사다. 기초공사를 잘해놨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보람을 느낄 거다.

Q. 관련 당국이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KP&I가 설립된 이후 단기간에 이렇게 215개사, 1천만t 가입 및 연간 보험료 3000만달러 시대에 돌입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오로지 국내 해운수산선사, 선주협회와 해운관련 단체, 정부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후원의 덕분이다. 이 기회를 빌려 깊이 감사를 드린다. KP&I가 우리 해운업계가 의지할 수 있는 해운의 주요한 배상책임 인프라의 중심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 항시 세계를 항해하고 있는 우리 선박과 해운의 곁에서 이를 보호하고 배상하는 책무를 다하도록 하겠다. 계속해서 KP&I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변함없는 지도 편달과 후원을 요청 드린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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