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사무 지방이양 부작용 크다’ 한 목소리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국내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운항만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의 물동량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올 1~3월까지 매달 역대 월간 컨테이너 물동량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부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6%, 7.6% 증가했다. 3월에는 17.1%가 증가한 컨테이너 140만TEU(20피트 컨테이너)를 처리해 역대 월간 물동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도 최고치인 372만3천TEU를 처리해 13.8%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74%를 처리하고 있는 부산항의 승승장구에 덩달아 어깨를 들썩여야 할 하역업체들은 정작 울상을 짓고 있다. 물동량 증가에 아랑곳 않고 컨테이너 하역요금은 여전히 바닥권에서 헤어 나올줄 모르고 있다.
‘컨’ 하역 평균 단가 4만~5만원, 3만원대도 불사
항만업계에 따르면 부산항의 평균 컨테이너 하역요금은 4만~5만원 선이다. 대규모 하역시설을 갖춘 대형하역사들은 그나마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하역사들은 3만원 선에서 하역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하역업체인 A사 관계자는 “글로벌 위기가 오기 전, 부산 신항이 개항하기 전만해도 TEU당 평균 하역료는 8만~1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4만원대”라며 “대부분의 하역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재경(在京) 6개사 중 대한통운, 한진을 제외한 4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부산신항 개장 이후 북항과 신항 간의 물량유치로 하역요율이 심각하게 인하돼 컨테이너 하역사들의 경영수지는 악화된 상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만원대를 유지하던 부산항의 하역료는 신항이 개장하면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물동량 처리량 세계 5위인 부산항에 걸맞지 않게 평균하역 단가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과 일본항의 경우 하역료가 9만~10만원에 이른다”며 “인천항이나 국내 다른 항보다 부산항 하역사들만 낮은 하역단가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항이 개항하면서 점차 북항의 컨테이너 물량이 신항으로 쏠렸고, 그 결과 북항을 위주로 사업을 별여왔던 터미널 운영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하역사 중 선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곳도 있을 만큼 항만물류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역업체 한 관계자는 “북항에서 컨테이너 하역하는 업체 중 지난해 물동량이 신항으로 뺏기지 않은 곳들은 리베이트를 주거나 최저가의 하역료를 주고 있을 것”이라며 “암암리에 하역사들의 운임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비정상적으로 치닫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신항 개항과 더불어 항만 개발은 속도가 붙고 있는데, 물동량의 증가는 그 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도 하역요금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부산신항 1단계의 경우 싱가포르 PSA와 한진이 PNIT 3선석을 운영하고 있고, 부산신항만(PNC)이 나머지 6석을 운영 중이다. 2-1단계 4선석은 한진해운(HJNC), 2-2단계 4선석은 현대상선(HPNT)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 고려해운, 짐라인, KCTC, 국제통운이 참여한 2-3단계 부산항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 4선석이 개장한다. 2014년에는 한진해운, 케이라인, 양밍라인이 참여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2-4단계 3선석도 개장할 예정이다.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들이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하역업체들의 향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B 하역업체 관계자는 “현재 부산항은 하역운임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인천항의 경우 하역업체들이 많지 않아 그나마 낫다. 3~4년간은 컨테이너 터미널 개장이 늘면서 하역사들의 하역료는 더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며 우울한 미래를 토로했다.
아직 3차 항만개발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국토부에서는 트리거 룰을 적용, 개발을 연기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트리거 룰은 장기계획인 항만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매년 물동량 예측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추진시기 등 항만 개발계획을 조정하는 제도다.
하역사들의 덤핑영업이 넘쳐나다 보니 컨테이너 하역요금의 안정화를 위해 항만물류협회는 지난해 ‘항만하역시장 안정화방안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컨테이너 신고요금 제값 받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정부에 정책 입안시 반영하기 위해 추진키로 한 것이다.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에서 처리되는 컨테이너의 하역료는 2000년부터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다. 하역업체들마다 신고한 요율이 달라 하역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매년 업체별로 지방해양항만청에 신고는 되고 있다.
반면, 일반항만하역료는 국토해양부의 인가를 받아 고시되고 있다. 고시된 항만하역요금표에는 컨테이너화물이 포함돼 있지만 일반재래부두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 일반항만하역료는 벌크화물 하역료라고 볼 수 있다.
