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8 10:40

KSG에세이/ 무늬만 海技士 평생을 짝퉁으로 살며 얻은 벼슬 “해운계 甘草”(5)

서대남 편집위원
G-5 海運韓國을 돌이켜 보는 추억과 回想의 旅路 - (5)

좁은 사무실이었지만 현역 및 전역한 별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주월사령관 출신의 브라질주재 채명신 대사는 귀국때마다 현역시절의 직속상관이었던 참모총장출신 이사장 방문차 협회 사무실에 올때마다 브라질 현지 커피를 선물로 나눠 주기도 하며 깍듯이 선배를 모시는 예절 곱던 기억이 새롭다.

이젠 고인이 된 김용배 육군대장출신 김 이사장은 늘 지휘봉을 들고 사단장 군단장 시절을 회상하며 소대병력 정도에 불과한 분통만한 선주협회에 부임은 했으되 조직의 규모나 예산등 모든게 성차잖아 곧잘 고함을 지르며 히스테리를 부리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아침마다 출근을 하면 커피타임이란 이름으로 부장이상 상무, 전무등 10여명의 간부들을 몽땅 모아놓고 갖가지의 무용담을 매일같이 늘어놓았고 어떤 날은 명색이 해운단체이면서 바다나 배 이야기 한마디 없이 백마고지나 철의 삼각지 등 야전군 시절의 전투얘기만 하다가 오전 일과 땡으로 점심시간을 맞는 경우도 많았다.

여름철 정부와 함께 실시하던 CPX 을지연습 기간에는 별 넷의 예비역 대장이 작전지휘를 하게되니 문자 그대로 실전을 방불케하는 밤샘의 혹독한(?) 훈련의 연속이었고 브리핑에는 모두가 도사급이 되어 타 단체를 압도해 나가는 긍지가 인상적이었다.

두 임기 4년의 재임기간 중에 해운 외적인 화제가 실로 숱하게 많았고 국제부장을 거쳐 뒤에 현대그룹 자매 예선회사 CEO를 지낸 서울대영문학과 출신의 K씨와 영문도 모르는 영문과 출신의 필자는 간부급 중 나이가 적은 탓에 이름하여 기쁨조가 되어 퇴근후 자주 벌어지는 이사장 술자리에 수행비서를 겸해 늘 동행하며 수청(?)을 드는 일도 업무중의 큰 부분이었다.

이 같이 작은 조직에 육군대장을 모신 탓에 대내외적으로 야기되는 화제와 에피소드도 참으로 많았다.

정부측 국장급도 직접 전화를 하게되면 버릇없다고 호통을 치며 바로 끊기도 하고 현직이 아무리 높아도 옛 군계급이 낮은 경우에는 현역 기분으로 대하는 문제나 그분의 기분에 따라 사무실 분위기는 희비가 교차했고 살벌한 분위기가 자주 연출되곤 했다.

어느 겨울, 필자가 수행하여 전방부대를 갈 때 였는데 당시에 군사지역 통과시에는 검문초소에 인적사항을 적어 제출해야 했고 서식에 성명과 계급을 적게 돼 있어 수행하던 필자가 ‘대장’이라고 적은 바 체크하던 초임 위관장교가 별이 넷일리야 없겠거니 깜짝 놀라 혹시 ‘병장’을 ‘대장’으로 잘못 쓰지 않았냐고 물어 “별 넷 대장도 모르느냐?”고 받아쳐 함께 웃은 일이었다.

당시 국내에선 첫 여성국장급으로 알려졌고 뒤에 국립박물관장(1급)을 역임한 서울대 출신의 출중한 전문실력에 입심좋은 미혼여걸(?) L여사와 상배후 홀로 지내던 김이사장이 해운계 화제를 모으며 용산의 육군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날의 그 거창하고 성대하며 요란했던 혼례식장 광경이었다.

식장 주변은 아침부터 수백명의 전현역 장성들이 주렁주렁 열쇠장수(?) 같이 평소의 약장대신 수여받은 훈장을 모조리 가슴에 가득히 달고 정장을 한 모습들이 가히 스펙타클하게 장관을 이뤘고 군모와 어깨의 수많은 별들의 반짝임이 은하수(?)로 물결을 이루어 전군 지휘관회의 보다 더 많은 별들을 난생 처음 봤으니 필자로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임은 당연했고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77년에 들어서는 국제해운경기의 침체에 따라 주춤했던 시황도 좋아졌고 65개선사로 정비집약을 마친 외항해운업계는 수송질서 확립을 위해 ‘한일간수송질서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동남아항로 공동운임률’을 제정 실시 하는가 하면 ‘중동 정기항로태리프’ 제정 등 자구노력에도 힘을 쏟았다.

