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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극동 나홋카에 배를 띄운 선사가 있다. 한국에서 나홋카를 잇는 정기 서비스로는 최초다. 지난 3월 부산-나홋카 주 1항차 서비스를 시작한 러시아의 사할린쉬핑컴퍼니(SASCO)가 주인공이다. SASCO는 나홋카항을 러시아 내륙으로 보내는 화물을 위한 최적의 항으로 꼽는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을 통해 내륙으로 들어가야 하는 화물은 컨테이너항인 보스토치니항을 이용하고 있지만 체선과 체화가 심해 수송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나홋카항은 TSR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와 보스토치니항 사이에 있어 TSR 이용 시 거리상 가까운데다 체선·체화가 없어 화주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화물을 러시아 내륙까지 수송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화주들도 솔깃할 만한 서비스인 것.
기자는 SASCO의 한국대리점인 한로해운의 아나톨리 수코바토프 부사장을 만나 신규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한로해운의 아나톨리 수코바토프 부사장은 1971년 SASCO에 입사한 후 20년간 선원생활을 포함해 40년간 SASCO에 발을 담가왔다. 1992년에는 국제기획부 이사를 맡아 한로해운 합작설립을 추진했으며 1996년부터 한로해운의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한로해운 아나톨리 수코바토프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Q. 먼저 한로해운과 SASCO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우선 사할린에 본사를 둔 SASCO는 러시아의 톱 3의 주요 선사로 1945년 설립됐으며 러시아 극동, 남아시아, 태평양, 북극 등에서 정기선과 벌크 수송서비스를 해오고 있죠. 현재 30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컨테이너, 벌크, 일반화물, 중량물 등을 수송하고 있고요.
SASCO의 해상수송의 중요한 곳 중 하나가 러시아 극동지역입니다. 극동의 데카스트리, 바니노, 스베츠카야가반항에 유일하게 해상수송서비스를 하고 있는 선사이기도 하죠. SASCO는 정기선 서비스로 부산-코르사코프/홈스크(사할린), 상하이-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코르사코프, 블라디보스토크-마가단, 블라디보스토크-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차스키, 바니노-마가단-바니노-페트파블로프스크-캄차스키 노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수송비율과 해외수송비율이 7:3을 차지합니다.
한로해운은 러시아의 사할린쉬핑컴퍼니와 흥아해운이 49: 51의 비율로 지분을 투자해 1994년 설립했죠. 1995년 4월부터 한국에서 러시아 사할린을 잇는 부산-코르사코프/홈스크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해 1997년에는 바니노항까지 노선을 확대했습니다. 올 3월부터는 부산-나홋카 주 1회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사할린섬은 가스, 오일, 석탄과 같은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지난 10년간 사할린 오일 프로젝트 개발에 에너지 기업인 로열 더치 쉘과 석유회사인 BP, 액슨 모빌 등 대규모 국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곳입니다. SASCO는 아시아, 북미, 유럽에서 오일 프로젝트와 관련된 화물을 맡아 수송하고 있습니다.
Q. 부산-나홋카 신규 서비스는?
지난 3월17일부터 시작한 부산-나홋카 주 1항차 서비스는 4617DWT(재화중량톤수)의 다목적선을 투입해 운항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는 220TEU를 실을 수 있죠. 부산항을 통해 매주 SASCO의 다목적선 <파로메이>호가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와 벌크화물을 싣고 러시아 와 주변 독립국가연합으로 향합니다. 나홋카항은 부두길이 300미터에 수심 8미터로 100t의 화물을 하역할 수 있는 모바일 크레인 시설이 준비돼있습니다. 또한 컨테이너와 브레이크벌크, 위험물 등 다양한 화물을 집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TSR과 육상운송 연계가 편리합니다.
여러 번 한국의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로부터 한국-러시아 극동을 잇는 페스코/트렌스오리엔트 정기선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요청을 받았습니다.
한편 러시아 내륙으로 화물을 보내기 위해 TSR을 이용하는 화주의 물량이 늘어나면서 보스토치니항과 블리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체선과 체화가 심했습니다. 이에 SASCO는 TSR의 새로운 관문으로 나홋카를 선택했습니다. 기존 항을 이용하던 서비스에서 나홋카로 도착항을 바꾸면서 거리와 운송시간 단축 등 편의가 늘어난 거죠.
Q. 신규 서비스 후 성과는 무엇인가요?
신규 서비스 도입 후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부산-나홋카 서비스는 6항차를 운항했으며 아직은 화주들에게 나홋카 항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매 주 꾸준히 부산 - 나홋카항을 기항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TSR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포워더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며 이미 몇몇 포워더는 기존 이용하던 노선을 부산-나홋카 노선으로 바꿨습니다.
선사가 신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선복 공급, 선박 스케줄, 요율정책 등의 전략을 개발하고 잠재적인 화주를 끌어내야 하는 등 매우 힘든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주들이 신규 서비스의 이점을 알고 점차 화물을 늘려나갈 것에 대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선적 화물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물론 시간이 필요하지만 화주들이 나홋카를 이용해 더 효율적인 러시아 내륙수송을 진행하길 바랍니다.
화주들은 신규 서비스로 나홋카부터 러시아의 주요 도시까지 고속 TSR을 통해 러시아 내륙까지 편리하게 운송할 수 있습니다. 5월부터는 모스크바-나홋카 TSR 구간에 기존 블록트레인보다 빠른 초고속 서비스를 시작하게 됩니다. 화주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러시아 내륙으로 가는 화물을 이전보다 더 빨리 보낼 수 있죠. SASCO는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화물의 복합운송을 개발하고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Q. 이미 한러항로에는 많은 선사들이 취항하고 있는데, 한로해운의 경쟁력 혹은 차별화는 무엇입니까?
SASCO는 러시아의 민간철도회사인 극동운송그룹(DVTG)와 함께 신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화주에게 빠른 수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블록트레인을 통해 나홋카-모스크바까지 17일만에 수송하고 있죠.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3일내에 통관을 마치면 22일 만에 수송을 끝낼 수 있습니다.
3월부터 시작한 블록트레인보다 5월부터 시작되는 더욱 빠른 블록트레인 서비스는 나홋카-모스크바 화물운송시간을 단축하게 해줄 것입니다. 일반 블록트레인이 16~17일 정도 소요되지만 고속 블록트레인은 11일정도 소요돼 5-6일 정도 운송시간 단축이 예상됩니다.
또한 SASCO는 나홋카-마가단, 사할린, 캄차스키 등의 여러 러시아 내항 노선 운영을 하고 있는 바, 부산-나홋카 항로의 개설로 인해 나홋카를 허브포트로 삼아 러시아 전역에 연계 서비스를 할 수 있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한러항로 향후 시황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2009년 이후 러시아 시장은 90% 이상 성장했습니다. 한국-러시아 화물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올해 부산-나홋카 노선에 컨테이너 4천TEU 수송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벌크물량은 5천t 정도 수송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화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산-나홋카 신규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물량 증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화주들이 러시아로 화물을 보낼 때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 통관인데 나홋카항은 체선, 체화가 없는 만큼 빠른 통관으로 더욱 빠른 수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보스토치니, 블라디보스토크로의 화물을 수송해온 화주들이 나홋카항에 대한 생소함만 거둬낸다면 더욱 높은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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