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09 17:52
[ 김선길 장관의 사의표명과 해양부의 위상 ]
한일어업협정에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조업기준이나 내용을
잘못 해석하고 벌어진 쌍끌이 어선의 조업문제 누락으로 김선길 해양수산
부 장관의 사의표명까지 몰고 온 엄청난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로인해 여야간 정치적 논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어민에 대한 엄
청난 피해보상, 외교적 입지 추락, 그리고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의 자질 문
제 논란 등 버거운 과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김선길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한일어업협정의 총체적 실패를 자신의 탓으
로 돌리고 자청하여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를 표했다. 한일어업협정에 참여
한 차관보 등 관계 공무원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이미 사의를 표명한 데 대
해 해양수산부 최고 책임자로서 모든 책임을 혼자 떠맡고 물러나겠다는 소
신을 밝힌 김 장관의 기자회견장은 숙연하기까지 했다. 마침 기자회견을 한
3월 2일은 해양수산부가 공을 들여 무대에 올린 장보고의 꿈을 김대중 대
통령을 초청하여 함께 참관하게 됐던 날로 김 장관에게는 이래저래 뼈저린
악몽같은 하루였을 것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에 취임한지 1년을 넘기면서 해양부의 입지를 새로이 다져
왔던 김 장관이 이 사태로 모양새 사나운 퇴진을 하게돼 앞으로 해양수산
부의 위상정립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해운항만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초 해양수산부의 해체설로 업계가 긴장했고 올해는 해운, 항만분야
가 건교부로 이관될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계 공무원이나 해운항만
업계를 또다시 초긴장상태로 몰고오기도 했으나 사태가 잘 수습돼, 해양수
산부의 위상이 공고해지는 상황하에서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져
해양수산부는 물론이고 해양수산업계도 이미지 손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일어업협정 체결과정에서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어민의 생존과 국가이
익이라는 대명제를 갖고 회의에 참석한 관계공무원들이나 수산기관, 단체의
무성의한 대처자세에서 우리나라 관료나 관료출신들의 현주소를 보는 것만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당수의 공무원들이 과거와 같
은 舊態(구태)를 말끔이 벗어던지고 대 국민 행정서비스에 임하고 있어 이
번 사태가 전체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지는 말아
야 할 것이다.
소신있고 실력있는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에게 인사고가나 평가기준에서 부
정적인 요소로 작용해선 안될 것이다.
김선길 장관에게도 질타만이 아니라 격려의 말도 잊어선 안된다. 대통령도
김장관이 사의를 표하는 자리에서 실책에 대해서 꾸지람도 있었으나 국민
을 이해시키는데 더욱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는 점에서 관용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된다.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한일어업협정과 관련된
문제들은 나라의 장래에 큰 역효과를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어민 뿐아니라
국민 모두가 최대의 관심사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처상황을 주시했고 따라
서 이 문제가 해양수산업계는 물론이고 나라 전체를 시끄럽게 한 것이다.
한나라당에선 내륙출신 장관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기용한 것부터 문제소지
가 많았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는 등 이 문제는 김 장관의 사의표명으로 쉽
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듯 싶다.
김 장관은 해운항만, 수산업계의 위상을 회복한다는 측면에서도 끝까지 최
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용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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