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1 14:46

한국판 해운지수 6월 시장에 나온다

3개월간 테스트 마치고 정식 배포

우리나라에서 발표되는 해상운임지수가 첫 선을 보인다. 부산발전연구원 산하 해운거래정보센터(MEIC)는 6월부터 해운시황 리포트를 주간 단위(위클리)로 정식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자와 만나 한국판 해운지수 개발에 대한 구상을 털어 놓은 지 반년 만에 드디어 결실을 맺는 것이다.

염정호 해운거래정보센터장(한국해운중개업협회장.사진)은 30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해운지수와 리포트 발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염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위클리리포트 초안을 만든 뒤 올해 3월23일 이후 해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버전의 리포트를 발간해 왔으며 6월부터 해운 금융 해운단체 관련 수요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위클리 리포트를 서비스하겠다고 말했다.

염 센터장은 리포트 발간 목표를 한국 해운시장의 선진화에서 찾았다. “2003~2008년 호황기 이후 찾아온 세계적인 해운불황으로 우리나라에선 60년 된 해운회사가 무너지고 선사 10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시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 회사들은 시황이 부진할 때 선박을 샀다가 호황이 되면 선박을 매각하지만 우린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해운 정보를 축적하기 위해 리포트를 발간하게 됐다.”

“불황에 배팔고 호황에 사는 악순환고리 끊겟다”

그는 또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해운중개업협회에서도 리포트 발간에 대해 숙의하는 등 사전 검토를 충분히 거쳤다고 강조했다. 리포트에 참여하는 패널리스트에 국내 해운중개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네오차터링 삼정해운 아라해운 에이스차터링 영해해운 일도해운 자이로마리타임 장수에스엔피 장수해운 코리아마리타임 킴스마리타임 한바다코퍼레이션 한원마리타임 훼어브릿지글로벌 등 14곳이 매주 해운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MEIC를 해봤자 실패할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이 문제를 놓고 중개업협회 이사회를 열었다. 회의 결과 우리나라 해운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며 회원사들이 보고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염 센터장은 간담회에서 많은 시간을 MEIC에서 발간하는 리포트와 운임지수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리포트는 건화물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운임과 용선 정보 뿐 아니라 원자재, 선박매매동향, 신조발주, 선박해체, 선주와 용선주간 입찰현황 등 해운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급 정보들을 담을 예정이다. 또 선박연료유나 항만동향, 세계경제동향 등 해운시장의 간접요인도 다뤄 수요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리포트는 한 주간 해운시황의 이슈를 정리하는 컬럼격인 ‘MEIC 포커스’로 마무리된다.

특히 센터는 자체 개발한 운임지수인 MEIC지수를 리포트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MEIC 지수는 건화물선 선형별 운임과 용선지수, 신조선, 중고선 가격지수로 구분해 산출된다. 염 센터장은 “전체적인 항로 구성은 볼틱해운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으나 동북아 시장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항로를 선정해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지수 개발을 위해 국내 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홍콩 해운중개기업들과 업무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염 센터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벌크선운임지수인 BDI(볼틱드라이인덱스)가 가진 한계성을 지적하며 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운임지수 개발의 필요성을 에둘러 말했다. MEIC지수는 BDI의 선종 분류에서 탈피했다는 설명이다.

BDI는 현 해운환경 제대로 못담는다

“BDI는 처음 발표된 뒤 해운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선박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5만~6만t 선박은 과거 파나막스였다가 지금은 수프라막스로 내려갔다. 케이프는 예전 14만t에서 발레막스가 나오면서 16~18만t급이 주종이 됐다. MEIC 신조선가지수는 파나막스를 9만2천t급 선박까지, 수프라막스는 5만8천t까지 다루고 있다. 이는 우리만의 유일한 해운자산이다.”

해운 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항로 즉, 중국 칭다오를 기점으로 인도, 호주 리차즈베이와 뉴캐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살다나베이 간 해상운임지수를 개발한 것도 BDI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MEIC지수는 거래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는 항로에 대한 지수다. 살다나베이, 인도, 뉴캐슬과 중국을 잇는 루트의 거래를 바탕으로 지수를 산출했기 때문에 이 지수를 참고하면 벌크선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우리나라에) 청산거래소가 만들어지면 결제 툴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 만약 (결제 툴로 채택이) 안 된다면 우린 노르웨이나 싱가포르 청산소처럼 BDI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염 센터장은   “선박 용선계약에서 선주와 용선사간 입찰가와 응찰가의 차이를 수록한 건 어떤 보고서에도 없는 MEIC 보고서만의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리포트 테스트버전을 구독해온 해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MEIC의 리포트가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대답이 96%에 이르렀다”며 “주간동향 MEIC포커스 선박매매동향 순으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고 말해 운임지수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염 센터장은 "전에도 얘기했듯 주간리포트를 시작으로 향후 일간리포트를 발간한 뒤 탱크선 시장과 컨테이너선 시장으로 대상을 넓혀 나가겠다"고 리포트 발간 업무 확대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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