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6 10:46

“한중 양국 입장차 커 힘든 회담이었다”

인터뷰/ 전기정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관
경인항·평택항, 카페리 신설 회담 쟁점

 

지난 1~3일 열렸던 한중해운회담에서 수석대표로 참여했던 국토해양부 전기정 해운정책관이 “이번 회담이 가장 힘든 회담이었다”고 토로했다.

전기정 정책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측에서 최근 10년 사이 3번이나 해운회담에 참석한 한국측 대표는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 한중해운회담과 올해 4월 열렸던 한중해운특별회담에 참석했다.

전 정책관은 “둘쨋날(2일)에 합의문에 서명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국측 요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서 (오랜 협상 후) 아침 6시에야 (합의서에) 서명할 수 있었다”며 “경인항·평택항 항로개설, 카페리 문제 등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고 당시 팽팽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회담 결과에 대해 현재의 경제 및 시장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18차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한중항로의 점진적 개방’이라는 기본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항로 신설과 선복 추가투입은 시장상황, 항만시설의 여건, 운항항로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것이 이번 해운회담 결과의 핵심 골자인 셈이다. 특히 중국 산둥반도 지역의 선복량 추가투입은 최대한 억제키로 한중 양국은 의견을 모았다.

전 정책관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한중 양국 정부는 컨테이너항로의 경우 양국 선사가 기존 항권을 사용해 인천·평택-중국 노선 각각 1곳씩을 개설키로 했다. 중국 취항지는 중국선사에선 난징(南京)항을 확정했으며, 한국선사의 경우 선사단체(황해정기선사협의회)를 통해 추후 정하게 된다. 현재 인천·평택항 기점 한중항로 항권은 한국선사는 4개 중국선사는 9개를 확보하고 있다.

또 경인항 활성화를 위해 컨테이너 항로를 개설해 선박이 취항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데 합의했다. 한국선사는 경인항-칭다오, 중국 선사는 경인항-톈진에 각각 1척의 컨테이너선박을 투입하게 된다. 전 정책관은 “중국측에서 기존 항권의 범위 내에서 항로를 개설하자고 주장해와 중국선사는 기존 항권을 사용해 항로를 개설하고 (한국선사인) 한진해운은 기존 항권이 아닌 새로운 항권의 개념으로 항로를 신설하되 다른 항로로의 변경은 허용치 않는 것으로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또 선박을 대체 투입할 경우 양국 민간협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다는 단서도 합의문에 들어갔다.

회담에선 양국선사가 허용된 항권(기항지) 이외의 인천·평택항을 추가 기항해 환적화물을 수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타결됐다. 최근 일부 국적선사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중국측의 주장을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결과다. 자사 공컨테이너 수송은 양국 선사 모두 허용했다.

이밖에 양국 정부는 최근 부산항에 이어 평택항에서도 운임하락이 표면화되고 있는 점을 들어 선사가 협력해 부당경쟁을 피하고 민간업계가 자율적인 감시를 강화토록 하는 등 시장질서유지와 가격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다.

카페리(여객선) 항로에선 평택-옌타이간 노선을 2013년 상반기에 새로 열기로 했다. 동방이 내년 상반기 목표로 평택항에 3만t급 1선석 규모의 여객선터미널을 지을 계획이어서 부두시설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평택-옌타이항로는 우리 하나로해운(진양해운 관계사)과 중국측에선 내항 여객선사인 옌타이항그룹의 산둥보하이룬둬(山東渤海輪渡)가 각각 지분투자할 예정이다.

대산-룽옌간 국제여객선 항로 개설은 투입 예정선박이 쾌속선인 점을 감안해 선박안전운항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검토를 거친 뒤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측의 열차페리 도입 제안이다. 중국측 대표단은 현재 트럭페리가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들어 인천·평택-옌타이 노선에 열차페리를 띄울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전 정책관은 전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열차페리의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결국 기반시설 확충, 물동량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자는 원론적인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책관은 “열차페리는 우리나라에선 (항만) 인입선을 깔아야 하고 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해 얻는 이득이 높지 않다”며 “중국은 관련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기 때문에 향후 해운회담에서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중 카페리선박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선령 20년을 넘는 선박을 양국에서 공동 입급하는 등의 검사강화에 대한 내용도 회담 합의서에 수록됐다.

이밖에 한국선사들의 애로사항으로 지적된 중국항만의 부두 강제배정 문제, 중국 지역에서의 통관된 미선적  수출컨테이너의 재통관 문제 등도 이번 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졌다고 전 정책관은 말했다.

중국 정부는 톈진이나 닝보등 중국 일부 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미널 강제배정 문제에 대해 반독점법 및 부당경쟁법 위반행위가 발견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재통관 문제에 대해선 관련 부서에 전달해 검토 결과를 한국측에 통보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중국 상하이에서 재통관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이 사례가 한국선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 정책관은 내다봤다.

이번 회담에선 국적선사의 평택과 중국 다펑(大豊)을 잇는 컨테이너항로 개설 문제도 이슈가 됐다. 그간 평택-다펑 노선은 지난 2005년 해운회담 결과에 따라 한국측 선사에 배정된 항로로, 운영선사인 남성해운(장금상선·한성라인 공동운항)이 적극적인 항로개설 의지를 보이지 않아 개설이 미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 선사측에서 개설을 추진하자 오히려 중국 정부측에서 다펑항 시설능력 부족을 이유로 신항로 개설에 난색을 표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에 신설부두가 완공되면 선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책관은 이날 기자들이 평택-웨이하이 항로나 인천-잉커우 항로 등 일부 카페리항로 운영사 지배지분이 중국측으로  넘어간 것을 지적하자 “한중 상호 호혜평등 원칙에 따라 양국 지분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봤을 때 한 선사가 여러 카페리 항로를 운영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고 항로 질서에도 바람직하다”고 말해 한중 카페리항로의 1사1항로 원칙에 전향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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