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5 19:21

기고/현직 물류인이 전하는 중국 물류 이모저모 <2>

문제가 있어요
현대로지스틱스 해운영업팀 정광호 팀장

중국은 과거 죽의 장막에서 어느새 가깝고 친근한 이웃나라로 변모했다. 물류분야에서도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최고의 파트너로 부상했다.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법인 영업 총경리로 6년간 근무했던 현대로지스틱스 정광호 팀장의 중국 물류 경험담을 기재한다. 지난 2006년 상하이 법인 근무를 시작으로 2008년 선전 분공사 총경리, 2010년 상하이 영업 총경리를 맡았던 정광호 팀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물류현장의 애환을 생생하고 진솔하게 풀어낸다. 그 두번째로 중국 창고운영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때는 2008년 3월 중국에서 창고 임대를 하고 있는 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다.

광동성에서 홈쇼핑 업체와 업무를 제휴해 홈쇼핑 사업(창고관리, 배송)으로 인해 물류창고가 필요했다. 그래서 20여 개 창고를 사전 점검하면서 최적의 창고를 임대하기 위해 주요지역을 돌아 다녔다.

결국, 최적의 입지인 광동성 동관(Dongguan)에 위치한 창고를 찾게 됐다. 홍콩자본으로 건설되고 홈쇼핑 물류창고 운영을 하기에 적합한 창고를 선택하게 된 것. 그런데 창고가 완공이 된 상태가 아니라 아직 한 달 여를 남겨둔 완공 중인 창고였다.

참 다행인 것은 홈쇼핑 업체의 개장 예정일이 한 달여 정도 남았기에 완공된 창고가 아니라도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즉, 사업의 일정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완공 후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창고 업주에게 창고가 마음에 드니 임시 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좀 더 생각했어야 함을 알 수가 있다. 필자의 중국 생활 5년 6개월 동안 경험한 것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특히 중국 사람들에게는 계약을 앞두고 만족하다는 것을 쉽게 노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쉽게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면 그때부터는 모든 협상의 열쇠가 중국사람 측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물류를 하다 보면 반드시 대안을 마련해 협상을 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좀 더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더 좋은 조건으로 유리하게 계약을 할 수가 있다.

임시 계약을 체결한 후, 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 문제가 하나 있다고 했다. 임대의 경우 비용을 면적당 지불하는데 갑자기 창고 건물에서 200m 떨어진 발전기 위치의 일부 면적을 부담하라는 것. 전기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때 발전기에서 전력 공급이 되니 이 부분 또한 부담하라는 내용이었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관계로 어쩔 수 없이 그 면적까지 부담해 최종 계약을 하게 됐다.

며칠 후 창고는 완공 되어, 내부 시설물을 설치하게 됐다. 창고의 면적을 최대한 고려하고 물류센터 운영의 검수/입고/출고/반품/포장/귀중품 보관 구역 등 최적의 효율화를 위해 본사 전문가까지 동원해 창고 내부에 랙을 설치하려고 했다. 랙 설치와 동시에 창고 내의 사무실 또한 새롭게 단장을 하며 내부의 모습을 조금씩 갖추어 나가려 할 때였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다. 창고업주는 아직 소방법 검사를 지역 소방국에서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랙 설치 및 사무실을 우리 임의로 설치 할 수 없다며 창고 완공 일정을 전면 조정해야겠다고 말했다. (이해가 안 되시는 독자 분들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간단히 팁을 드리면 중국에서는 일방적인 통보 형식이 많다.)

홈쇼핑 업체인 고객사와의 물류제휴(창고운영, 배송)사업 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무척 난감하게 됐다. 일단, 홈쇼핑 업체에게는 알리지 않고 창고업주와 최대한의 협의점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한국이라면 본사 법무팀을 동원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서 협의를 할 수가 있는데 이곳은 한국이 아닌 중국. 1대 도시급이 아닌 광동성에서도 시골인 동관 마총 (한국으로 말하면 대략 읍 소재지 정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먼저, 창고 임대업자와의 계약 문구와 계약조건들을 하나씩 분석해 가면서 직원들과 더불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결국, 며칠의 전투(?)가 거듭하면서 서로가 양보 하면서 방안을 찾게 됐다.

창고임대업자 측에서는 창고 내 사무실을 중국 소방법에 알맞도록 무상으로 완공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의 경우 랙 설치의 레이아웃을 당초 계획에서 조정해 창고임대업자 측의 입장을 따르기로 했고 홈쇼핑 창고 오픈 일정을 약 보름간 늦추기로 협의했다. 다행이었던 점은 홈쇼핑 업체 측에서 광고 및 고객 콜 센터 직원 모집으로 당초 계획보다 한 달을 연기한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창고업자와 시간을 가지고 협상을 할 수가 있었다.

다행히, 광동성 홈쇼핑 물류센터 운영은 순조롭게 출발을 해 한 달에 3만여 건 이상을 중국 광동성 전역에 배송을 할 수가 있게 됐다.

배송을 하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겪다보니 “문제가 있어요(有問題)”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듣게 됐다.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홈쇼핑 배송은 차원이 다르게 접근을 해야 했기에 크고 작은 문제는 늘 산재해 있었다.

그때 마다 중국사람으로부터 듣게 되는 “문제가 있어요(有問題)” 라는 말. 중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중국 사람들로부터 늘 듣게 되는 이 말. 그렇다고 이 뜻이 해결이 안 되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마음으로 접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문제가 있어요(有問題)”는 어쩌면 “문제가 없어요(有問題)”를 뜻하는 의미란 것을 중국에서 살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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