이 해에 미 Sea Land와 합작으로 한진해운이 설립되고 대한통운해운과 코리아상선이 생겼으며 한국항만협회, 항만하역협회, 해상운송주선업 협회(지금의 한국국제물류협회), 도선사협회 등의 해사관련단체들도 설립을 보게되고 3월13일엔 뜻깊은 제1회 해운의 날을 맞아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치르느라고 전국 항만도시 관문에 현판을 걸고 육교마다 프랜카드를 다는 외에 기념식장과 리셉션 파티장을 준비하느라 밤을 새던 기억도 새롭고 뒤에는 ‘해운진흥 촉진대회’로 이름을 바꿔 해마다 계속 되었다.

12월에 ‘항만청’ 명칭도 해운이 소외된다는 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해운항만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한편 ‘1972 CORLEG(해상충돌예방규칙)’와 ‘1972 CSC(안전한 컨테이너에 관한 국제협약)’이 발효 됐는가 하면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사고가 났었고 드디어 100억달러 수출목표 달성이란 위업을 이뤘으며 1000불 소득 역시 다음해에 달성되어 우리경제가 역사적으로 큰 획을 긋고 세계속의 한국이란 자긍심을 일궈내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78~79년 두 해에 걸쳐서도 76년부터 지속돼 오던 해운불황의 여파는 계속되었고 2차 석유파동에 의한 운항비 등귀현상은 날로 더해 전년도에 비해 30% 이상이 가중되니 경상이익은 내리막길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78년에 들어서 해운항만청은 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외항업계 대형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운업체 면허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보유선복량 2만G/T(총톤)이상에 자본금도 5억원이상으로 대폭 높여 면허기준을 둘러싼 소용돌이는 다시 한번 회오리 치기에 이른다.

전격적으로 ‘원양컨테이너선사 4사체제’로 대한해운공사 한진해운 고려해운 조양상선을 선정 발표했다.

동력자원부 발족, 부산컨테이너운영공사(BCTOC) 설립, 항만검정협회 발족, 국적선수송대책위원회 결성, 부산항 국제여객부두 준공에 이어 도쿄서 한일민간해운회담이 개최되었고 한국해법회가 창립을 보게된다.

한편 정부당국과 업계중심으로 해사관련 정보기구의 필요성이 누차 강조되고 설립이 시도되어 오던 차에 예산사정등을 고려, 우선 선주협회 산하에 ‘해운정보센터’란 기구를 발족시키게 되고 해운공사 런던소장을 거쳐 선주협회에 재직하던 김희석 상무이사가 이를 맡게 되었다.

이후 이 기구는 해운항만청 퇴임후 79년 선주협회에 부임한 엘리트 고급관료 출신 최재수 전무이사가 겸직으로 맡아 의욕적으로 육성 발전시켜 해운기술연구원, 해운산업연구원을 거쳐 지금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으로 크게 발전하는 기초를 쌓게 된다.

얼마 안돼 필자가 창간하여 주 2회씩 500여호를 발간한 선주협회보를 종간하고 정보센터로 넘겨 ‘해운정보’ 란 이름으로 바꿔 주 1회 발간으로 이어갔다. 신접살림을 차린 작은집을 위해 큰집의 기둥을 빼 주는 기분이라 ‘오호통재에 오호애재’려니 그 때 필자의 심정을 글로 썼더라면 유씨부인의 조침문(弔針文)이나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못지않게 애간장을 끊는 장문의 곡문(哭文)을 남겼으리라.

79년들어서는 한진해운이 미주정기항로를, 조양상선이 호주정기항로를 개설하게 되며 선주협회도 국제해운집회소(ICS) 회원으로 가입을 하고 북평항이 개항장으로 승격되는가 하면 청내에도 선원선박국이 신설되고 부산항제2단계 개발사업의 착공, 한미해운실무회담이 개최되었으며 조양상선이 유럽운임동맹(FEFC)에 가입하고 국제해사위성기구에 관한 협약(INMARSAT)이 발효되기에 이른다.

한가지 인상깊은 이벤트로는 그 당시 광진구 소재 어린이대공원에서 선원가족위안회란 거창한 행사를 열고 육해상 해운종사자 및 선원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성황리에 한마당 춤과 노래로 노사간 화합잔치를 벌인 바 앳된 처녀가수 혜은이가 열창하던 모습과 푸짐한 선물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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