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5 15:04

기획/비수기 옛말, 물동량 호조로 ‘행복해요’

항공화물 운송시장 진단
1분기 항공화물 디스플레이 강세로 29.2%↑


●●● 1분기는 전통적으로 항공화물수송시장에서 비수기로 분류된다. 연말 밀어내기 특수로 한껏 늘어난 물동량이 새해 들어서면서 휴지기를 갖는 탓이다. 항공화물은 1분기를 지나고 2분기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1분기에도 물동량 강세가 식을 줄을 몰랐다. 최근 경기회복으로 항공 화물 수송량이 급증한 까닭이다. 항공수송시장은 예년과 달리 물동량 강세가 성수기인 4분기를 지나 비수기인 1분기까지 이어지자 본격적인 상승세에 진입했다고 실감하는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천공항을 통해 전 세계로 수송된 항공수송 물동량은 34만9211t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6.5%나 늘어났다. 전체 화물처리량은 64만954t으로 전년동기대비 29.2% 늘었다.

3월 인천공항 물동량 사상최고치

특히 3월 항공화물 처리량은 24만1922t으로, 1년 전에 비해 26.4%가 증가했다. 3월 실적은 인천공항 개항 이래 역대 최고치다. 특히 환적화물은 10만3355t으로 10.5% 늘어나 성수기 수준에 육박했다.

노선별로는 일본노선에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일본노선의 3월 물동량(우편물 포함)은 2만7867t으로 47.2% 증가했다. 이어 중국은 6만9057t으로 24.4% 증가했다. 미국노선에선 26.7% 증가한 5만2982t을 수송했다.

항공운송시장 회복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IT(정보기술) 제품이다. IT 제품 수출량 급증세가 전체적인 항공화물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환적물동량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측은 1분기동안 LCD(액정표시장치)와 LED(발광다이오드) 패널 물동량이 30% 안팎의 폭증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2월 열렸던 밴쿠버동계올림픽이나 오는 6~7월 열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들이 올해 대거 열리면서 디지털 텔레비전 수요가 급증한 까닭이다. 특히 HD(고선명) 방송이 보편화되고 있는데다 3차원(3D) 영상콘텐츠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들어 항공사들은 향후 시장전망을 핑크빛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에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도 하지만 보통 여객이 늘면 화물량이 줄고, 화물이 늘면 여객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올해는 모두 증가했다”며 “지난해 초 여객과 항공의 급감에 대한 기저효과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항공수송시장은 수송능력 확보가 녹록치 않게 됐다. 주요 노선에서 화물칸 부족 상황이 심각한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미주와 동남아 노선에서 물동량이 늘어 화물칸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전 노선에서 화물칸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유럽 미주 노선은 예약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물동량이 몰리는 월말엔 화물을 싣기 위해 일주일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공항 물류창고의 경우 쌓인 화물을 빼내지 못해 새로운 화물 반입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이틀 만에 물량이 수송돼야 하는 항공운송 특성에 미뤄 화주들이 낙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화물기를 전체 가동하고 있어도 화물을 못 싣고 있을 만큼 스페이스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 수요기대로 공급 늘리기 나서

물량이 늘자 인천공항의 3월 국제선 운항횟수도 1만6899회로, 1년 전에 비해 3.3%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곡선이다. 특히 1분기 운항횟수는 4만9천회로 2.3% 늘어나며 7분기 만에 플러스 증가로 전환했다. 대한항공은 3월 한달동안 운항편수를 5.8% 늘렸고 아시아나항공은 0.2% 확대했다.