컨테이너 하역료에 비하면 벌크 항만하역료 시장은 사정이 좋은편이다. 정부가 고시한 요율이 그나마 시장에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3.3% 항만하역요율 인상, 하역사는 ‘시큰둥’
국토부는 4월2일 3.3% 인상한 2011년 항만하역요율을 인가했다. 당초 항만물류협회는 각 항만 지부로부터 항만하역요금 인상신청을 취합해 4.8%의 인상안을 요구했다. 전국항운노조는 지난해 11월 전국의 항만물류협회에 8.7%의 하역료 인상을 요구했었다. 하역업체, 화주 선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해당사자 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국토부는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3월2일에 진행된 항만하역요금 조정 협의에는 포스코, 한국전력을 포함한 화주, 한국선주협의회, 한국화주협의회, 전국항운노조연맹이 참석했다. 이날 국토부는 중재안으로 3.8%의 인상을 제시했지만, 화주와 선사는 물가상승률만큼의 인상률만 적용하고 그 이상은 적용될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9%였다.
화주협의회는 국토부가 제시한 3.8%의 조정안이 반영되면, 무역업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물류비가 최소 72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최근 환율상승, 원자재 가격 폭등 등 무역업계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항만하역비의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국토부의 3.8% 인상안은 기획재정부와 조율을 거쳐 결국 3.3%의 요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최근 정부가 물가상승 억제를 최대 화두로 내세우면서 하역료 인상률도 꺾인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결정된 이번 하역료 인상에 대해 정작 하역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인상은 됐지만, 화주에게 인상율을 모두 적용하기는 힘들고, 노조에게는 인상분만큼의 노조운임을 올려 줘야해 업체가 느끼는 인상폭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하역료의 반 이상이 노조운임으로 들어간다. 하역료를 인상해도 인상분이 항만노조들의 임금인상분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인상률만큼 하역료를 올려도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하역업체들은 화주, 선사에게 운임요율의 100%를 받지 못하지만 항만노조에게는 100%의 노조운임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부두에서 20피트 컨테이너당 4만원의 요율이라면 보통 이 수준보다 낮은 하역료로 화주, 선사와 계약을 맺으면서도 노조에게는 요율표상의 4만원의 60%인 1만8천원에 해당되는 임금을 제공해야한다. 하역요금을 10%로 올리면 운임이 60%를 차지하던 노조운임도 10%를 올려야하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하역요금 인상은 하역사에게 검이 쥐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무딘 검이 돼버린 지 오래다. 화주들은 든든한 방패를 갖고 있어 벨 수 없고, 노조에게는 인상분만큼 노임을 인상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하역료 인상으로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는 하역사도 있다. 3.3% 인상을 정부에서 허가해 줬으니, 화주, 선사와 계약할 때 인상률만큼 하역료를 더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인상률의 100%를 올리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반영 된다는 것. 하역업계에선 컨테이너 화물도 인가제로 바꿔 지나친 하역료덤핑 경쟁에서 벗어나 정부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항만운송사무 일부 지방 이양,하역료 운임 챙기기 바빠 관심 ‘밖’
한편, 항만운송사업의 등록사무를 지방정부로 내려보낸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반발을 사고있다.
국토부는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항만운송사업 등록, 항만하역요금 결정 등 10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항만운송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23일 화주업계는 10개 사무 중 항만하역요금 결정권한이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이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개정안대로 시·도지사가 항만하역요금을 인가할 경우 이해집단의 로비에 의해 하역요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항만별로 요금의 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요금의 왜곡현상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성이 결여된 지자체에서 복잡한 체계를 갖고 있는 항만하역요금을 과연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협회는 항만하역요금은 공공요금의 성격이 강해 중앙정부에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사항을 고려해 합리적 결정을 건의했다.
항만물류협회도 항만 사무가 이전되면, 항만운영 관리가 지방해양항만청과 지방정부체제로 이원화돼 효율성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항만하역시장도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봤다. 현재 하역요금체계는 동일 화물에 대해선 동일 요금(톤X단가)이 적용되지만, 지방으로 요금산정 업무가 이양되면 지자체별 물동량 확보로 과당경쟁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자체별 요율 수준이 달라 이용자들의 혼란과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올 7월부로 시행되는 복수노조제로 노조의 힘이 강해지면서 각 지역별 노임 과다 인상 요구가 예상되고, 항만산업 노사분규 발생으로 항만안정을 저해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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