공급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물동량 증가율에 비해선 턱없이 낮은 수준이어서 화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화주들은 화물운송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항공사측에 수송능력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화주가 화물을 못 싣는 게 항공사에서 공급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이것은 억지”라며 “제조업체가 이익이 난다고 해서 공급을 무조건 늘릴 수 없듯이 항공사도 무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항공수요가 늘어났다고 해서 그에 대응해 바로 정기노선을 제공하기에는 항공사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항공사들은 현재 정기선 확대뿐 아니라 부정기편을 최대한 활용해 공급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수출화물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지난 1월 말 여객기를 개조한 화물기 1대를 추가했다. 또 삼성 LG의 중남미행 물동량 증가에 맞춰 중남미 정기노선 취항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현재 자사기 23대와 임차기 3대 등 총 26대의 정기편을 가동하고 있다. 정기편 외에도 긴급 수요에 대응해 1분기에만 총 51대의 부정기편을 투입했다. 이달 들어선 3월에 비해 미주행과 구주행을 2편씩 늘린 45편 32편을 각각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도 5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9월부터 투입할 예정이다. 폴라에어카고는 지난해 10편으로 축소했던 화물노선을 올해 초 17회로 다시 증편한다. 증편은 미주 노선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캐세이패시픽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화물기 투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 모든 화물기를 가동하고 있다. 국적항공사들은 국내 영업을 주축으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 공급력을 늘린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정기편으로 띄우기에는 힘든 점이 없지 않다”고 폭증한 물동량에 따른 고충을 털어놨다.

아시아나항공 44.7%↑, 타이항공 22.8%↓

항공화물 운송실적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10대 항공사별 실적은 극과 극을 보였다. 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의 CASS(화물정산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패시픽, 전일본공수는 수송물량이 증가했다.

화물수송 1위의 대한항공은 5만190t을 처리해, 전년대비 35.2% 증가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44.7% 증가한 2만7416t을 수송했다. 두 항공사와 물동량에서 크게 뒤지지만 캐세이패시픽도 3556t을 수송해 42.2%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캐세이패시픽 관계자는 “홍콩-대만 노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지난해 공급을 더 늘려 물량수송을 높이고, 한 시장에 주력해 손실을 보기보다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위에 올랐던 전일본공수는 2759t을 처리해 69.8%의 급격한 증가를 보이며 5위로 성큼 올라섰다.
반면 지난해 4위에 이름을 올렸던 타이항공은 22.8% 하락한 2079t을 수송에 그쳐 7위로 내려앉았다. 타이항공은 운임매출에선 전년대비 34.7%가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에 따르면 연초 타이항공은 심각한 적자로 재무부에 유상 증자를 포함한 자본 확충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항공(JAL)은 전년대비 15.1% 감소한 1834t을 수송했다. JAL은 오는 10월 말부터 화물전용기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화물전용기 10대 중 보유 중인 5대는 매각하고 임대해 운항 중인 5대는 계약 해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화물전용기 운항을 중단하면 JAL의 국제선 화물 수송능력은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항공은 1663t을 수송해 18% 감소를 보이며 10위에 머물렀다.

10대 대리점 수송실적 32.4% 증가

대리점 실적은 IT화물 증가에 힘입어 급증세를 보였다. 범한판토스는 1~2월 동안 1만386t을 처리해 1년 전에 비해 46.1%증가했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에 따라 지난해와 달리 핸드폰 물량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디스플레이 물량이 많이 증가했다”며 “4월 이후의 물량도 삼성 LG 소니의 디스플레이 시장 활황에 따른 강한 수요와 더불어 자동차 제조업체가 수출 호황을 보이면서 항공 수요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그 물량증가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DHL글로벌포워딩코리아는 5426t을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 3251t에서 66.9% 늘어났다. 더블유제이씨(옛 우진항공혼재화물)의 수송실적은 지난해 대비 59.8% 증가한 3596t을 기록했다. 하나로TNS는 2657t을 수송해 지난해보다 3배 이상(242.2%) 늘어났다. 10곳의 대리점 전체 수송실적은 32.4%나 증가했으며, 운임매출에서도 29.6%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2분기에도 물량 증가 보일듯…

연초 IATA의 2010년 여객과 화물이 각각 5.6% 12%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통해서도 올 항공수요의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항공수요의 증가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연구원은 “3분기에는 본격적인 수송량 증가세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전체적으로 2010년 항공 여객 및 화물 수송량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수요가 증가하고, 디지털 TV 방송 확대에 따른 LCD 수출 호조로 올해 한국발 물량은 지난해보다 16% 이상 늘어난 80만t을 웃돌 것으로 기대했다. 개도국 소비 수요 증가 및 대 선진국 수출용 원자재 수입 증가도 물량 증가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지난해 수요침체에서 올해 회복으로 돌아서면서 재고확보를 위해 수요증가가 예상된다”며 “애플의 아이패드 수요와 6,7월 스마트폰의 공세로 IT제품의 지속적인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혜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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